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유니클로를 제외한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관의류)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SPA시장에서 유니클로가 1위를 달리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한국형 저가 SPA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라를 운영하고 있는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지난 2017년(2017년 2월 1일~2018년 1월 31일) 매출액은 3550억원으로 지난 2016년 3451억원 대비 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스페인의 인디텍스사와 롯데쇼핑이 각각 80%와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시장에서 진출한 이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국내 팬들에게 호옹을 얻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매출 3000억원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H&M을 운영하는 한국법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7년(2016년 12월 1일~2017년 11월 30일) 2000억원대 매출에 그친다. 지난 2013년 1227억원, 2015년 1569억원, 2017년 2387억원 매출을 거두면서 5년 동안 1000억원을 남짓 신장했다.


이는 글로벌 패스트패션시장을 이끈 이들 브랜드들의 아성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특히 한국 SPA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클로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자넌 2005년 한국시장에서 첫 진출한 유니클로의 매출은 지난 2013년 6900억원을 기록했으며, 2년 뒤인 2015년에는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1조 3732억원까지 매출이 신장했다.


글로벌 SPA브랜드인 자라, H&M 등이 한국형 SPA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기성 여성복 브랜드에 비해서는 가격이 싸지만, SPA 시장 내에서는 저렴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가격 대비 퀼리티를 따지는 가성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럽발 브랜드이기 때문에 한국인 체형에 사이즈가 딱 맞지도 않고, 세련된 기자인을 선보이긴 하지만 모든 연령대와 취향을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명확하다.


때문에 이들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자매 브랜드들을 국내에서 론칭하며 약점을 보완하고,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자라는 좀 더 고가라인인 마시모두띠를 비롯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 버쉬카 등을 선보였고 리빙브랜드 자라홈, 속옷브랜드 오이쇼 등을 운영하고 있다. H&M의 경우에도 더 모던하고 고급감 있는 콘셉트의 COS, 앤아더스트로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최근 SPA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론칭한 SPA브랜드들이 ‘저가’를 내세워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브랜드들이 이랜드그룹의 '스파오', 신성통산의 '탑텐', 삼성물산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등이다.


이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파오는 지난 2013년 매출이 1400억원에서 2014년 2000억원, 2015년 2400억원을 올리면서 이미 H&M을 제쳤으며, 지난해 매출은 3200억원을 기록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자라를 추격하고 있다.


톱텐의 경우는 2017년 2000억원 상당 매출을 달성했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국내 패션강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난해 1900억원 수준 매출에 그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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