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금융, 우리 손에 달렸다”

▲ 사진=네이버 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지난해 12월 삼성그룹이 대대적 인사이동을 실시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특히 삼성 내 대표 금융사 4곳의 ‘안방마님’들의 업계의 평가와 이들의 각오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국내 금융을 글로벌 수준까지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 CEO들의 감회와 올 한해 경영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탁월한 조직관리 능력으로 정평
‘운용 전문’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생명→화재’ 승진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 ‘맞형 생명, 소통’


올해 김창수 사장은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사장이 삼성그룹 금융사의 ‘맞형’인 삼성생명의 사업 구조 재편의 중책을 맡게 됐다는 평가다.


물론 지난해 삼성화재의 튼실한 실적을 바탕으로, 보다 규모가 큰 삼성생명을 맡아 운영할 능력이 충분할 것이란 그룹 내 신뢰가 깔려있다.


김 사장이 삼성화재에 처음 취임했을 때 삼성화재는 성장에 정체가 찾아온 상태였다. 그는 사업다각화와 해외진출에 역량을 집중했다. 결국 취임 1년 만에 국내 손보사로는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보험 직판을 성사시켰다.


삼성화재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전체 보험사 중 6위, 외국자본계열 중에서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국내 1위’ 타이틀도 굳건히 수성했다.


이에 삼성생명의 4분의 1 수준의 자산규모의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알려진 김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비서실과 에스원을 거친 후 또 다시 물산으로 돌아와 상사부문 기계플랜트본부장을 맡았다. 2012년 삼성화재 사장 자리를 맡아 탁월한 조직 관리 능력으로 단기간 내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결국 김 사장은 올해 규모가 더 큰 삼성생명 사장 자리에 임명됐다.


김 사장은 올 해 삼성생명 취임 이후 ‘현장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소통’을 중요시한다. 삼성화재 사장 시절에도 현장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자주 가졌으며, 꾸준히 영업현장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새해부터 임직원 간담회를 현장 영업 관리자와의 미팅 형식으로 진행, 사장실로 수도권 지점장 12명을 초청했다.


그는 “보험사의 근간은 영업조직이므로 현장이 우선시 돼야한다”면서 “틈나는 대로 영업현장을 찾아 아이디어를 얻고 건의사항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사장은 전용 블로그인 ‘CEO 열정 Tal’를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하고 경영철학과 활동 모습, 현장 방문 얘기 등을 전하고 있다. 아울러 임직원과 컨설턴트가 자유롭게 댓글을 남겨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경영의 과거형은 관리이고 현재형은 소통이며 미래형도 소통’이라고 할 정도로 소통을 강조했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사장의 현장경영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한 달에 1~2회 신인·팀장급 등의 컨설턴트, 여사원, 각 부서별 임직원, 신입사원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해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국의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회사 현안 등을 김 사장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도 종종 마련한다.


삼성생명의 경쟁력을 ‘소통’을 근간으로 한 현장경영에서 찾겠다는 김 사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삼성화재 안민수 사장, ‘책임경영’ 진두지휘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삼성생명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삼성생명 내에서도 운용 전문가로 익히 명성을 떨치다가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20일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사장은 취임 4개월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삼성그룹 금융사를 대표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양 쪽을 모두 비교 경험해본 안 사장의 감회는 특별했다.


특히 삼성화재가 생명에 비해 좀 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삼성화재가 올 한해 해외 자산운용의 비중을 높이고, 미국시장에서 중소기업 시장 중심의 B2B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안 사장은 지난달 삼성화재 주식을 4억원어치나 매입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책임 경영의 포부를 밝혔다는 평가.


삼성생명 재직 당시 받았던 주식을 모두 처분한 자금으로 삼성화재 주식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사장 역시 “그 돈으로 삼성화재 주식을 샀다. 그만큼 삼성화재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사장은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단기성과보다는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를 졸업해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비서실로 이동해서 일하다가 1994년 삼성생명 자산운용을 담당하면서부터 계속 삼성생명에서 근무했다. 뉴욕투자법인장, 투자사업부장, PF운용팀장,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쳐 2011년 삼성생명 부사장이 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화재 사장으로 발탁됐다.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 ‘삼성전자 DNA 접목’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1984년에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 인사팀에 발령받았다. 그는 올해 삼성카드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약 28년간 삼성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북미총괄 인사팀장도 역임했다.


