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들 본사 앞 시위도 모자라 100곳 ‘동시 휴업’까지?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거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서 브랜드 평판 3위에 오를 정도로 각광 받았던 토니모리가 최근 각종 구설수로 인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 2006년 설립됐으며, 당시 시장에는 미샤,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등 다양한 로드샵 브랜드들이 생겨 각축전을 벌이던 때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토니모리는 확고한 소비자층을 확보하면서, 설립된 지 약 9년 만인 지난 2015년 상장에까지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토니모리를 ‘로드샵 신화’라고 불렀으며, 탄탄대로만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지난 중국에서의 판매율 저조로 인해서,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구설수가 불거진 건 이러한 적자 속에서도 토니모리가 배당을 확대하고, 상생을 해야 할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토니모리가 경영 정상화에 힘써도 모자를 시기에 내부적으로는 오너일가 배불려주기에 치중하고, 밖으로는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키우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로드샵 신화’에서 ‘문제 기업’으로 전락한 토니모리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주요 상표권 ‘배해동 회장’이 독점하고 있다?…‘문제없다’
中 기업과 계약해지 장 마감 후 공시…‘올빼미 공시’ 의혹?



‘1세대 로드샵 기업’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오던 토니모리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은 진출했던 중국 사업이 꼬꾸라지면서부터다. 토니모리가 중국 현지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중국 전역에서는 K뷰티 붐이 불었고, 국내의 많은 로드샵 브랜드들이 너나할 것 없이 중국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야심찼던 계획과는 다르게 지난 2016년부터 불거진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 내 ‘반한(反韓)기류’를 퍼뜨렸고, 국내 기업들은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기업이었던 토니모리 역시 이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쯤부터는 중국의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중국시장 내에서의 ‘경쟁’이 더 심화됐다.


상황이 더 악화되자 결국 지난달 28일 토니모리는 중국 화장품 유통 업체 디엠엑스(DMX)와 공급?유통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토니모리 측은 DMX가 공급받은 물품을 현지에 제대로 유통시키지 않고, 최초에 맺었던 계약과 달리 연간 최소구매 금액의 80% 물량도 구매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토니모리가 지난 2017년 10월 DMX와 계약할 당시 계약 규모는 5년간 23억 5000만위안(약 4000억원)으로, 이는 연결 매출의 172%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DMX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서 판매?공급 지역이 중국 전 지역에서 상하이 등 일부 지역으로 축소됐었다.


이와 관련해 토니모리 측도 “지난 2016년 시작한 중국 로드숍 사업을 지난해 철수했다”면서 “남은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적자가 확대된 것이고, 대신 온라인 및 유통 채널을 통해 진출할 단독샵은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치이고 밀린다


문제는 경영난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국내 시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토니모리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1810억원으로 지난 2017년에 비해서 12%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41.8%로 확대됐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도 있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와 같은 ‘H&B스토어’에 밀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H&B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원브랜드(하나의 브랜드) 매장인 로드숍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로드숍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이나 경영난과 같은 문제는 ‘토니모리’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닌 셈이다. 토니모리를 제외하고 미샤, 클리오, 더페이스샵 역시도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토니모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렇게 열악한 상황임에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전을 강구하기보다, 리스크를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DMX와의 계약을 해지 후 공시하는 과정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토니모리는 ‘DMX’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사실을, 3·1절로 인해 사흘 연휴를 앞두고 있던 지난달 28일 장 마감 이후에 공시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빼미 공시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올빼미 공시’란 악재성 내용을 기습적으로 공시하는 것으로, 대부분 연휴전날 장 마감 후 투자자의 관심이 떨어졌을 시간을 틈타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토니모리가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서 안팎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계약 해지 사실까지 알려지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올빼미 공시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년째’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도 오너 배당금↑


토니모리는 지난 2017년에 보다 2018년 적자폭이 더 확대되면서 실적 부진이 더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주식배당금은 지난 2018년 주당 50원에 2배 증가한 100원으로 책정됐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실적이 부진할 때 배당을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토니모리는 이와 반대로 간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배당 확대가 오너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토니머리 전체 지분 중 66.13%가 배 회장 일가의 지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해동 회장 32.12%, 배회장의 배우자 17.01%, 두 명의 자녀가 각각 8.50%를 보유했다. 이렇게 주당 금액이 높아지면서, 배당금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지난해 총 배당금은 2억 911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7억 4878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배당금의 절반 이상인 11억원을 가량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같은 과도한 배당정책에 대해서 오너일가 배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지난 12일 토니모리 측은 이사회를 통해서 “최대주주의 배당금을 없애고, 주주별 차등 배당을 결의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개인이 회사 상표권 소유?


