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새해는 지나갈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시작돼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에도, 다가오는 2019년는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암울한 전망만 제시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난관적인 경제 전망만을 내놓았던 정부조차도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치를 대신해 ‘2.6~2.7%’ 레인지(등락범위)를 제시함으로서,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내년에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문제 등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인 전면 배치된다.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를 보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탄력근로제 등의 문제까지 겹치면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담능력’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보안책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내년에는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투자와 고용 역시도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진단해보기로 했다.



최저임금 개정안 여파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섰다
연봉 5000만원 받는 근로자도 위법 논란?…‘황당’


현재 재계에 불어닥친 가장 큰 난제는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문제다.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소정 임금(분자)’을 ‘소정근로시간(분모)’로 나누던 최저임금 시급 산정방식에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된 시간’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금을 지급(주휴수당)하는 가상의 시간까지 분모에 포함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최저20%에서 최대 40%까지 낮게 평가된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존의 최저임금법 체계 하에 최저임금 체계 하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하던 사업주들도 20~40% 가량을 올려주지 않는 범법자로 전락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연봉이 5000만원 이상 받는 고액연봉자들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1개월 평균 4.345주인데, 주 40시간을 일할 경우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이 된다.


하지만 일주일을 만근했을 때 주어지는 하루의 유급 근로시간(주휴시간) 8시간까지 최저임금 기준시간에 더하면 주 48시간을 더해서 기준시간이 209시간이 된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기준으로 할 때 150만원의 월급을 지급했다면 법원 기준으로는 시급 8620원으로 최저임금을 넉넉히 넘지만 고용부 기준으로는 시급 7177원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한 게 된다.


‘고액연봉자’ 수두룩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최저임금 위반?


현재 내년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차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임금이 ▲기본급과 ▲상여급 ▲성과급 ▲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신입사원의 경우 기본급 2100만원, 상여금 1340만원, 성과급 700만원, 수당 840만원 이밖에 별도로 지급된 온누리 상품권 20만원까지 합하면 연봉이 5000만원이다. 월급 417만원을 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나눠도 2만 4000원으로 최저시급 7530원에 비해서 3배나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본급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여금을 시급계산에서 제외시켜버렸다. 현대 모비스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지 않고, 짝수달에만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같은데, 매달 지금이 되냐 격달로 지급이 되냐 여부에 따라서 위법과 합법이 갈리는 것이다.


사실 개정안에 이 내용‘만’ 포함된다고 하면, 현대모비스의 경우 최저임금 위법은 아니다. 문제는 개정안에 실제로 근로자가 근무하지 않은 주휴시간까지 최저시급에 반영하는 것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현행근로기준법 55조에 따르면 1주일에 1회 이상 유급 휴일이 보장되는데, 현대차의 경우 주말인 토?일 이틀 모두 유급휴일로 친다. 이런 상황에서 주휴시간까지 최저시급 지급 대상에 포함하면,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할 금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를 여기에 대입하면 월 174시간이던 근무시간에 주휴시간 69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근무시간은 243시간이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한 순간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10곳 중 7곳’ 임금체계 조정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인해서 현대모비스는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격달로 100% 지급되던 상여금을 매달 50% 나눠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현대모비스처럼 임금체계를 손질해야하는 기업들은 한두군데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서 대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임금체계 개편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서 상여금 등의 지급시기를 정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노조 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임금체계 개편을 받아들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도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에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내년에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기본급을 올리지 않으면 최저임금 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상여금 600% 분할지급과 기본급 10% 반납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이 3년째 동결인 상황에서 상여금마저 분할되면 저임금에 시달려야 한다며, 상여금을 그대로 두고 기본급을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노조가 개편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업은 울며겨자먹기로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합작’으로 인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것이다.


탄력적 근로제 ‘확대 적용’ 요구 빗발치지만 ‘불투명’
친(親)노동자 성향의 정부 ‘재계 목소리’ 들어줄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현행 3개월→6개월 확대 논의?


