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쇄신 노림수 vs 진헌진 고문 통한 수렴청정?

▲ 사진=네이버 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태광그룹 금융사에 예상 밖 ‘깜짝 인사’가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사에서 시작된 경영진 교체 작업이 나머지 그룹 계열사까지 적용될지의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태광그룹은 심재혁 태광산업 부회장이 이호진 전 회장이 구속된 2012년 말부터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새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진 진헌진 경영고문과 심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 측은 금융사 수장들의 잇단 사퇴를 두고 ‘일신상의 사유’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신·구 경영진간 교체 작업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흥국생명·흥국화재 CEO ‘깜짝 사의’…경영진 교체 ‘활발’
심 부회장-진 고문, 그룹 경영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


금융사 수장 전격 사퇴


지난달 30일 보험업계 및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윤순구 흥국화재 사장은 갑작스런 사퇴의사를 밝혔다. 앞서 16일에는 변종윤 흥국생명 전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불과 2주 동안 태광그룹 계열 금융사 대표 수장 2명이 옷을 벗게 된 것이다.


특히 윤 사장의 경우 취임 1주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윤 사장은 메리츠화재 임원 출신으로, 지난해 6월 김용권 전 사장의 뒤를 이어 흥국화재를 진두 지휘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신구 교체 작업 차원이 아니라 그룹의 경영 간섭이 심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두 금융사 사장의 ‘줄사퇴’를 두고 가장 지배적인 의견은 업계 불황으로 인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흥국생명의 경우 생보사라는 특성상, 지속되는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빅3’ 위주의 업계 편중 현상이 점차 심화되는 것은 물론, 저금리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영업 환경에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단순히 금융계열사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이 빠진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 전반적인 혁신의 필요성 역시 대두됐을 것이란 업계의 관측이다.


변 전 사장의 사임 직전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대한화섬 역시 지난 3월 CEO 교체를 단행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는 것. 태광그룹의 섬유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당시 영업, 구매, 신소재 등 섬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섬유 소재 전문가로 알려진 이중호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잇단 사퇴 <왜>


보험업계에 따르면 먼저 변 전 사장의 경우 지난 15일 이미 태광그룹 측으로부터 사실상의 퇴진 요청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에서 자체 진행한 계열사 경영진단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등장했지만, 사실상 그룹 측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변 전 사장은 지난해 재선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실적 자체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변 전 사장의 임기 만료 1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퇴임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영진단 역시 마무리된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변 전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지 불과 며칠 후에 사측이 신임 사장에 김주윤 흥국자산운용 사외이사를 내정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추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 이사회 및 주총을 통해 차기 대표를 내정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작업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번 경우에 이례적으로 내정자에 대한 공식발표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사측이 이미 내정자를 정해두고 변 전 사장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흥국생명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변 전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갑작스레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김주윤 신임 대표는 자산운용분야의 전문가로, 저금리로 인해 역마진까지 예상되는 현재 업계의 상황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 대표로 내정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교롭게 흥국화재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사의를 표명한 것일 뿐, 특별한 의도 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태광 측의 움직임에 대해 진헌진 고문이 최근 그룹 경영의 고문직을 맡았다는 점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 고문은 이호진 전 회장의 서울대학교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진 고문은 지난 2008년 흥국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적부진으로 취임한지 불과 수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티브로이드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면서 이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활동했다.


결국 경영일선에 복귀한 진 고문의 의중이 금융사 수장들의 줄사퇴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진의 신구 교체를 통해 그룹 재도약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것.


특히 변 전 대표가 오용일 전 태광그룹 부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이호진 전 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진 고문이 복귀하면서 오 전부회장의 측근 인사들을 물갈이하는 차원에서 변 전 대표 역시 교체의 대상으로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전 회장의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서 금융사를 시작으로 대대적 경영진 교체작업을 통한 그룹 쇄신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진 고문과 심 부회장을 앞세워 이른바 ‘대리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자신의 뜻을 경영 일선에서 그대로 적용해 줄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또 현실성이 높지는 않지만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한편 재계관계자들은 “이 전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룹 내 활발한 인사 교체 바람이 불 것”이라며 “금융사는 물론 그룹 계열사 전체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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