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빅조선소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한진중공업이 해외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전문가들은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의 부실을 떨어내면, 경쟁력이 회복이 될 것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진중공업 주가는 전 거래일(1075원) 대비 137원(12.74%) 하락한 938원을 기록했다. 이날 한때 877원까지 급락하며 상장 이후 11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주가는 2007년 10월 18일 8만741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이래 조선업 불황과 재무건정성 불안이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하반기 1000원대로 주저앉은 이후 올해인 지난 8일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 소식이 전해지며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해외 현지법인인 HHIC-Phil Inc.이 필리핀 현지 올롱가포 법원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수빅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필리핀법인의 자산총액은 1조8400억원 규모로, 지배회사 연결 자산총액의 43.75% 수준이다. 이날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현지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만큼 앞으로 필리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수빅조선소를 건설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에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산 영도조선소가 있는 상황인데 과다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2015년을 기점으로 조선업에 불황이 닥치자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1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협약기간을 2020년 말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의 순자산가치(5000억원)를 웃도는 6000억원 내외의 추가 손실인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엄 연구원은 수빅조선소의 회생신청에 대해서 “필리핀 법인의 경우 회생절차 개시 결정까지 90~140일 정도 소요되고, 실질 소요 기간은 최대 1년까지도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7년말 수빅의 보유지분 가치를 감안할 때 2018년 결산 시 자본잠식이 될 것 같다”며 “완전 자본잠식일 경우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돼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출자전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 채권단은 2018년 결산을 보고 출자전환 규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진중공업은 현재 산업은행 보증으로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운영자금을 상당부분 확보한 터라 단기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는 주력 선종이 달라 수빅조선소의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본사 영업활동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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