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렸다.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가운데) 부회장과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협약 체결식 후 악수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 현대중공업·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4년 전 최악의 조선업계 불황으로 논의가 이뤄진 ‘빅2전환’(대형조선사 3개를 2개로 만드는 작업)이 공식적으로 착수된 것이다. 빅2전환은 이제 기업실사와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 등 허들을 넘으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조선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1월 31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맺은 ‘대우조선 인수에 관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현대중공업이 조선합작법인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의 지분 전량을 출자하는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이 산하에 대우조선을 계열사로 두게 될 예정이다.


양사는 공동발표문에서 빅2전환의 목표를 고용 안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조준하고 △대우조선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 근로자의 고용안정 △대우조선 협력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을 약속했다.


이로써 2015년 조선경기 침체와 함께 논의되던 빅2전환은 최종확정을 향한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게 된다.


하지만 빅2전환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대우조선 기업 실사와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 등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이날 본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대우조선 기업 실사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약 2조1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올해부터 대우조선은 매출 규모의 감소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올해 매출 목표는 8조1천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 예상치인 9조 원을 10% 하회하는 수준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매출이 올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본 계약 체결 전 불거진 ‘영구채 논란’에서처럼 실사 과정에서 계약 전 알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실사과정에서 평가가치가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이 판을 뒤집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독과점에 대한 논란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한국공정거래위원회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국가의 반대만으로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중국의 반대로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의 반발은 인수과정 내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본 계약이 체결되던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인수 뒤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인수 반대 시위를 벌였다.


특히 서울 다동 대우조선 서울사무소 앞에 텐트를 설치한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실사작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모양새다. 노조의 반발은 경남 지역의 경제와 민심, 심지어 내년 총선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장애물을 모두 뛰어넘는 데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업실사와 기업결합 심사까지 해결하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현물출자 및 조선합작법인 신주 취득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최종적으로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조선계열사가 된다.


여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뚫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수주와 실적관리 등의 안정화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가 본 계약 체결과 함께 이성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것 또한 이런 이유다. 1979년부터 대우조선에서 선박해양연구소장을 거쳐 미래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기술총괄, 조선소장 직을 역임한 그는 누구보다 대우조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최종 인수 확정까지 안정화 담당에 최적임자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한 가족이 될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양사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게 될 것”이라 전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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