원 사장은 평소에도 삼성전자가 초창기부터 ‘인재 제일’의 경영 이념을 내세웠다는 점을 들면서 “다양한 조합이 일을 잘한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을 잘 조합하면 시너지가 폭발한다. 삼성카드에도 많은 인재가 있으므로 잘 격려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실제 ‘인사 전문가’ 원 사장은 취임 4개월째 접어든 지난 1일 삼성생명빌딩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의 본질은 전자와 카드가 동일하지만, 카드는 신뢰를 기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 사장은 국내 카드업에 대해 경쟁이 치열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근본 체질을 바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늘려 삼성카드만의 실용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업계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의 장점과 브랜드 역량이 우수한 현대카드를 언급하며 이들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SK의 모바일결제 역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삼성카드가 비용 절감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는 진단도 빼놓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는 것. 또 삼성전자와 삼성카드의 협업 분야 확대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원 사장은 향후 숫자카드를 상품별로 정비하고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대표상품으로 육성하고 제휴 특화카드의 라인업을 재정비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 한 해 상품서비스와 마케팅 등 핵심 역량을 높이고 신사업 추진, 모바일 결제와 같은 신성장 동력도 적극 찾아 나설 방침이다.


또 최근 사회적 이슈인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달 삼성카드는 소비자 보호위원회를 발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 신뢰 받는 회사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 헌장을 선포했다.


다만 인사 분야 전문가인 원 사장이 카드 업계의 불황 속에서 실제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



▲삼성증권 김석 사장, ‘고객신뢰 회복’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 개편에서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삼성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012년 취임 이후 벌써 3년 째 삼성증권의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통 금융맨으로, 체이스맨해튼은행을 통해 처음 금융사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삼성 측에 스카우트 돼 19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재무담당 이사로 삼성에 입성, 이후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에서 골고루 현장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11년, 당시 삼성자산운용을 이끌다 2년 만에 삼성증권에 복귀했다. 김 사장은 삼성 금융사 수장 중 유일하게 외부 출신 인사다.


사실 지난해 증권업계가 극심한 부진으로 고통 받으면서 삼성증권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대표 증권사를 자부하는 삼성증권이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해 10대 그룹 상장사 중 가장 많은 감소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4~12월) 삼성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79%가 감소한 240억원에 그쳤다. 다만 구조조정 등을 통해 1000억원 대 비용 절감을 이뤄냈고 동양·현대 등 대형 증권사들이 휘청이는 가운데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아 유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김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당시 삼성증권의 주가가 3만원대로 추락하면서 한때 시가총액도 2조90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2조7700억원 규모의 대우증권이 삼성증권의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 증권업계 선두 자리를 위협받게 된 것이다.


유임에는 성공했지만 삼성증권 주가가 1년 새 30% 이상 내려앉는 등 지속된 주가하락은 김 사장에게는 큰 압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김 사장은 올 초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자사주 매매 시점의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사장으로서는 임직원들을 대표해 책임 경영 의지를 제고하고 주가 상승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한 것.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삼성증권 수장 자리를 맡은 후 김 사장은 탁월한 업무 역량으로 회사의 신뢰감을 높였단 평가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개인고객 자산관리 부문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2012년 12월 삼성증권은 부사장급 조직인 ‘SNI본부’를 신설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증권은 타 증권사에 비해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다. 삼성증권의 예탁자산 1억원이상 고액자산가들은 현재 7만8000명 수준으로 업계 선두권이다.


올해 김 사장이 각별히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은 ‘고객 신뢰’ 회복이다.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동양사태 등으로 증권업계를 비롯한 금융사들에 고객들의 ‘불신’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이에 김 사장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수익률 회복을 통해 단순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되찾는 일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


그는 언론에 수차례 “고객 수익률이 낮다면 판매실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직원 평가 역시 특정 고객에게서 실적을 많이 올린 직원보다는 많은 고객에서 고른 실적을 거둔 것이 의미 있다”고 강조해왔다. 평가보상제도를 고객 수익률과 연계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IB(투자은행) 부문에서도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상품구성도 다양화 시킨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를 통한 자문도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글로벌 IB를 비롯해 경제연구소, 산업 및 학계 전문가들과 연계해 차별화된 상품 발굴을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