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조선?정유화학?건설업 전망…불황 타개할 정책 있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각부처 장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정부는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를 의식한 듯 ‘전방위적 경제활력제고’를 첫 번째 이행과제로 내걸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으나, 소폭의 방향 전환을 예감하게 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대규모 기업투자프로젝트 착공지원’, ‘대형 민자사업 발굴?조기 추진’, ‘광역권 대표 공공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이 특히 그렇다. 그간 정부가 꺼렸던 SOC 투자집행과 대기업의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길을 열어준 셈인데, 이를 바탕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용 창출을 유발하겠다는 심산이다.


소득주도성장 노선을 완전히 수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는 드러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내외적으로 경기전망이 워낙 어둡고 저성장 기조가 뚜렷한 상황이라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산업별로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턴어라운드를 노려볼만한 여지는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2019년 정부의 달라진 경제정책과 조선?정유화학?건설 등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과 향후 전망을 정리해 봤다.



소득주도성장 접고,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성장 핵심은 제조업…제조업 혁신 전략 마련


경제정책,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성장 지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경제활력 제고를 꼽았다. 이는 정부가 올해 경제 부진에 이어 내년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정책 기조는 여전히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유지했지만, 최우선 과제로 경제활력 제고를 꼽았다는 점에서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소득분배에서 경제활성화로 수정되었음을 시사한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으로 4대 정책방향과 16개 중점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정부는 4대 정책방향으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규제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등을 제시했다.


최우선 과제인 ‘경제활력 제고’는 민간투자와 공공투자를 합친 투자활력 제고가 핵심이다. 민간?공공?지자체에서 막혀있는 대규모 투자의 물꼬를 터 투자 분위기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등 6.4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공공기관 투자도 올해보다 9.5조원 늘린다. 내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수출 부문에도 금융 지원을 12조원 확대해 총 217조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둘째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으로는 규제혁신의 물꼬를 터 확실한 성과를 창출할 방침이다. 먼저 주력산업, 신산업, 서비스산업 등 산업 영역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놓은 ‘제조업 혁신전략’에 따라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4개 산업 분야 및 8대 선도 신산업, 유망서비스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직무중심 임금체계를 확산해 지속가능한 고용 모델을 구축한다.


셋째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방안으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시장 기대와 달랐던 일부 정책을 보완한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책을 마련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소득 지원 등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한다.


넷째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는 미래 세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방점 찍는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핵심 R&D에 투자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을 내놓았다. 또 분야별 데이터를 통합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간 융합 생태계를 조성한다. 미래대비 혁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 복수학위제 확산 등 교육기반도 마련한다. 아울러 비핵화 진전 등 여건 조성 시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남북 협의 채널을 본격 가동하고 범부처 기획단을 구성한다.


정부는 4개 영역의 주요 정책과제와 더불어 내년 상반기 중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16대 중점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대규모 기업투자프로젝트 착공지원’, ‘대형 민자사업 발굴?조기 추진’,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4대 신산업 집중 지원’, ‘상생형 지역일자리 발굴?확산’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요약하자면 주요 산업별 지원방안을 마련해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조선업,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수 있을까


조선업의 올 한해 실적을 놓고 말들이 많다.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올해 연간 수주실적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장기불황 끝에 모처럼 웃었다는 평이 다수지만, 수주 실적 대부분이 대형 3사에 쏠리는 등 중?소 조선사의 침체는 여전하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정부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조선업 부활 조짐을 놓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며 활력 제고를 직접 지시한 만큼 당분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업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우선 집중지원이 약속된 4대 주력산업 중 하나로 꼽혔다. 정부가 제시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크게 세가지다. 첫 번째는 친환경 선박의 수요를 창출해 2025년까지 140척의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을 직접 발주하거나 발주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선수금환급보증(이하 RG) 발급 지원과 제작금융 지원이다. 대형조선사와 지자체 및 정부가 공동 출연하는 재원을 바탕으로,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에 7천억원의 신규 제작금융 지원과 1조원의 만기 연장 추진한다. 세 번째는 자율운항 선박과 수소선박 등 고부가선 R&D 지원이다. 2023년까지 수소선박 개발에는 420억원을, 2025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개발에는 5천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에 조선업계는 일단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년도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올해 수주 실적에서도 확인됐지만, 상선을 제외한 해양플랜트는 여전히 수주 제로 상태다. 상선의 경우도 LNG선을 제외하면 중국 조선사의 수주 실적에 한참 밀린다.


