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확정됐다.


거대 조선사의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양사 노조의 반발이 거세고 경쟁국의 견제도 예상되는 만큼 인수 과정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현대중공업이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삼성중공업 측에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이에 삼성중공업이 회신 기한 이전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인 조선통합법인과 사업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 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통합법인에 현물출자한 뒤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조선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수평 구조를 갖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통합법인의 1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대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하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1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양사 노조, 구조조정 우려…인수 반대 나서


하지만 인수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양사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조선회사가 합병할 경우가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2일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노동자와 지역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일방적인 매각(인수합병)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노동조합 운영위원회,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인수사실을)언론보도를 접한 노동자들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공분했다”면서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휴직으로 내몰린 수백명의 노동자들, 군산조선소 가동 문제 등 수많은 고용불안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상선 건조, 해양플랜트, 특수선 부문이 겹쳐 효율적인 경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영업과 설계, 연구개발, 사업관리 부문은 인수 확정과 동시에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추진 중인 대우조선 인수를 즉각 중단하고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예정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인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대 조선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 인력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라며 “인수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즉각적인 인력변화는 없어도 양사의 주요 사업이 일부 겹치는 등 유사 부서의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독과점 논란…경쟁국 견제도 변수


인수합병의 걸림돌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이 21%에 달하고 있어, 해외 경쟁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우려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현지 언론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소식을 알리면서 일본 조선업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에 공적 자금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절차에 착수하는 등 국내 조선업 동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조선업 경쟁국가인 일본이 기업결합 승인 거부나 WTO 제소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면서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수합병 절차는 이제 시작”이라며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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