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국민연금 칼날 향한다?…꼬리 끊기 위해서라도 적극 행보 예상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이어 남양유업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음 타깃이 누가될지 아직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은 ‘10%룰’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들 중에서 꼽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대상이 국민연금과는 악연으로 엮인 ‘삼성물산’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정권이 바뀐 지난해부터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 폭탄’을 던지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기 주주총회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아직까지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는 신세다. 결국 합병과 관련한 안팎의 이슈를 잠재우고, 삼성물산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주주권 행사를 더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이는 삼성물산에 대해서 낱낱이 짚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주총 안건 10건 중 5건 반대…‘이례적 행보’
‘감시의무 소홀’ 이유로 이사 재선임 반대표 던졌다


<본문>13일 재계에서는 오는 3월에 있는 삼성물산의 정기 주주총회가 국민연금으로 인해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있었던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총 10개 안건 가운데 5건을 반대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이현수?윤창현?필립 코쉐 사외이사 선임?최치훈?이영호?고정석?정금용 사내이사, 윤창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총8건의 인사선임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최치훈 대표이사와 이영호 사장(건설부문)의 사내이사,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윤찬형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등 5건에 대해서 반대했다. 반대한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승인한 인물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유리하게 산정되도록 노력하지 않고 소홀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반대표 행사에도 5개 안건은 모두 안건대로 통과돼, 해당 인사들 모두 이사 임기가 2021년 3월까지 연장됐다.


충격을 준 건 이처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재계는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합병 논란에 대한 ‘꼬리끊기’ 로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을 가능하게 한 ‘키맨(keyman)’으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연금 역시 같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 나아가서는 국민연금의 국민적인 신뢰도를 깎아먹었고,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의 악연을 끊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다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 삼성물산에게 앞선 한진그룹과 남양유업처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의 움직임 바로 ‘정부의 뜻’


사실 국민연금이 얼마나 삼성물산과의 ‘잔재(?)’를 처리하고 싶어 하는 지는, 지난해 7월 당시 합병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작성한 채준규 전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일정 부분 국민연금이 당시 합병에 대해서 자신들이 잘못된 표를 던졌다는 점을 시인하는 셈이다. 때문에 올해 있을 정기 주총에서는 삼성물산에게는 더 혹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은 5.96%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17.8%, 여기에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39.06%에 달한다. 단순히 지분만 놓고 따지면 국민연금의 반대가 삼성물산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던진 반대표가 결국 ‘사표’에 지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은 비롯 다른 기업들이 우려한 것은 국민연금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될 당시 가장 우려했던 점 중 하나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부 장차관급 인사가 4명이 포함돼 있고, 복지부 장관이 위원회 ‘수장’인 하는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즉, 정부의 뜻이 배제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행보가 결국 정부의 뜻이며, 지시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는 안건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그 자체가 기업에게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주주 중 하나라고 하지만 오너일가 등에 비해서는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민연금이 배당이 적은 남양유업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물론, 남양유업은 공개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외에 짠물배당을 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등은 이슈가 불거지기 무섭게 배당을 확대했다. 또 한진그룹 역시도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겠나. 결국 기업들이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더욱이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선 긋기를 위해서라도 더 매몰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국민연금이 압박하는 것에 맞춰서 어느 정도 대응은 하겠지만 사실 편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압박감을 상당하게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회계감리’ 받는다?…국민연금 압박 수위↑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에 엮이면서 끊임없이 ‘회계감리’ 등의 요구를 받았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는 마당에 분식회계로 회계감리까지 받게 되면 삼성물산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의 저격수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의 회계처리도 금융감독원이 신속히 감리를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도 이에 일리가 있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참여연대까지 가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힘을 실었다.


이들이 주장에 따르면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합병비율이 왜곡됐으며, 삼성바이오의 가치 부풀리기를 통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합병에서 유리한 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 의원이 앞서 공개한 내부 문건에서는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서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 9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에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 지분 51%에 대해 3조 5000억원으로 자산평가를 실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돼 합병 이슈 영향권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삼바 논란이 삼성물산의 회계감리 사안으로까지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삼성물산의 회계 감리까지 엮여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회계 감리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물론 ‘합병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삼성물산 역시도 위태로워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공고히 만들기 위해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도 눈감아주고, 합병 비율을 조작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삼성물산은 그 자체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에 적시하고 있는 ‘기업가치 훼손’에 해당하게 된다. 가이드라인에는 ‘검경의 수사 등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을 통해 임직원 횡령?배임, 부당지원, 경영진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위험이 있는 기업’는 조항이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서 삼성물산에 대한 압박은 수위를 더 높일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는 셈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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