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3일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김모 씨가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갑질 폭행과 기이한 만행은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양 회장의 만행은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 회장 개인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양진호 사태’를 통해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일각의 지적입니다.


수사기관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 회장 뒤에 숨어 있는 웹하드 카르텔 배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양진호 사태로 불거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해당 기사는 [그들만의 세상, 웹하드 카르텔 1편]양진호 폭행으로 물타기 된 웹하드 카르텔? 의 후속편입니다.[편집자주]


시계를 다시 2017년으로 되돌려보면, 그 해 국정감사에서 웹하드사와 클린센터 간의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된다.


2017년 11월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현 바른미래당)은 “현재 웹하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 몰카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이 나오는데, 심지어 디지털성폭력 피해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민간단체(클린센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웹하드사들이 버젓이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고 있다”며 “웹하드사와 비영리민간단체 간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디지털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한 이후 오히려 웹하드에 영상이 더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며 “비영리민간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웹하드사들은 현재까지도 ‘국산’, ‘국노(국내 노모자이크)’, ‘몰카’ 등의 불법영상물을 유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피해예방과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DNA 필터링 기술을 민간업체에 맡기면 안 되고, 국가가 개발해 피해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DNA필터링 기술로 성폭력물 영상 삭제·유통을 막고자 하는 취지로 설립된 클린센터와 제휴를 맺은 웹하드사에 버젓이 영상이 유통됐고, 이에 따라 웹하드사와 클린센터 간 유착이 의심된다는 의혹이었다.


결국 웹하드사와 클린센터 간 유착의혹이 국감에서 제기되자 클린센터의 활동은 사실상 흐지부지 된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클린센터, 성폭력물 유통 책임 면피성?


성폭력물 유통을 스스로 자정하자고 결의한 웹하드업체들, 그 결실로 출범함 클린센터 간 유착관계 의혹은 왜 불거졌을까.


김삼화 의원의 주장처럼 국가가 DNA필터링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웹하드 업체들의 수익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대로 양진호 회장이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 2개 웹하드로부터 올린 매출이 500여억원인데, 이 중 범죄수익금으로 입증된 금액은 70여억원으로 매출의 14% 상당을 성폭력물 유통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경찰은 범죄수익금으로 입증된 금액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70여억원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선 웹하드사가 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등 성폭력물이 포함된 불법 음란물 유통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매출의 40~6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과거 7년 동안 웹하드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한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근무할 당시에 결제 금액의 총 몇 퍼센트가 어떠한 콘텐츠로 다운되는지 분석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보통 평균적으로 40%에서 60% 정도의 매출이 음란물로 발생하는 수익”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폭력물 등 불법 음란물의 경우 저작권료를 지불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순이익이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웹하드사 입장에서는 국가가 실질적인 규제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 자정하겠다는 취지의 명분을 앞세워 클린센터를 출범시킬 필요가 있었다. 마침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의 지침도 있었으니 적기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클린센터는 태생적으로 웹하드사를 자정시킬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클린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DCNA는 웹하드 협회고, 또 경찰 수사 결과 양진호 회장이 필터링(뮤레카) 및 디지털 장의사(나를 찾아줘) 업체 실소유주였던 것으로 드러난 것처럼, 웹하드사들은 필터링 업체를 자기 영향권 아래 두고 있었다.


필터링 업체를 자기 영향권 아래 두고 있던 웹하드사들 스스로 정화하겠다는 취지로 클린센터를 출범시켰지만 현실은 성폭력물을 필터링하게 되면 수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 척 하면서도 성폭력물 유통을 방조한 셈이다.


즉, 클린센터 출범은 웹하드사들이 성폭력물 유통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애초에 자정할 의지가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


한사성 “김 씨, 공익제보자로 둔갑해 언론플레이” VS 김 씨 “근거 없는 허위사실”


