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에서 존재감 과시했으나…“나 떨고 있니”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동양사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두산그룹이 제2의 동양사태를 맞는 것은 아닌지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제2의 동양사태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GDR방식으로 4250억 원의 자본 조달을 추진하면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됐다.

지난 2007년 5조3000억 원에 인수한 건설기계 생산업체 ‘밥캣(DII)’ 때문이다. 두산건설에 HRSG 사업을 양도하면서 두산건설을 구했지만 두산중공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설상가상 두산중공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박용만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평소 SNS를 통해 소탈한 CEO의 이미지와 더불어 ‘소통’을 강조했으며 또 대한상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남다른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스페셜경제>에서는 또 다른 동양사태 변수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두산그룹에 대해 짚어봤다.


밥캣‧두산건설에 ‘빨간불’…공격적 M&A ‘독’ 됐나
두산중공업 세무조사까지…엎친 데 덮친 격 ‘고심’


최근 금융당국이 국정감사를 통해 “현 정권 내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제2의 동양사태를 막자는 의미와 동양 위기를 알고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일 국감에서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없어 부실이 계속 이연(연장)됐다”며 “이번 정부는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갈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과거 공격적인 M&A로 주목받았던 두산그룹은 현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밥켓’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맞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건설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두산건설 또한 두산그룹의 유동성을 어렵게 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 지난 2월 두산그룹이 1조원 규모의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두산중공업의 배열회수 보일러인 HRSG 사업을 현물출자해 5700억 원을 마련한 바 있다. 두산건설 역시 4500억 원 규모를 유상증자해 1조 2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해 유동성 위기를 한 차례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대규모 부실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 못해


두산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17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29조 원, 부채총액 10조 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190% 이나 연결부채비율은 405%로 세번째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2007년부터 계속 400%대의 연결부채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연결이자보상배율은 2009 년과 2012 년에 1배 미만 이었으나, 그 외의 연도에는 1배 이상을 기록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두산그룹의 연결이자보상배율 분석 결과 재무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 연결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

연결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하며,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연결대상이 되는 회사 간에는 출자거래뿐만 아니라 매입, 매출 등의 내부거래도 제거되지만 연결대상이 아닌 회사와는 출자거래만 제거되므로 그룹 내 모든 내부거래를 제거하지 못한다.

이에 연결이자보상배율을 참고하기도 하는데 두산그룹은 405%의 연결부채비율이지만 연결이자보상배율은 1배 이상으로 재무구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

두산그룹은 지난 2011년 양호한 연결이자보상배율을 보였으나 2012년 약화됐다. 특히 두산그룹의 경우 연결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있어 부실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방안 발표 전 지난해에도 4조8000억 원대의 금융 차입금과 5조 2000억 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두산그룹 연결부채비율(단위:%, 배, 출처:경제개혁연구소)
두산건설은 지난 2월 자본확충으로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대비 6050억 원에서 올해 말까지 1조7369억 원으로 늘어나고 순차입금은 1조7280억 원에서 8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546%에서 148%로 대폭 축소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두산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에게서 HRSG사업을 추가하면서 화공플랜트사업인 메카BG텍와 함께 플랜트 기자재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건설이 플랜트나 해외수주 보다는 ‘내수’에만 치우쳐 있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알짜사업’ 양도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가치 8738억 원 고무의 HSRG 사업부를 양도했다. 이 HSRG 사업은 세계 2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업으로, 지난해 매출 3096억 원에 영업이익만 669억 원인 알짜 사업이다.

지난해 수주물량을 이미 기확보하고 있는 만큼 올해 4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는 사업이다. 당시 두산그룹은 유상증자도 병행했지만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수익 확대를 위해 사업성 있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벌이던 ‘알짜’ 사업을 두산건설에 양도하게 된 셈이다.


건설 3분기 잠정 ‘흑자’…8부 능선 넘었다?


당장 두산건설은 지난달 29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두산건설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매출액은 5354억 원, 영업이익 14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5100억 원에 비해 96.2%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548억원이 마이너스고 당기순이익 또한 –443억 원이다.

