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영국 하원이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표결한 결과 연기 없이 유럽연합(EU)과 재협상하자는 결과가 나오자 EU는 즉각 거부하며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주장했다.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에서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대안 추진과 함께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는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가 전해지자마자 EU와 다른 회원국들은 기존의 합의안을 주장하며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브레시트 추진 방향에 대해 표결을 시행했다.


메이 총리는 2주전 하원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으로 ‘플랜 B’를 제안했다. 하원의원들은 플랜 B에 다양한 수정안을 내놨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이날 총 7개의 수정안을 표결에 상정했다.


지난 21일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 관련 EU와의 재협상, 향후 EU와 협상에서 의회의 발언권 확대 방안, 노동권·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이 포함된 ‘플랜 B’를 결의안 형태로 제출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이 표결에 부친 7개 수정안 중 ‘안전장치’를 EU와 재협상하자는 수정안이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16표 차로 통과됐다. 의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이 수정안은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9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제출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하면 ‘하드 보더’(hard border :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엄격히 차단하고 통관과 통행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것이다.


‘안전장치’는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브렉시트 강경파들뿐 아니라 영국 의회 내에서 가장 반발이 거센 조항이다.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하기로 하는 안도 찬성318, 반대310표로 통과됐다. 이 안은 정부에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이 외의 안들은 부결됐다. 합의안이 다음 달 말까지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면 탈퇴 시험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는 안, ‘노 딜’ 브렉시트 방지를 위해 대안을 두고 투표하자는 안, EU 잔류 지지가 많은 스코틀랜드 지역은 브렉시트에서 제외하자는 안 등이다.


종합하면 영국 하원은 이날 ‘노 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대안 협정 등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3월 29일에 하기로 한 브렉시트는 연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표결이 종료되자 “외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밝혔다”면서 “안전장치에 변화가 가해지고, 노동권 등에 관한 확약이 있다면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EU 측이 ‘안전장치’를 포함한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을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는 의회가 ‘노 딜’을 배제하기로 한 만큼 합의안 통과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의원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화 참여를 거부해 온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와의 만남도 제안했다.


그러자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와 ‘노 딜’ 배제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면서 일자리와 삶의 수준, 노동자의 권리 등을 보호하는 브렉시트를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EU와 일부 회원국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EU 도날드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의회가 ‘노 딜’을 피하려는 데 환영하지만 (기존) 탈퇴 협정은 EU로부터 영국의 순조로운 탈퇴를 보장할 ‘최선이며 유일한 방안’”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어 “안전장치는 영국의 EU 탈퇴협정의 일부로, EU 탈퇴협정은 재협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못 박았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탈퇴협정과 안전장치는 영국 정부와 (나머지 EU 회원국) 27개국 공동 채택으로 된 것이다”라며 “EU는 재협상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혀 왔다”고 선을 그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에 남을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안전장치는 필요하고, 영국 하원의 이번 결정이 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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