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VS김범수‥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두 번째로 포털사이트업계 양대산맥(兩大山脈), ‘네이버 VS 다음-카카오’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수년간 독보적 위치에 올라있는 네이버
다음-카카오 합병‥1위에 도전장 내밀어


다음달 1일 합병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포털 서비스 강화 및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년간 압도적으로 국내 포털사이트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네이버를 바짝 추격할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맞불을 놓으며 다카오의 추격을 허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점유율


다음과 네이버는 국내 포털사이트(portal site, 인터넷에 접속해 웹브라우저를 실행시켰을 때 처음 나타나는 웹사이트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모아 놓은 곳) 1~2위 업체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이 두 업체가 거의 독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니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수년째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다.


인터넷 통계 데이터 전문 업체 ‘인터넷트렌드’에서 포털사이트 시장점유율을 검색해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9월 15일)까지 네이버가 81.72%로 단연 압도적이다. 뒤를 이어 14.71%를 차지한 다음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1.89%로 3위에 올라있고 알약,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의 줌은 0.88%를 차지해 4위에 머물고 있다.


▲ 인터넷트렌드 검색결과


이를 쉽게 풀이하자면 100여명의 이용자 중 네이버 82명, 다음 15명, 구글 2명, 줌 1명 등 이용자 대부분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네이버를 통해서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통계가 말해주듯 네이버는 다른 포털사이트에 비해 독보적 위치에 올라있다. 네이버는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뗄 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음의 반격 채비


과연 우리 삶속에 밀접하게 파고들어 ‘독점’이라 할 만큼 국내 포털사이트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네이버에 도전장을 내민 다음이 추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검색 전문가를 영입하고 기술과 서비스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다음-카카오(사진제공 뉴시스)


더불어 최근에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을 앞두고 있고 실질적인 수장으로 올라선 김범수 의장이 검색 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면서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은 지난 6월부터 이용자가 질문하면 원하는 답을 알려주는 ‘바로이거’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앞선 5월에는 지상파TV 5개 방송과 라디오 14개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을 자동으로 인식해 실시간으로 곡명을 알려주는 ‘방금 그곡’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4월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정보 7종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대기정보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외부 콘텐츠와의 제휴 협력을 통해 검색 결과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화번호부나 백과사전, 화장품 성분정보에 특화된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현재까지 총 58개의 외부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말까지 100여 곳의 외부 DB업체들과 제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요 내비게이션 업체들과 제휴를 통한 ‘다음 지도앱 길찾기 경로서비스 비교’ 등 특화된 콘텐츠를 가진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다양성을 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미지 검색의 개편과 중고차 매물정보, 영화 박스오피스, 전국 캠핑장 정보 등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검색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다음이 검색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포털사이트의 기본인 검색 서비스를 강화해 네이버에게 빼앗겼던 이용자들을 다시 다음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는 PC웹 서비스에서 네이버에 밀렸던 과거의 경험을 교훈삼아 카카오의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에 다음의 검색 서비스를 결합시켜 강력한 시너지를 효과를 발휘해 모바일 시대에는 네이버를 넘어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격 허락하지 않겠다”‥맞불 작전


이에 네이버는 다음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역시 검색 서비스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네이버는 ‘네이버 검색의 변화’라는 설명회를 열고 “좋은 문서를 잘 보여주는 것은 검색 사업자의 경쟁력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창작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외부의 좋은 웹 페이지를 네이버 검색에서 잘 보여주는 것은 웹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노력”이라며 외부 콘텐츠에 대한 검색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네이버가 자사의 포털 내부 DB에 있는 지식인이나 블로그, 제휴 콘텐츠DB 정보 등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쪽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구글과 같이 인터넷 공간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 사용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즉, 자사의 내부 DB뿐만 아니라 구글과 같이 네이버 밖에서 떠도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내는데 공을 들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 네이버는 작년부터 ‘타우린’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네이버 외부에 존재하는 DB들을 이용자들의 쉽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로, 이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를 반영하는 ‘문서 수집 시스템’을 도입하여 국경 없는 인터넷 환경에 걸맞게 글로벌 문서 수집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한메일’과 ‘카페’ 열풍‥그리고 ‘쇄락’


이처럼 다음의 검색 서비스 강화에 네이버도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다음의 전략 강화에 네이버가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10여 년 전부터 네이버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지만 네이버가 압도적인 포털사이트로 자리매김 하기 전에는 다음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중반에는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같은 PC통신의 시대였다. 그러나 1997년부터 초고속 인터넷과 PC방, 스타그래프트 등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시대가 펼쳐지게 된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포털사이트는 우후죽순 생겨나며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당시에는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엠파스, 드림위즈, 한미르, 프리첼, 네띠앙 등 지금은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진 포털들이 수두룩했다. 인터넷 시대 초기 포털의 중심에는 야후코리아가 있었다. 1997년부터 2000년도까지의 포털은 야후코리아의 독주였다.


그러나 야후코리아의 독주를 지켜보면서 꿈을 키웠던 다음은 엄청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포털의 새 강자로 등극한다. 다음은 우선 ‘한메일’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메신저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한메일을 통해 친구들 간의 대화나 소식 등을 주고받았다. 한메일은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출시 초기에는 모두가 놀랄만한 서비스였다.


