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끌어안고 속앓이 ‘끙끙’?

▲ 사진=네이버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두산그룹의 금융자회사 두산캐피탈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두산캐피탈은 지난 2009년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당시 금융사 ‘편법 보유’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이면서, 2년 연속 수백억의 영업 적자까지 기록하는 등 그룹 입장에서는 ‘애물단지’와 다름없다.


현재 두산 측이 두산캐피탈 재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페셜경제>는 두산캐피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해외법인에 지분 넘겨 논란
재매각 추진 난항…자회사 BNG증권도 최근 인수 결렬


이달 초 두산그룹의 금융자회사 두산캐피탈이 결국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지난달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캐피탈 및 두산그룹은 잠재적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쪽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반 자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의거, 두산캐피탈 매각을 수년간 추진해왔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결국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에 지분을 넘겼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편법 논란이 제시되면서 결국 재매각을 시도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산그룹은 삼정KPMG 회계법인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해외 계열사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 등을 통해 두산캐피탈 보통주 21.76%, 우선주 23.8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2012년 말 두산캐피탈을 산업은행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가격 차이로 무산됐으며 결국 공정거래법 준수 시한을 경과,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5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골칫거리 ‘캐피탈’


지난 1월 경제개혁연대는 두산캐피탈과 BNG증권 등 두산그룹의 편법적인 금융자회사 보유와 관련,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 마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은 2009년 당시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BNG증권은 두산캐피탈이 97.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유예기간인 2년 내에 지분 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후 두산은 2010년 11월 기준 법위반 상태에 있던 건들에 대해 유예기간 재연장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이 가운데 7건에 대해 두산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추가 유예기간 연장이 만료되는 2012년 12월 31일자 기준 두산캐피탈의 사업보고서에는, 두산중공업 및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 ㈜두산이 0.43%의 두산캐피탈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즉,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두산 측은 여기서 법망을 교묘히 회피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2013년 8월 공시에 따르면 2013년 5월 28일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 중이던 두산캐피탈 지분 각각 400만 주씩 총 800만 주를 모두 현물출자 방식으로 해외법인인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에 매각, 이들을 최대주주로 만들었다.


지속되는 편법 논란


경제개혁연대는 두산그룹의 금융자회사 두 곳이 각각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100%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해외 현지법인으로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제한 규정이 국내회사에만 한정된다는 점을 악용, 법망을 교묘히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즉,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 중이던 두산캐피탈 지분을 각각의 완전자회사에게 넘긴 것은 해당 자회사들이 해외법인이라는 이유로 규정에서 자유로워 진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공정위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위반으로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를 대상으로 각각 7000만원, 28억원,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두산캐피탈의 BNG증권 보유에 관해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56억39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 제재는 2013년 1월~5월까지의 규정위반 사항에 한정됐을 뿐, 이후 해외계열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추가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즉, 비교적 ‘부담 없는’ 과징금 처분만으로 금융계열사 보유 상태를 지속할 수 있게 방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측은 “해외계열사를 이용한 편법으로 사실상 이들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한 추가 제재 여부는 쟁점으로 남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실제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두산그룹을 비롯한 일부 재벌그룹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아울러 현행 법령상의 한계로 제재가 어려울 경우 관련 법률과 시행령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두산캐피탈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행 사항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BNG증권은 어쩌나


일부 언론을 통해 두산그룹 측은 “캐피탈의 매각이 여의치 않아 일단 해외법인에 넘겨놨던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봐주기’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시선이 곱지 많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두산캐피탈의 최근 실적도 문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규모는 289억원으로, 전년의 879억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두산캐피탈의 자회사 BNG증권의 매각까지 무산 된 것으로 나타나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더욱 곤란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18일 <인베스트조선> 등은 두산그룹이 추진해온 BNG증권 매각 건은 무위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당초 BNG증권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혔던 갑을상사 측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BNG증권 대주주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4월 갑을상사와 약 44억원에 BNG증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에 맞지 않는 문제들이 발견,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두산그룹이 BNG증권을 모회사 두산캐피탈과 패키지 형태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방식은 두산캐피탈 매각에까지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수년간 증권업 자체가 극심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두산캐피탈과 BNG증권의 실적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BNG증권의 매각은 진행 중이며,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고액연봉 논란


두산캐피탈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수백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진영호 대표가 5억26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고액 연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규모가 두 배 이상 크고 해마다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아주캐피탈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임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과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


한편, 두산캐피탈 매각 작업이 늦어질수록 쏟아지는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이란 점에서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오도 가도 못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두산캐피탈의 새 주인이 누가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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