흑자로 전환한 만큼 두산그룹에서 가장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두산건설 문제가 일단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의 고육지책이 다시 한 번 통한 것이다.


급한 불 껐지만‥4억불 규모 GDR 발행 <왜>


두산건설에 대한 유상증자와 사업양도를 통해 두산건설은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 계열사인 ‘밥캣(DII)’의 유동성 위기가 다시 한 번 그룹으로 번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은 두산그룹이 소비재 중심 기업에서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으로 변환을 시도하면서 인수한 기업이다. 굴착기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두산그룹은 그룹 주력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자회사인 밥캣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425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인 GDR을 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JP모건과 HSBC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정해 GDR 발행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분석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재 부채비율은 305.97%로 지난해 전기말 283.71% 보다 상승했다. 전기말 대비 자본 변동 폭 보다 부채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검토 결과와 시기 등에서는 공시한 대로 확정 후 공시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기 지속돼‥부채비율 305.97%


사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을 인수하면서 끊임없는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 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7년 계열사인 두산엔진과 함께 약 51억 달러에 밥캣을 인수했다. 이 사업 인수로 두산은 소형건설장비(Compact Equipment)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밥캣 등 3개 사업부문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존 중대형 건설중장비와 접목해 완벽한 제품 라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 됐다. 두산그룹은 2007년 12월 밥캣 인수 완료 후 끊임없는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차입금 증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던 것이다.

밥캣 인수 초기 차입금은 당초 6500억 원이었으나 원 달러 환율이 상승해 일시적 외화 평가손이 4000억 원 발생했다. 여기에 기존에 사용하던 8억 달러 정도의 무역금융(Usance)도 환율 상승으로 일시적 외화 평가손 4500억 원이 발생하면서 장부상 차입금이 총 1조5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후 두산은 지난 2011년 밥캣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켓 자체 보유 자금으로 9000만 달러를 상환키로 했다. 또 1억3000만 달러의 김치본드와 글로벌본드(4억8000만 달러)를 발행해 상환하기로 했다. 남은 17억2000만 달러는 채권단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으로 조달하게 된다.

이에 만기는 기존 2012~2014년에서 2015~2017년으로 연장된다. 또 기존 신디케이트론의 조건인 ‘부채/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익(EBITDA) 7배 이하 유지' 약정 조항은 '총 차입금/자기자본 비율 200% 이내’ 기준으로 완화됐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305.97%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GDR 발행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3분기 밥캣 매출이 되살아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에 1조8795억 원의 매출액과 10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이 같은 선전에는 ‘밥캣’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밥캣은 3분기 9144억 원의 매출과 8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372억 원을 거뒀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 실적과 관련 “두산인프라코어가 계절적 비수기에도 이자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두산중공업 연결관리 실적
두산중공업 어쩌나…3분기 결국 적자전환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두산건설에 세계 2위 경쟁력의 수익 사업을 떼어준 후 바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당시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무난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두산건설 대규모 충당금으로 인해 적자전환 됐다”며 “신규수주 부진과 HRSG(배열회수 보일러)사업 제외 등으로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계열사 중 가장 부채가 높은 그룹에 속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자산총액 13조5244억 원, 부채총계 9조148억 원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3분기 연결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3분기 매출액 4조5515억 원, 영업이익 2211억 원을 거뒀다. 전년 3분기 매출액(4조 8339억 원) 대비 5.8% 매출이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1755억 원) 보다 25.9%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 181억 원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내 확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수주가 4분기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3분기 수주가 부진했고, 수주잔고도 수주 대비 매출 증가에 따라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분기 계절성에 따라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발전부문 비중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4분기 대형 수주 인식 이후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세청, 두산중공업 세무조사 착수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두산그룹을 책임지는 양대축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로,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까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5년 이후 만 7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두산측은 정기세무조사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2005년 조사에서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10개 계열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세무조사 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포스코,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세무조사 후 해당 기업들이 곤혹을 겪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불똥’이 떨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국내 재계 역사 중 가장 오랜 장수기업으로 꼽히는 두산그룹.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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