이어 다음은 ‘다음카페’ 서비스를 내놓게 되는데 이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다음카페는 소통과 정보, 온·오프라인 만남 등 커뮤니티 활성화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이러한 메일 서비스와 카페 서비스로 다음은 야후를 제치고 2001년 포털사이트 1위 자리에 앉게 된다. 다음은 당시로선 정말 획기적이고 혁신적이었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포털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음은 한메일에 ‘온라인 우표제(전자우편에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라는 황당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온라인 우표제를 시행하자 필요한 메일이 스팸메일로 인식돼 오지 않거나 외국에서 오는 메일은 차단당하기 일쑤였다.
또한 기업에서 대량메일을 보내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일어나자 이용자들은 다른 포털의 메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시대 초기 포털의 중심은 ‘다음’
한 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 이제 개봉박두


판도를 바꿔놓은 ‘네이버 지식IN’


때마침 다음의 뒤를 추격하던 네이버는 2002년 ‘지식IN’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2003년 다음을 제치고 포털사이트 1위에 올라선다. 이 서비스로 인해 네이버의 점유율은 50%까지 치솟게 된다. 당시 네이버가 출시한 지식IN 서비스는 자료를 찾으려 많은 시간을 낭비하던 이용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양한 분야에서 불특정 다수가 답을 해주는 서비스인데 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또한 2003년에는 다음카페에 필적할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다음카페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네이버로 이동하게 되었고 현재는 ‘파워 블로거’라는 명칭까지 만들어 내며 다음카페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00년 4월 한게임을 인수합병하면서 고스톱 같은 친숙한 게임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점유율을 80%가까이 끌어올리데 한 몫 했다. 이처럼 네이버는 다음이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포털사이트 최강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특별한 인연의 시작, ‘이해진-김범수’


네이버와 다음은 포털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이나 규모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게 되면서 향후 이들의 자리는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카카오의 합병을 이뤄낸 인물이 김범수 의장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네이버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 인연을 살펴보자면 김 의장과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서로 서울대 86학번 동기이다.


김 의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며 이 의장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두 사람은 1992년 나란히 삼성SDS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이후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하며 창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 의장은 삼성SDS의 사내벤처에서 네이버를 구상한 후 1999년 삼성SDS에서 독립해 네이버컴을 창업했다.


이 의장이 네이버를 창업할 당시 포털은 다음과 야후코리아가 장악하던 시기였다. 당시 이 의장은 성장 동력의 일부분을 담당할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에 이 의장은 스타크래프트나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당시 열풍이 불던 게임 산업에 눈을 돌렸고, 마침 우리 생활에 친숙한 고스톱이나 윷놀이 등으로 활발한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던 김 의장에게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을 제의했다.


김 의장은 이를 받아들여 2000년 이 의장의 네이버와 김 의장의 한게임은 한솥밥을 먹게 된다. 이후 2001년 NHN(Next Human Network)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 의장과 김 의장이 공동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이때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지식IN과 블로그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들로 인해 당시 포털업계 최강자 다음을 밀어내고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갈등?


2004년 이 의장은 NHN이사회 의장과 최고보안담당책임자(CSO)자리를 맡으며 실상 최고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됐으며 김 의장은 같은 해 NHN사장자리에 오르며 NHN USA, 일본,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김 의장은 NHN USA대표직을 돌연 사임하며 네이버와의 인연을 끊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김 의장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며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네이버(정박해 있는 배)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급작스런 사임에 일각에서는 네이버 경영진과 한게임 경영진의 경쟁에서 한게임 경영진이 밀려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한게임 쪽의 멤버들이 NHN을 떠나는 방향으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화려한 복귀, 이제는 적으로?


김 의장은 네이버와 완전히 결별하면서 야인생활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2009년 말 김 의장은 야인생활을 마치고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선보이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그가 3년 만에 야심차게 출시한 카카오톡의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당시만 해도 문자를 보내려면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카카오톡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 카카오톡(사진제공 뉴시스)


현재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하고 있을 만큼 ‘국민앱’이 되었다. 김 의장이 카카오톡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리자 이 의장은 네이버의 ‘라인’이 국내에서는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려 ‘라인’알리기에 힘을 쏟았다. 지난 2011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누적가입자 4억 9000만 명을 돌파하며 미국 왓츠앱, 중국 위챗에 이어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로 급부상했다.


▲ 네이버 라인 이용자 증가율(사진제공 뉴시스)


김 의장의 카카오톡과 이 의장의 라인은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사이좋게 나눈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다음과 카카오를 합병하면서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한때 입사동기였고 동지였던 이들이 이제는 적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10월, ‘다음-카카오’가 합병하며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 검색서비스 강화 및 개편에 이어 앞으로 어떠한 전략으로 네이버를 곤혹스럽게 만들지 그의 행보가 사뭇 궁금해진다.


또한 ‘다음-카카오’의 도전에 네이버는 이를 어떻게 맞대응 해나갈지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포털업계의 라이벌인 다음과 네이버. 이들의 한 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이 이제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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