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색채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전달 수단이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발달한 것은 ‘시각’이며, 시각이 판단하는 인상의 80%는 색채가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색채배치를 통해 상대방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 전반에서 마케팅에 다양한 컬러 심리학을 사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이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각 정당은 군소정당이라 할지라도 당의 상징색이 있고 특정 정치인을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상징색 역시 존재한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은 ‘노랑’. 문재인 대통령은 선명한 원색의 ‘파랑’이 상징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늘 ‘하늘색’을 사용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어 ‘빨강’은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그의 상징색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색채 속에 담긴 정치학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 주요 정당의 색깔이 도입된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요 정당의 상징색…“정치신념·지향점 내포”


신뢰와 보수의 파랑 VS 혁신과 진보의 빨강


정치권에서 색채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색채는 정치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수단이자,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훌륭한 잣대가 된다.


그렇다보니 정치인에게 있어 상징색은 곧 메시지가 된다. 구태여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지 않더라도 그의 넥타이 색, 재킷 색 만으로도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지지자에 결집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제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色을 통한 이미지 정치


‘파랑’은 신뢰와 보수를, ‘빨강’은 혁신과 진보를, ‘노랑’과 ‘초록’은 화합과 평화를 뜻한다. 이처럼 색이 지닌 고유의 이미지는 국내 주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도 통용된다.


앞서 지난 1987년 처음으로 치러진 직선제 대통령 선거인 제 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는 밝은 파란색을 사용했으며, 김영삼 후보는 빨간색을 사용했다.


당시 노 후보는 안정과 보수의 이미지를, 김 후보는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김대중 후보는 노란색을 사용함으로써 평화와 희망을 통한 민주주의 이미지를, 김종필 후보는 초록색을 통한 화합과 전진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자유한국당은 1980년대 민정당 시절 파란색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민자당,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까지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을 사용해왔다.


이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교체하며 당색을 교체하기 전까지 국내 보수정당의 상징색은 파란색으로 통용됐다.


안정, 명예, 보수를 상징하는 파란색은 전 세계적으로 보수당이 당색으로 차용하는 색상일 뿐 아니라 경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경제대통령, 실용주의 보수를 내걸며 대선 기간 동안 옅은 파란색의 넥타이를 고수했다.


반면 빨간색은 진보, 혁신, 열정 등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빨간색을 사용한다.


제 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영삼 후보는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주고자 빨간색을 사용했다.


아울러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는 처음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는 등 빨간색을 자신의 상징색으로 사용해왔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성인 洪과 붉다는 뜻의 한자 紅이 똑같이 홍으로 발음될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는 빨간색이 정의와 순수를 상징한다”며 “맑고 곧은 정치를 하자는 뜻에서 빨간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그런가하면 노란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한다. 지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될 당시 서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노란 풍선과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렸으며, 정치권에서 지금까지 친노 세력이라 칭해지는 이들은 ‘노란 넥타이’를 착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노란색이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 됐던 배경에는 1987년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존재한다.


제 13대 총선에서 제 1야당이 된 평화민주당은 당 로고에 평화를 뜻하는 비둘기와 노란색을 사용했다. 이후 평화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이어져 오면서 당의 상징색 역시 노란색이 이어져왔다.


황제의 색이라 칭하던 노란색은 대중을 상대로 한 유통업체, 교육분야 브랜드들 역시 노란색을 로고에 활용하면서 대중적인 색상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노란색이 가진 이미지를 차용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의 성과도 맥이 상통하는 노란색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 당시에도 통일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으며, 이후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이 됐다.




지역에 따른 명도 차… “진하게, 때로는 옅게”


(좌)2011년 10월 20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부산 재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우)2014년 5월 2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가 합동유세 지지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당의 이념에 따라 상징색 변경


이러한 당의 상징색은 당의 이념에 따라 재정비되기도 했다. 기존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 변화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012년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면서 당의 상징색 역시 빨간색으로 교체했다. 이후 지난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으나 당의 상징색은 빨간색을 계승했다.


이는 기존의 보수정당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열정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보수정당의 ‘금기색’으로 일컬어지던 빨간색을 수용한 것에 대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가하면 녹색과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던 민주당은 기존 노란색과 초록색이었던 당색에서 2013년 파란색을 선택한다. 보수정당이 사용하던 색을 과감히 가져온 것이다


지지층을 확산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역시 파란색을 당색으로 사용하면서 청록색과 남색까지 스펙트럼을 넓게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자유한국당 선대위 회의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 성향에 따른 당색 사용


이러한 당색은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서 더욱 부각되는가 하면 .반대로 옅어지거나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4월 경기도 가평군수 보궐 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후보가 2번, 무소속 후보가 기호 4~7번에 배정된 가운데 무소속 후보는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에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입고 다니는 것이 당선에 유리했던 까닭이다.


그런가하면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 역시 당색인 빨간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남 후보는 당색을 배재한 흰색 점퍼를 착용하고 선거유세를 진행하고 있으며, SNS를 통한 선거활동에서도 빨간색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경기도의 경우 사전 여론조사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재선을 노리는 남 후보가 지역의 정치 성향에 따라 당색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출처=뉴시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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