이렇게 토니모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배 회장이 주요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다시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토니모리의 주요한 상표권을 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토니모리’ 회사명이 들어간 제품의 경우 배 회장의 명의로 등록되고 있고, 회사명이 붙지 않은 제품은 회사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다.


의구심이 드는 지점은 과거 토니모리의 기업공개(IPO) 과정이다. 통상적으로 상장 심사를 받는 기업의 경우 오너일가나 특수관계인이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으면 질적 심사에서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장을 하게 되면 불특정다수의 투자자와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소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인 인물이 회사의 핵심 자산인 상표권을 가지고 잇을 경우 원칙적으로 상장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래소는 토니모리가 지난 2015년 7월 유가증권상장시장에서 상장하는 과정에서 배 회장이 단독으로 소유한 상표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토니모리 측은 상표권을 회장이 소유하고 있지만 적법하게 계약을 맺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선 오너인 배 회장이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심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또, 배 회장이 소유한 상표권의 경우 ‘토니모리’라는 회사명이 들어갔다는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배 회장이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로열티를 위한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오너나 오너일가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회사는 매년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여러차례 상생안 제시했지만 ‘묵묵부답’?


이 뿐만 아니라 토니모리는 현재 가맹점주들과의 갈등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서울 서초구 본사 앞에서 수익배분 정상화와 상생안 수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심지어 이날 100여곳의 토니모리 가맹점이 동시 휴업에 나섰다. 점주들이 본사에 제시하는 상생안은 ‘마진율 정상화 경영 정상화’다. 가맹점주들은 시위를 진행하기에 앞서 본사 측에 여러차례 상생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본사 측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최후의 방법인 동맹 휴업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문제로 꼽는 것은 매 분기마다 진행되는 세일행사에 발생하는 손실이다. 최대 50% 세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할인을 할 시 발생하는 손실의 반 정도는 본사가 부담해줘야 하지만, 현지는 가맹점주들이 더 큰 폭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할인으로 인한 차액을 본사와 가맹점이 동등하게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온라인과 오프마켓에 토니모리 제품이 난무하는 것을 규제하고,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과 분배하는 것을 요구했다. 오픈 마켓에서 워낙 저가로 판매가 되다보니 가맹점주들의 영업 환경이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지성 가맹사업자협의회 회장은 “본사로부터 마일리지를 받고 제품을 다시 발주하는 이 과정을 3번만 반복하다 보면 3500원도 안 남는다”면서 “카드 수수료와 샘플 배치·증정 등 다양한 비용을 제외하면 절대 마진이 남지 않게 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가맹점주들이 나서서 이러한 내용의 상생안을 제시했으나, 아직 토니모리 본사 측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토니모리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안타깝다”면서 “현재 토니모리가 실행하고 있는 세일전략 및 정산률·공급가는 2014년 점주세미나 이후 실행된 정기세미나, 비정기 간담회 등을 통해 사전 협의 및 안내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스페셜경제> 측은 토니모리에 입장을 듣고 싶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니모리 측은 2014년부터 고지한 내용이고 협의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업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2014년도면 토니모리가 상장하기 직전이고, 한창 로드샵들이 인기몰이를 할 때다. 당연히 가맹점주들 수익 역시 좋았던 때였다. 당연히 그때 협의됐던 내용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면 업황이 나빠진 지금에서는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협의된 내용이라고 하는 것 역시도 본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전체적으로 로드샵 시장이 침체돼 있고, 그 가운데 업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당연히 경쟁의 최전방에 서 있는 가맹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 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본사가 나서서 업황에 맞춰서 정산률이나 공급가 등을 변경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토니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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