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주에 빠진 ‘수공’

▲최계운 한국수자원 공사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물자원의 효율적인 개발과 관리를 통해 국가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국가 물관리를 위해 4대강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부채가 증가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4대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에게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도록 해 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다”며 수공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했다.


수공은 지난 2009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규모만 7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취임한 최계운 사장이 MB정부시절 4대강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가졌던 여권 인사인 것이 알려지면서 낙하산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국가 물관리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봤다.


지난해 7월말 MB맨으로 불렸던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5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두 차례 재임하며 한국수자원공사를 진두지휘했다.


김 사장은 2008년 취임한 이후 MB정부 역점사업이었던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공공기관 기관장 중 가장 먼저 사의를 표명했으나 태국 통합 물관리사업 수주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표가 미뤄졌다.


‘4대강 논란’ 중심


지난해 11월 한국수자원공사를 이끌 새로운 수장에 최계운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곧바로 최 사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바로 4대강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MB정권에서 4대강 사업의 최일선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앞섰던 만큼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신임 최 사장은 인천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낸 인물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운하정책환경자문교수단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단순한 자문교수단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준 여당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대강을 추진했던 여권 인사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속적인 경영혁신, 국민과의 소통강화 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을 먼저 찾아 해결하면서 물 관리 전문 공기업 역할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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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학적 미래지향적 물관리, 신 비즈니스 모델 및 특화기술 개발 등을 통해 물 산업을 활성화 하겠다”며 “투명하고 청렴한 조직 풍토 조성으로 노사 상생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4대강 부채 7.1조 늘어


한국수자원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금융부채다.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았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2009년 이후 7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부의 핵심 정책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탓에 관련 기관인 수공이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수자원공사를 가스공사와 도로공사와 함께 공공기관 부채증가를 주도한 12개 공공기관의 하나로 꼽았다.


4대강 사업에 따른 금융부채 증가분은 지난 2009년 1,000억원으로 크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2010년과 2011년 3조1,000억원씩 부채를 더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에는 8,000억원을 더해 수공은 2009년 이후 총 7조1,000억원의 금융부채를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공의 부채해결에 걸림돌은 또 있다. 바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이다. 기재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수공의 부채가 12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08년 이후 5년 동안 수공의 부채 증가율이 연평균 62.4%를 나타냈다며 2009년 시작된 경인 아라뱃길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라 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공의 부채 상황을 중점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수공 등 12개 공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포함한 강도 높은 부채감축계획을 세워 기재부에 제출하고 이행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불필요한 공사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자산매각을 활성화, 기관장의 부채감축 노력 점검 등을 통해 공기업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4대강과 경인 아라뱃길 등 정책 사업을 수행하면서 채무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미 단수 책임


수자원공사는 최근 잇따른 손해배상 판결과 비정규직 해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1년 5월 경북 구미광역취수장의 물막이 보 유실로 대규모 단수사태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취수장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법원은 책임을 물었다.


지난 2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는 구미시민 1만6000여명이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공이 시민 1인당 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자원공사는 사고 예방 등 대처가 미흡해 많은 시민이 고통 받은 단수사태에 대해 일부 중대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해 4월에도 같은 내용의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원고와 피고측이 지난 해 4월과 이번 1심 판결을 나머지 원고인 시민들에게 적용하기로 해 수자원공사는 모두 17만여명의 시민에게 2만원씩 배상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4억원이다.


비정규직 ‘해고’ 물의


한국수자원공사의 청소 및 시설관리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기존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일부 근로자들이 해고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 집단 해고 ‘논란’…法 “구미단수 수자원공사 책임” 판결
‘스마트 신경영’ 선언, 공기업 혁신가속…글로벌 물기업 성장 중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는 지난 3일 한국수자원공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자원공사와 환경미화 및 시설관리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가 환경미화 노동자 7명과 시설관리 노동자 3명 등 노동자 10명에 대해 부당해고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자원공사와 새로 계약한 용역업체가 근로자를 해고했다”며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도 문제가 있다. 정부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하청업체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원인이 추상적인 유권해석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하청 업체에 고용승계 공문을 보냈고 용역 근로자를 보호하라는 정부지침에 따랐다”며 “하청 업체와의 계약 조건을 보고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검토는 하겠지만, 원청이 고용승계를 강요하는 것은 경영권 간섭”이라고 해명했다.


스마트 신경영 선포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일 새해를 맞아 물관리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바꾸겠다는 혁신의지를 담은 ‘스마트 신경영’을 선포했다.


스마트 신경영은 수공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체에 건강한 물 공급으로 물 관리 패러다임을 일대 전환한 것으로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원수에서 수도꼭지까지’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 공급 전 과정에서 수량과 수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그 결과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의 선진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물 처리공정이 유해물질 제거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몸에 이로운 미네랄 등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처리공정으로 개선한것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물 전문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소외지역, 도서지역, 농어촌지역 등 이른바 물이 부족한 지역에 광역상수도 공급을 확대하고 취수원 개발을 지원하는 등 지역 간 물 서비스에 대한 형평성도 제고해 국민 물복지 실현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최계운 사장은 “수공은 모든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국민을 최우선에 두고 물관리 패러다임의 근본적 혁신으로 국내외 물문제 해결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공은 기존의 틀을 버리고 전면적인 체질 혁신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의 힘과 열정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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