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은 떠나고 ‘자리’만 남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9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세계최고공항이라는 영예를 앉았지만 표정이 썩 밝지만은 못하다. 이날 수상은 넉 달째 사장 공석 상태여서 최홍열 부사장이 수상을 대신했다.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 정창수 전 사장은 취임 8개월만인 지난 3월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옷을 벗은 상태다.


수장이 떠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여행객과 국제선 환승객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4월 환승객은 53만으로 지난해 8월 67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22%나 추락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에 그동안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던 사장이 선거를 위해 자리를 박차면서 수장 없는 상태에서 최근 환승객 감소로 시름을 앓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살펴봤다.


지난 27일 국제공항협의회는 2013년도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시상식에서 ‘아시아-태평양 최고공항’, ‘중대형공항’ 부문에 ‘인천국제공항’을 선정했다. 5점 만점에 4.97점을 획득한 인천국제공항은 싱가포르의 창이공항과 중국의 베이징 공항을 제치고 1위에 올라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에 인천공항은 ASQ에서 9년 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한 유일한 공항이 됐다. 이날 수상은 최홍열 부사장이 대신했다.


사장은 어디로 갔나?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 1차관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79년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행정 관료로 첫발을 내딛은 정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비서관과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 국무조정실 농수산건설심의관 등을 거쳐 국토해양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 2010년 8월 국토해양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정 사장은 취임과 함께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사장 공모 당시부터 사전 내정설에 휩싸인 것이다. 또한 비정상정인 공모 절차도 낙하산 논란에 힘을 실어 줬다. 여기에 공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토해양부 관료 출신 이른바 ‘관피아’ 논란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 사장이 취임 9개월 만에 돌연 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유는 바로 6.4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지방선거불출마 입장을 피력했지만 공직사퇴 시한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출마를 결심하면서 여권핵심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냐는 구설수를 자초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지방선거 불출마의사를 밝혔던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하고 출마선언을 한 대 대한 배신감이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도지사를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한 꼴이 됐다.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뉴시스 제공.


하지만 기획설이 나돌던 정창수 전 사장은 강원지사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 밀려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낙선했다.


여기에 공항 3단계 확장공사와 국제공항협의회 세계총회 등 산적한 현안만을 남겨두고 떠난 것도 그의 책임감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 측도 정 사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일은 사람이 아니고 시스템이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 중도 사퇴는 아쉬움도 있지만 공력의 120%를 투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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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경우는 낙하산 인사의 폐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사장을 공모하고 검증하고 임명하는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낙하산, 후임도 낙하산(?)


인천국제공항은 지난달 26일 세계 공항업계 최대 축제의 하나인 2014 국제공항협의회(ACI)세계총회를 주최했다. 이번 총회에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73개국에서 1000여명의 공항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치러졌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인천국제공항의 수장은 보이질 않았다. 정 사장이 사의를 제출하고 인천공항공사를 떠난 지 3개월. 아직까지 정 사장의 후임은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자리를 지킨 것은 최홍열 사장직무대행 부사장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내려올 낙하산이 정해졌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 공사를 더욱 맥 빠지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사장 공모가 이번 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이사회는 지난주 비상임이사 5명과 외부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번 주 사장공모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을 의식한 듯 정부에서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신중함을 나타내고 있다. 자칫 또 다시 관료 출신의 낙하산이 수장으로 자리하면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극도로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장과 부사장 등은 국토교통부 등 정부 출신의 퇴직 관료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상임이사인 감사는 감사원과 정치인 군 출신 등이 차지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제기됐다.


추락하는 인천공항


이번 국제공항협의회 세계총회에서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는 등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국제선 환승객수는 올 4월 52만59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7만8000명에서 22%나 줄어들었다. 4월 환승룰도 15%까지 떨어졌다. 전체 승객 가운데 환승 승객 비율은 세계 주요 공항 30~40%인 것에 이른다. 국제선 이용 여객 규모도 2012년 기준 세계 9위 수준.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인천공항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일본의 하네다와 중국의 상하이 푸동공항 등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공항들이 활주로를 정비하고 지방 공항 연결망과 미주·유럽 직항 노선을 늘리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금의 추세라면 몇 년 못가 일본 중국 도시들이 인천공항을 거쳐 여행하는 환승객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고조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인천국제공항 환승객 추이/인천국제공항공사.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은 환승객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 확대, 환승시설·서비스 개선, 적극적인 환승마케팅 등을 환승객수가 지속 성장했왔다”며 “인천공항 환승객은 2001년 162만명에서 2013년 702만명으로 연평균 13%씩 지속적으로 성장, 환승률이 2001년 11.4%에서 2013년 17.1%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잘나가던 인천국제공항에 검은 위기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라며 “낙하산 사장 문제에서부터 전반적인 개혁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성장세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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