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세계 각국의 수장이 고유가의 주범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원유 증산을 압박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할 만큼 했다'고 언급하면서 두 국가 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미국의 요청에 사우디와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은 이란의 생산 손실분을 모두 상쇄할 만큼 증산했다"며 "우리는 할 만큼 했고 그 이상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OPEC이 우리를 뜯어먹고 있다"며 비난을 터뜨린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지난 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사우디를 지키고 있으며, 우리는 당신(살만 국왕)을 지키고 있다"며 "미국이 없으면 사우디는 2주도 못 버틸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방위비 부담을 증액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꾸준히 유가 상승이 탐탁지 않다는 의사 표현을 지속해왔다. 지난달 20일에도 본인의 트위터에 "OPEC은 당장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강경하게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 살만 왕세자는 "이란의 일일 생산량이 70만배럴 감소할 동안 OPEC은 일 생산량을 150만배럴 늘렸다"며 "최근 유가 상승은 이란 때문이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리비아, 베네수엘라들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살만 왕세자의 발언을 두고 <포브스>는 "사우디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할 것을 알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증산 압박에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지 <뉴스위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사우디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국을 잇는 끈이 부식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 원유 전문가는 "사우디의 유휴생산능력은 최대한도까지 도달한 상황"이라며 "사우디가 증산을 한다 해도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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