정부의 조선업 활력 제고 방안이 대형 조선사에 집중됐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체 7조원이 넘는 예산 중 2025년까지 중형조선업에 유입이 가능한 지원은 전체 예산의 5.7% 수준인 총 4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 안그래도 대형조선사와 중소조선사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해 총 조선업계 매출에서 조선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올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남아있는 중형 조선업체들마저 사라지면, 중형급 및 대형 탱커 시장에서 중국 조선업체들이 추격할 것”이라며 “한국의 중형 조선업체들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건설업, 최대 수혜 업종 될 듯


지난 19일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업지 4곳과 서울과 수도권 100만㎡이하 개발부지 37곳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41개 부지의 합산 면적은 2,558만㎡, 세대수는 15.5만호에 달한다. 이번 3기 신도시는 GTX A·B·C노선과 신안산선, 신분당선 2단계 연장 등 다수의 교통인프라 확충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지난 1, 2기 신도시와 구별된다. 신도시 주택사업과 교통 인프라가 동시에 개발된다는 점에서 건설업은 대형 호재를 맞은 셈이다.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건설업계가 반길만한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민간투자법 개정을 통해 도로?철도 등 53개 시설에 대해서만 사업추진이 가능하던 것을 모든 공공시설로 대상을 확대한다. 또 내년 상반기에 공공투자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원 사업을 확정하고 조기 사업착수를 추진한다. 정부는 특히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업에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세종~안성 고속도로와 9천억원이 투입되는 양평~이천 고속도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긴다. 3조7천억원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1조6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5천억원이 투입되는 K-Pop 공연장, 2천억원이 들어가는 자동차 주행시험로 등 6조원+α 규모의 민간기업 투자개발사업도 적극 지원해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그간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가 큰 SOC사업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설업계로서는 반가운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업에 인색하던 정부도 고용과 내수부진의 타개책으로 건설업 부흥을 택한 모습이다.


하지만 2015년 SOC사업이 24조8천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건설 시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6.2% 감소한 135조5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활형SOC 등 공공부문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 등에 따른 민간부문에서의 감소분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건설사의 먹거리사업인 해외 건설 수주도 상황이 어렵다. 국내 건설 업체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중동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올해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인도?터키 등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업체들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만, 내년 저유가 영향으로 해외 건설 수주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조선?건설 등 일부 수혜 기대산업 전반에는 글쎄


근로시간 단축?생계형 적합업종 등 불안 요소 여전


변수 큰 정유?화학업계…사업다각화가 열쇠


올 한해 정유?화학업계는 요동치는 유가 변동에 울고 웃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반기에는 재고관련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하반기에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제마진이 축소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경기둔화도 실적 악화를 거들었다.


특히 정유사업은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정유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이 됐다. 화학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본업인 기초화학소재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와 태양광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실적개선을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전통적인 효자산업인 정유?화학 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4대 주력산업 중 하나로 선정해 우선 집중지원을 약속했지만, 타 산업에 비해 실체가 없다는 평이다. 일단 정부는 고부가 제품 개발을 위한 첨단화학 특화단지를 충남 대산에 90만평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단 조성에 따른 용수 확보를 위해 2306억원 규모로 해수 담수화 사업도 추진한다.


하지만 대산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성은 일찌감치 추진 중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활력 제고 방안으로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신재생에너지에 맞춰진 만큼 정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에 따라 급변하는 정유?화학의 업황을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수요 성장은 한정적일 것으로 예측됐고, 미국 정유사들이 셰일 오일을 정제한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공급과잉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친환경 규제에 따른 에너지 전환 이슈도 정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비록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바뀌면 경제 바뀔까?…불안요소 여전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이 변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실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정책의 영향이 의도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관련 정책이 그랬다.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기본방향에 최저임금과 탄력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탄력근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후속 조치에 머물렀다.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과 탄력 근로제 계도기간 연장 등이 그 골자다.


정작 산업계에서 문제 삼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기준과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지가 안 보인다. 실제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소상공인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는 동의하지만 주휴시간 산입 문제를 포함한 최저임금 시행안 개정은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속도조절은 하되 이미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 사안은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기본방향의 ‘16대 중점 과제’ 중 일부 항목에 대해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서울 시내?근교 면세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은 해당 업종 출혈 경쟁이 우려되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키로 한 것은 향후 음식료?외식업에 관한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카풀 도입을 놓고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 정책의 한계도 지적됐다. 한 증권 관계자는 “지역 토목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는 법안 개정을 필요로 하는 등 여러 불확실성으로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경제 상황을 확인하면서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행해야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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