재계는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탄력근무 단위기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서 탄력근로제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탄력 근로제를 도입할 때 미리 해당 직원의 수개월치 일일 근무표를 짜야한다는 도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몰리는 기간에는 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하고, 한가할 때는 일하는 시간을 줄일수록 하는 제도다.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6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제대로 도입되면 에어컨 제조, 아이스크림 산업, 휴가지 숙박?음식점 등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산업 분야 등에서 부담이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을 탄력 근로제를 도입하는 과정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탄력 근로제의 단위 기간이 2주를 넘기면, 도입 시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한다. 예컨대 연구직?생산직?행정직이 있는 제조업체에서 연구직만 탄력 근로제를 하려고 해도 전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 곤혹스러워하는 건 ‘근로시간 사전 특정’ 요건이다. 미리 단위 기간 내에 개별 근로자가 ‘며칟날에 몇 시간 일할지’ 모두 정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내년 1~3월탄력 근로제를 시행하는 기업의 경우 A직원은 1월 21일에는 6시간, 22일에는 10시간 일하는 식으로 사전에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일근무표가 올해 12월 31일까지 직원별로 다 작성돼야 하며, 미리 정한 시간보다 더 일할 경우 바로 연장근무가 된다. 예를 들자면 6시간 일하기로 한 날에 8시간 일하게 되면 2시간이 연장근로가 된다. 연장근로가 1주에 12시간을 넘게 되면 불법이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점은 이 부분이다. 단위 기간을 6개월 1년으로 확대할 경우 미리 일일 근무표를 짜는 게 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주문량이 폭발하거나 결원이 생겨도 미리 정해둔 근무표를 사측이 임의로 바꿀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0~11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2436곳에 탄력 근로제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게 ‘근로시간 사전 특정 요건 완화’ 였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탄력근로제가 탄력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일일 근무표를 다 짜야하는 조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경총 측은 “시장 상황이 가변적이라는 것을 감안해 단위 기간 내 근로시간 조정에 관한 기본 계획만 합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자면 1~2월에는 더 일하고, 3월에는 조금 덜 일하는 식의 원칙만 정하자는 것이다.


‘민노총’ 등 노조 반발 거세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민노총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 퇴색 ▲건강권 침해 ▲실질 임금 하락 등의 이유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6개월로 확대되면 합의에 따라서 26주(6개월) 연속으로 주 64시간(법정근로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씩 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주 64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도, 토요일도 4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더욱이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휴일근로(2일?16시간)까지 더해 26주간 최대 주 8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


때문에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은 “정부가 과로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면서 주 52시간제 축소가 의미 없다고 날 서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탄력근로제 시행 기간에는 연장근로수당(1.5배)은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하락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재계 목소리’ 들어줄까?


내년 재계의 전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얼마만큼 수용하느냐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최저임금 구조개편안을 공개하고, 탄력적 근로제시간제 확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재계의 입장을 수용해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출범부터 ‘친(親)노동자’ 정책을 펼쳐왔고, 주 52시간제나 최저임금 인상 등도 이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친노동자 정책’으로 인해서 기업들이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취업자 수 대폭 감소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 증가하는 등 국내 경기가 악화되자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정부 자체가 ‘노동자들을 등에 업고 출범’했던 만큼, 노동계의 입장을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노동계가 정부의 뜻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정이나 보완이라고 해도 ‘미미한 선’에서 그치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의 지지층인 노동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노동계가 ‘과로를 합법화하고 있다’, ‘생계를 위협받게 한다’는 식의 반발이 심한데 어디까지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일정 부분 노동계의 주장을 꺾고,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에는 ‘하는 척’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는 ‘노동자만 사는 나라인 것처럼’ 모든 정책을 노동계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노동계의 바람대로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고, 근로시간을 단축 역시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졌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 재계의 말을 듣고,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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