하이트진로VS롯데주류‥‘최악의 진흙탕 싸움’

▲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세 번째로 소주 업계 양대산맥(兩大山脈), ‘참이슬(하이트진로) VS 처음처럼(롯데주류)’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업계 1~2위 다투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 형성
흠집 내기와 비방도 모자라 법정다툼 까지…


무더움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덧 가을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면 애주가들은 퇴근 후 소주잔에 잔을 채우고 싶은 충동이 앞서게 된다. 더운 여름이 맥주의 계절이었다면 가을과 겨울은 역시 소주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특별법과 서민 증세, 공무원 개혁 등 여러 가지 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어수선한 시국이나 경기가 불황일 때 국민들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삶의 애환을 달래곤 한다. 이는 소주가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 잡은 소주 중에서도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를 꼽으라면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방에서는 지방특색이 강한 지방소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주 시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이 즐겨 찾는 소주가 참이슬 아니면 처음처럼이기 때문이다.


▲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참이슬은 지난 2003년 5월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005년 7월 하이트맥주를 새 주인으로 맞아 들였다. 이에 하이트는 당시 맥주시장과 소주시장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와 ‘참이슬’을 소유하며 제 2의 창업을 선언했다.


▲ 롯데주류 홈페이지


처음처럼은 와인 사업과 함께 ‘청하’등으로 소주시장에 2위를 달리던 두산주류가 지난 2008년 12월 롯데에 주류사업을 매각하면서 롯데의 품에 안기게 됐다.


팽팽한 신경전 <왜>


참이슬과 처음처럼은 업계의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답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광고에서부터 비방까지 서로를 물고 헐뜯으며 소주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기싸움을 끊임없이 벌여왔다.


국민들은 이들의 다툼을 놓고 서로 득 될게 없는 난타전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난타전이 벌어질 때마다 애주가들은 자연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소주에 대해 많은 애착을 보이며 상대방 소주를 함께 비난하여 힘을 보태기도 한다.


이들의 팽팽한 공방전을 살펴보자면 지난 2006년 두산주류가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이들의 공방전은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소주시장에서 참이슬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칼리 환원수’ 소주라는 컨셉을 강조한 처음처럼은 당시 최고의 스타인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우며 업계 6위에서 단숨에 2위에 오르며 소주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하이트진로는 당시 신문광고와 전단지 등을 통해 처음처럼이 전기분해 했다는 사실과 전기에 감전되는 상황 등을 강조하면서 두산주류의 반발을 샀다. 이에 두산주류는 자사의 알칼리 환원수 제조 방식이 소주 제조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의 비방을 맞받아 쳤다.


또한 두산주류는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당시로서는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 20도인 저도주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도 처음처럼 출시 한 달 뒤에 알코올 도수를 기존 21도에서 20.1도로 낮춘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하이트진로는 0.3도를 낮춘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며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주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에 두산주류도 질 수 없다는 듯 이듬해인 2007년 7월 기존 제품보다 0.5도 낮춘 19.5도짜리 ‘부드러운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저도주 경쟁을 이어나갔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질세라 2009년 3월 18.5도에 해양심층수를 함유했다는 ‘제이’를 선보이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현장 영업사원들은 서로 물어뜯고 흠집 내기를 반복하며 과열 양상을 띤 비방전을 계속해 나갔다.


이 때문에 양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 비방광고 게재와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 막전막후


이처럼 양사는 흠집 내기와 비방에 이르는 난타전에 이어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까지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주철 판사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전무 황모 씨와 상무 장모 씨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을, 팀장급 2명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처음처럼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유해하다는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한 케이블 방송사 김모 PD에게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담은 방송 내용을 이용해 롯데주류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알칼리 환원수의 유행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근거 없는 의혹만 담아 처음처럼 제조업체인 롯데주류의 명예를 훼손하고 손실을 입혔다”며 하이트진로 임원들과 김 PD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처럼 양사가 법정 다툼까지 벌이게 된 사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3월 한 케이블방송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기 때문에 위장장애 및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후 방송내용은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 급속도로 퍼졌고 일부 술집과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양상이었다. 이를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던 롯데주류는 알칼리 환원수를 비방하는 배후에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있다고 판단해 같은 해 5월 이를 주도한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매출 증대를 위해 경쟁사 소주에 대한 허위사실이 담긴 영상과 판촉물 등을 유표한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하이트진로 황 전무 등 회사 임직원 4명을 지난해 1월 24일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케이블방송사 김모 PD가 롯데주류 처음처럼에 대한 허위방송을 제작·방영하자 하이트진로 황 전무와 임직원 등은 비상대책위를 꾸려 김모 PD가 제작한 방송내용을 유포하기로 결정하고 약 두 달에 걸쳐 전국 각 지점 영업사원을 동원해 방송 내용을 전파한 혐의(명예훼손)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황 전무는 별도 예산 6000여 만 원을 편성하며 인터넷 게시판과 SNS등을 통해 해당 방송 내용을 편집한 동영상을 퍼뜨렸으며 전단지와 현수막, 물티슈 등을 제작해 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당시 검찰은 처음처럼의 허위방송을 제작한 케이블방송과 하이트진로 사이에 이들의 공모가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임직원 벌금형…롯데주류의 승리?
롯데주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이트진로 반격


아직 끝나지 않은 다툼


이에 처음처럼 롯데주류가 참이슬 하이트진로에 법정 다툼에서 승리를 거둔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역시 롯데주류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허위로 제작된 케이블 동영상으로 하이트진로 황 전무와 관계자들이 불구속 기소됐던 지난해 초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참이슬’을 마시던 소비자가 소주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며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하이트진로의 역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휘발유 냄새가 나는 소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했고 국과수는 음식점에서 미개봉 소주 11병과 개봉된 4병을 수거하였다. 국과수는 이중 8병을 검사해 소량의 경유성분을 검출했다.


이에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이트진로를 조사하고 경유성분 검출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제조공정상 경유가 유입되거나 병 내·외부에 잔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주류 측은 관련 내용에 악성 댓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져 하이트진로 측은 즉시 롯데주류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롯데주류에 반격을 가했다. 소장을 접수받은 경찰은 지난해 7월 롯데주류 지점 3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 법인명) 임직원 18명과 광고대행업자 등을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에서 경유가 검출됐다는 내용을 확산·유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롯데칠성 이모 전무와 마케팅·영업전략·서울영업부문장·지점장·파트장 등 임직원 18명과 광고대행업자 이모 씨 등이 조직적으로 경쟁사 하이트진로를 비방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참이슬에서 경유가 검출됐다’는 기사 1000여부를 해당 내용이 잘 보이도록 접어 음식점 등에 직접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으로 롯데주류 측은 법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참이슬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 롯데주류는 흠집 내기 비방전까지 모자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법정 다툼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양사의 흠집 내기 비방전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