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매일매일 노사간의 갈등과 충돌에 머리가 아픈 시간의 연속이다.


그리고 질문은 매일 계속된다. 한국은 과연 노동3권이 보장된 나라인가? 노동자의 마지막 저항권인 파업이 막무가내식 직장폐쇄와 정권의 비호를 받는 공권력에 의해 ‘합법’적으로 진압되는 이 땅에서 노동자들이 “나는 노동자”라고 외칠 수 있는 과연 있는 것일까.


진정 우리 사회는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재벌과 친기업 위주로 움직여야 하는가.


기업의 구조적 모순에 반대하는 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빨갱이로 평가받으며, 탄압을 받아야 되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차기 정부에서도 반복되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 자신이 근로 노동자라는 것이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잊고 살 때쯤, 언젠가 내 자신도 기업주로부터 억울하게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현실에 대한 외면은 언젠가 우리 삶을 반드시 옥죄어 온다. 우리가 외면했던 이웃의 노동권 파괴는 곧바로 부메랑이 돼 우리 직장, 나의 일자리 파괴로 되돌아온다.


지난 27일 새벽,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 안산공장에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이 들이닥쳐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무차별 폭행했다.


SJM 사측이 이날 기습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이를 노조에 알리지도 않은 채 용역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끌어낸 것이다.


투입된 용역들은 방패와 헬멧, 곤봉으로 무장한 채 쇳덩어리와 소화기 등을 던지며 공장 안에 있는 노조원들을 폭행하고 공장 밖으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삼십여 명의 노조원들이 부상을 당하고 그 중 십여 명은 치아가 함몰되고 팔다리가 골절돼 입원했다.


지난 달 중순부터 SJM 노조는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과 부서별 순환파업 등 소극적인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그런 가운데 SJM 사측은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고, 회사의 재산과 시설 보호 차원”에서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파업에 의해 심각한 손실을 입을 경우 사측이 사용하는 ‘방어적 수단’인 직장폐쇄를 악용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용역을 투입시킴으로써 방어수준을 넘어 공격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JM사측이 직장폐쇄를 악용해 ‘민주노조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측이 노사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해 노조의 집단행동을 유발시킨 뒤 직장폐쇄 조치와 함께 용역을 투입시켜 결과적으로 노조의 장기파업을 유도하고, 이후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때 사측은 비노조원들과 관리직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시켜 파업에 대한 피해는 줄이면서 노조파업의 힘을 잃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사례는 유성기업과 KEC, 상신브레이크 등 금속노조 산하 산업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직장폐쇄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격적인 직장폐쇄가 금지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공격적인 직장폐쇄가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준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증명하기 위한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성기업의 경우 노조가 ‘조합원 간담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조가 법원에 ‘직장폐쇄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노사간의 조정을 유도할 뿐 ‘공격적 직장폐쇄’라는 정식판결을 내지 않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0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운영위에서 “컨택터스(해당 용역업체)는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경호를 했던 업체이며, 민간인 불법사찰로 구속 기소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변호했던 법무법인 영포가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면서 “현 정부 이후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용역회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주요 노사분규 사업장에 수시로 투입되며 성장한 것은 현 정권이 취하고 있는 반노조 친기업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용역업체를 동원한 폭력적인 노동탄압을 현 정부가 묵인 및 방조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온 국민이 지구촌 평화 축제인 올림픽에 환호하고 있을 때 노동현장에선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력행위가 또다시 거리낌없이 저질러졌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법과 민주주의가 얼마나 땅에 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사태로 우리가 얻어야 할 힌트는 회사의 극단적 조처가 파업 장기화를 유도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벼랑으로 내몬 뒤 회사에 고분고분한 노조를 등장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던 행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직장폐쇄 남발을 막는 법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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