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1996년 그래피티를 시작한 이후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세계 곳곳의 벽 위에 본인의 시그니처를 새겨 넣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탕크(40)가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지난달 26일 부터 오는 22일 까지 진행된다.


탕크의 작품은 ‘낙서 그림’으로 정의되는 ‘그래피티’ 작가로 출발해, 탄탄한 작품세계와 한 차원 더 확장된 회화의 영역을 선보이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과 잉크를 캔버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Untitled, 60 x 60cm, Oil on canvas, 2019
Untitled, 60 x 60cm, Oil on canvas, 2019


나비가 화면에 날아들어 원을 그리듯, 그의 손짓 따라 캔버스 안에 남겨진 점들은 하나의 선 혹은 서클(circle)로 구현되고, 다시 백지상태로 되돌아간다.


작가의 다이내믹한 퍼포먼스가 그대로 연상되는 무수한 선들은 에너지 그 자체이다. 내면의 쉼표와 같이 비워진 여백은 동양의 절제미를 연상케 하는 신비감을 품고 있다.


탕크는 그의 아내의 나라,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설렘과 기대감이 작품 속에 가득 차 있다. 역동적인 마티에르가 눈길을 사로잡는 오일 페인팅을 비롯해 총 25점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동서양의 조화를 환상적으로 그리며, 아름다운 선과 색의 향연을 선보인다.


탕크는 본인의 정원을 글자와 그림으로 가꾸고 있다. 동양의 전통과 어반아트 사이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 블랙 앤 화이트를 쓰는 동시에 밝은색 쓰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작품에 늘 다이얼로그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Untitled, 100 x 100cm, Acrylic on canvas, 2019
Untitled, 100 x 100cm, Acrylic on canvas, 2019


화가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그는 본인의 감정을 그림에 새겨 넣는 방식이 심전도나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어떤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화면 가득 서클과 선으로 채워 넣는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음악적 이미지들이 진동이 온 듯 흘러내리는 선, 리듬, 색으로 표현되는 순간 온 몸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것이 탕크가 말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탕크 고유의 문자기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일종의 캘리그래피로 글자와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지만 의미는 없고, 미학적으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나의 작품 과정을 아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반복적인 형태일 뿐인데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어떤 내용을 읽으려 하는 반응이 즐겁다. 그러나 내 작품은 어떤 뜻이 없다. 그리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 작품을 봤을 때 그 느낌, 그것이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이다” 라고 말했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특별전, 부산 지하철역퍼포먼스


탕크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양국 간 젊은 작가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산에서 열린 프로젝트에도 프랑스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도시철도 입구에서부터 역사 안으로 이어지는 대형 기둥 8곳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캘리그라피를 새겨 넣었다. 아내의 고향에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게 된 셈이다.


현대적이고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자유분방함 속에 동양적 신비감이 흐르는 까닭은 어쩌면 한국인 사진가 아내 안선미 씨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는 “탕크는 이미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인도, 싱가포르, 리반, 모로코, 중국,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전시를 했다”며 “그래피티 아트를 일궈낸 세계적인 아티스트 탕크의 방문은 국내 컬렉터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역의 회화 파트로 다가올 수 있으나, 어느 회화작품보다도 회화성 짙은 그의 작품세계는 국내 콜렉터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작년과 재작년 국내그룹전과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25일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 직접 방문해 감상하길 권했다.


(사진제공=갤러리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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