아울러 자신이 클린센터 설립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김 씨는 2009년 양진호 회장 소유의 한국네트워크기술원에 입사해 2013년 뮤레카 법무이사, 2015년 위디스크 간부로 일하는 등 양 회장과 공범이라는 게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웹하드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했다는 A씨는 “웹하드 사이트들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웹하드 등록제라는 허가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보통 ‘우리는 뮤레카에서 진행하는 미소라는 프로그램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서류를 제출하면 다 통과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인터뷰 내용과 여성단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뮤레카는 웹하드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양진호는 그 뮤레카의 실소유주였으며, 뮤레카 법무이사를 지낸 김 씨도 결국 양진호와 한패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진호 사건을 제보·폭로한)김 씨가 공익제보자로 둔갑하고 있는데, 김 씨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내부고발자로 자기방어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여성단체들은 김 씨가 언론사와 법조계, 정치권에 뻗어 있는 인맥과 진보진영 활동 경험을 활용해 웹하드 업체의 불법성을 보호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 씨는 이랜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입하고자 했던 촉망받는 진보인사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 대해 김 씨는 언론 등을 통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 또는 과장된 내용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민주당 등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어떠한 정치활동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다만, 김 씨와 함께 클린센터 출범을 주도한 웹하드 협회 DCNA에는 과거 민주당에서 당직을 맡았던 진보 측 인사가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30일자 <MBC> 보도에 따르면, DCNA는 경찰의 단속 내용을 웹하드 회원사와 공유했고, 회원사에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미리 이메일로 보내 수사에 대비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웹하드 카르텔 이면에는 정치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제2의 양진호 사건’에도 진보 인사 포진


웹하드 카르텔 의혹과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제2의 양진호 사건’이라 질타 받는 송명빈 대표의 마커그룹에도 진보 측 인사가 포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자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정무특보를 지냈던 안승호 전 정무특보는 2017년 7월 10일부터 마커그룹 감사를 맡고 있다고 한다.


마커그룹은 2015년 8월 강원도와 함께 인터넷 상에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와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잊혀질 권리(디지털 소멸)’ 사업을 본격화 했는데, 당시 안승호 전 특보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송명빈 대표와의 자리를 만들어 강원도가 마커그룹에 투자한 것이라는 게 송 대표에게 폭행당한 양 씨의 주장이다.


당시 강원도와 마커그룹은 잊혀질 권리 사업화를 위해 공동으로 춘천시에 ‘주식회사 달(Digital Aging Laboratory)’을 설립하기로 했고, 강원도는 잊혀질 권리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자들에게 5년간 총 2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까지 발표했다.


안승호 전 특보만 마커그룹 감사에 이름을 올린 게 아니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2014년 9월 11일부터 2017년 3월 31일까지 마커그룹 감사로 활동했었다.


이효성 위원장이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송 대표가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었다는 게 경향신문의 설명이다.


아울러 송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집단지성센터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이효성 위원장과 안승호 전 특보, 양씨가 이 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해관계자와 브로커들이 얽혀 카르텔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력”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력 사건으로 디지털성폭력물이 웹하드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이를 걸러야 할 필터링 업체는 웹하드사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 회장은 웹하드에서 성폭력물을 유통해 돈을 벌었고, 필터링 및 디지털장의사 업체까지 함께 운영하면서 성폭력물 유통을 방조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받고 삭제해주는 척하는 소위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그런데 양 회장만 이런 식으로 돈을 벌고 있었을까. 웹하드 협회 DCNA와 그 회원사들은 성폭력물 유통·방조 책임이 없는 걸까.


지난해 2월 경찰에 웹하드와 필터링 업체의 불법 음란물 유통·방조 혐의를 고발한 한사성은 이렇게 주장한다.


“웹하드 카르텔은 ‘정범(正犯-범죄를 실행한 자)’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하나의 카르텔이 존재하기 위해선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브로커들이 얽혀서 카르텔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고 공고히 유지되도록 조력한다. 웹하드 협회 DCNA는 여성 폭력으로 유지되는 카르텔의 한 부분이며 이들을 감싸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추론을 해보자면 카르텔의 존재가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 희생양 또는 방패막이로 삼을 카드를 일찌감치 준비해둔 것은 아닌지.


양 회장의 갑질 폭력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되는 이유다.


사법당국은 웹하드 카르텔 정점으로 양 회장을 지목하고 그롤 구속했지만, 어쩌면 양 회장은 웹하드 카르텔의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만약 양 회장 사건이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것이라면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토록 설계한 뒷배가 누구인지를 검·경이 밝혀내야 한다.


양 회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경찰은 범죄수익금으로 입증된 금액이 70여억원이라고 했는데, (업계 상식보다)너무 적게 수사된 게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앞으로 다른 웹하드 업체들이 성폭력물 유통으로 걸려도 양진호가 기준점이 된 게 아닌가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검찰이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를 일단 제외한 채 양 회장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보완수사가 완료되면 (성폭력물 유통 관련)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검찰이 (웹하드 카르텔이)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웹하드 카르텔 막후에 정관계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의심은 어쩌면 의심이 아닌 진실 또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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