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원하청관계개선·노사책임경영 4대원칙 핵심
신설 SPC 최대주주 광주시(21%), 현대차는 19%…2021년 가동목표
여야정 환영 목소리 이어져…홍남기 "2월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를 일반모델화…2~3개 지자체에 추가적용"
노조 등 일부 반대목소리…‘노조 영향력 축소 우려‘라는 분석도

광주 완성형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산업단지 부지 전경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는 지난 31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1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30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적정임금 유지 ▲적정 노동시간 구현 ▲원·하청관계의 개선 ▲노사 투명·책임경영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협정에 극적 합의한 바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경제가 직면해 있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등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 부족분은 정부·지자체가 주거·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이는 고임금 제조업으로 여겨지는 완성차 공장 제조업에 대해 사측이 부담하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부·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그만큼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독일 폭스바겐의 ‘AUTO(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참고한 것이다. 당시 폭스바겐은 경기침체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세운 뒤, 고용위기가 끝나자 다시 그룹으로 통합했다.


최근 광주는 자동차산업의 생산 감소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매년 5천여 명의 청년이 이탈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일 합의를 통해 앞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자동차산업 혁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투자협약에 따라 설립되는 신설법인은 광주시가 자기자본금 약 2,800억 원(차입금 4,200억 원 포함해 총 7,000억 원) 중 지분의 21%(590억 원)를 출자한 최대주주가 되며, 현대자동차가 19%(534억 원)를 분담하고, 나머지 60% 지분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및 재무적투자자 등을 통해 유치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향후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면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이 참석하는 본 투자협약의 체결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의 투자는 신설법인의 설립 시점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협상과 투자협약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광주시 광산구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약 62만 8,000㎡ 부지에 신설법인의 완성차 위탁생산공장이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된다.


신설법인은 빛그린산단에서 연간 10만 대의 경형 SUV(1000cc 미만) 생산을 목표로 주 44시간에 초봉 3,500만의 정규직(신입·경력·간접고용을 포함) 1만 2,000명을 고용해 관리·운영할 계획이다.




여야 막론 이어지는 환영 목소리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문 대통령은 “4년 반 동안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노사민정 모두가 각자의 이해를 떠나 지역사회를 위해 양보와 나눔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면 국내 공장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미래차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반드시 타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예산과 정책을 미리 준비하고 추진해왔다. 어느 지역이든 노사민정 합의로 광주형 일자리모델을 받아들인다면 그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방정부 주도의 노사민정 대타협의 첫 결실을 매우 환영하며 타협과 양보의 자세로 협상을 타결해 낸 모두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 노조가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참여를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당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인 임금구조를 개편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또한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주체가 되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얻고 시민들은 일자리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삶의 질을 확보하는 데 있어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31일 “인건비 부담이 해결돼 해외공장만 늘리던 현대자동차가 20여년 만에 국내공장 신설에 나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합의로 소득주도성장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정부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오르면 투자도 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은 인정해야 한다”라며 비판적 견해를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30일 오후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다음달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를 일반모델화 하겠다. 올해 상반기 2~3개 지자체에 이 모델을 적용할 계획”며 “기획재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검토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대치중인 노조…설 연휴 끝난 뒤 파업 불사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이 열리는 지난 31일 광주시청사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 기아차지부가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리고 있다.


정부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정규직 임금의 절반수준인 연봉 ▲현대·기아차 노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자동차 독립법인 설립이라는 인식 ▲근시안적인 고용문제 해결책 ▲과장된 효과 ▲포화상태인 국내 자동차시장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반값 연봉이 추진되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향평준화 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영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임금을 업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채 어떤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가 그에 응할 것인지와 어떤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일 동기를 가질지에 대해, 즉 경제 문제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해법인 생산성의 향상, 노동생산성을 높일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겨냥해 “과잉중복투자로 70여만 대 생산시설이 남아도는 한국 자동차산업 몰락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내년(2019년) 상반기 미국 25% 관세폭탄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공장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1만 2,000명 정규직 고용으로 인해 지역 고용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일각의 믿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노조는 연간 경차 10만 대 수준의 생산공장은 수익성이 낮아 지속가능성이 작고 일자리 또한 공장 자동화 등으로 인해 1만 2,000여 개가 아닌 3천 개 수준의 최저임금 일자리가 생기는데 불과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미 포화시장인 국내 자동차업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국내 경차시장은 2012년 이미 20만 대로 최고점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하락세에 진입하며 2018년에는 14만 대까지 떨어졌다. 기존 자동차공장 가동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와중에 경형 SUV 10만 대 규모의 광주형 일자리 신설은 기존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손실이 날 경우 세금으로 보전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대한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세이는 일단 공급이 이루어지면 그만큼의 수요가 자연적으로 생겨나 공급과잉 없이 시장은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고 봤지만 이는 수요의 특징을 파악하지 않은 원칙으로 현대 경제학에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경제성이 있는 1,000cc 경형 SUV가 아닌 전기·수소 등을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차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광주시는 향후 친환경 차 배정 내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차를 위탁 생산할지 여부는 미지수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러한 반대행위에 대해, 신설법인의 최대주주가 광주시가 되며 현대자동차가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자연스럽게 노조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일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대로 점차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확대될 경우, 노조의 영향력은 필연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31일 논평에서 “근본취지였던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관계의 개선은 실종되고 노동권을 제약할 수 있는 독소조항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나눔과 상생’이라는 광주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노동존중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 정부의 국정철학마저 심각하게 훼손시켜 큰 아쉬움과 실망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사업진행과 투자협상 과정에 있어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 보장 및 사업진행과 협상내용 공개 ▲광주형 일자리의 4대원칙(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원하청 관계개선) ▲노동기본3권 침해하지 않을 것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 및 특혜방지 ▲국내외 업계 및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여건을 반영해 신설법인 생산 차종의 다변화 등을 주문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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