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보름이 넘도록 본사 3층 복도를 점거하고 16일 째 농성을 벌이던 제화공들과 수제화 전문 브랜드 ‘탠디’가 진통 끝에 11일 새벽 2시경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다.


‘명품 수제화’ 타이틀을 내걸고 국내 수제화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탠디는 제화공 착취 논란에 휩싸였다.


제화공들의 8년째 동결된 공임비가 문제가 됐다. 최저임금이 2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이들의 공임비는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하청업체와의 계약했기 때문에 사대보험 등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는 일체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제화공들의 공임비가 동결된 8년여 동안 정기수 회장을 비롯한 탠디 오너일가는 배당금으로 총 120억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제화공들은 지난달 4일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사측에 제화공들의 요구안을 제시하는 공문을 다섯 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기수 회장이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제화공들은 지난달 6일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6일에는 본사 3층의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16일째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던 제화공들이 요구한 것은 ▲공임비 인상 ▲본사 직접고용 ▲개인사업자 폐지 등이다.



국내 수제화 업계 1위 브랜드의 적나라한 민낯




최저 임금 올랐는데 공임비는 그대로?


경찰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탠디의 하청업체 5곳과 계약한 제화공 47명은 ‘우리는 구두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인간다운 삶 쟁취하자’ 등의 문구를 내걸고 탠디 본사 3층 복도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공임비는 20만 원 짜리 구두 한 켤레 기준 6500원. 30~40만원 구두는 7000원이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은 금액이다.


최저시급이 4320원에서 7530원으로 인상 되고 있는 가운데, 하루 최대 16시간까지도 근무해야하는 제화공들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제품 불량이 발생할 경우 수 십 만원에 달하는 금액은 오롯이 제화공이 물어내야 하는 구조다.


이에 제화공들은 켤레 당 6,500원~ 7,000원인 공임비에서 2,000원은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들은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을 폐지하고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실제 지난 2000년부터 탠디의 제화공들은 5개의 하청업체와 ‘개인사업자’로 계약한 뒤 주문서와 함께 배정된 일감만큼의 비품과 원자재를 받아 탠디의 요구대로 구두를 만들고 있다.


사실상 제화공들은 회사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므로 4대보험, 퇴직금, 연차 휴가 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특수노동고용자’는 산재, 퇴직금, 휴가, 노동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금노동을 노예노동으로 내몬 것이라고 지적했다.



8년째 동결된 공임비… 오너일가 배당금은 두둑?


진통 끝에 이뤄진 노사타결… 남은 과제는?



8년간 오너일가 배당률 1,000~2,000%…당기순익 보다 많은 배당금 논란


제화공들의 공임비가 동결된 8년 째 동결 중인 가운데, 탠디 오너일가는 실적도 증가하며 배당을 통해 수익을 두둑이 챙겼다.


정 회장이 지분의 53%를 보유하면서 최대 주주인 텐디는 부인 박숙자씨가 10%, 아들 정인원씨가 37%를 보유해 오너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화공들의 공임비가 동결됐던 8년간 탠디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8억 8천만원대 ▲2012년 40억원 대 ▲2013년 54억원 대 ▲2014년 54억원 대 ▲2015년 39억원 대 ▲2016년 68억원 대 ▲2017년 63억원 대 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같은 기간 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2011년 10억 원 ▲2012년 10억원 ▲2013년 20억 원 ▲2014년 20억 원 ▲2015년 20억원 ▲2016년 20억원 ▲2017년 20억원 등 총 120억의 배당금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11~2012년까지의 배당률은 1,000%, 2013~2017년까지의 배당률은 2,000%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이 8억 8천 만원 대를 기록했을 때도 1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던 오너일가는 매년 10억~20억 원의 자신들의 주머니에 넣으면서도 제화공들의 공임비는 동결했던 것이다.


‘셀프감금’ 자처한 제화공… 왜?


16일의 본사 점거 농성 동안 제화공들은 사실상 셀프감금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제화공들이 본사를 점거한 이후 본사의 출입문은 철제 셔터가 내려간 상태였으며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건물의 출입을 통제했다. 아울러 문밖에는 소형 트럭 및 탑차로 막힌 상태.


직원이 아닌 외부인이 건물로 들어가는 것은 막혔으며 한 번 건물을 빠져나가면 다시 농성장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제화공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할 상황에는 농성을 포기해야하고, 농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셀프감금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측은 이들이 본사를 점거한 지 일주일이 흐른 지난 4일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2,000원 인상은 너무 과하다면서 500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제화공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반나절 만에 재개된 협상에서 사측은 기존 공임료에서 10%를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2차 협상 역시 결렬됐다.


이후 8일 오후 진행된 3차 협상에서는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협상에서 사측은 800원 인상안을, 노조 측은 타협안인 1500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측이 1250원을 마지막 인상안으로 제시하면서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다.




4차 협상 끝에 노사 합의


3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4차 협상에서 노사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해내면서 제화공들의 본사 점거 16일 만인 11일 오후 2시경 협상안이 합의됐다.


합의서에 따르면 ▲납품가 공임 단가 저부와 갑피 각각 1,300원 인상하며 특수공임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일감 축소로 제화 조합원을 차별하지 않는다 ▲회사는 노조, 하청업체와 근로조건, 일감의 양, 공임단가, 사업자등록증 폐지 등을 결정하는 협의회를 상·하반기 각각 1회 이상 반드시 개최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협상이 체결됨에 따라 파업을 진행했던 제화노조 조합원들은 오는 14일부터 전원 업무에 복귀하며 서로에게 걸었던 민·형사 소송은 모두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사업자 폐지’ 및 ‘직접고용’에 대해서 협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합의안으로 볼 수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탠디의 하청업체 중 한 곳인 ‘데카’ 사업장의 경우 이번 파업기간 동안 폐업하면서 일부 제화공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한편 탠디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인사업자’ 제도의 경우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유지됐던 부분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당장에 폐지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앞으로 노사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인 ‘데카’ 사업장의 경우 “사측에서도 현재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 재가동 여부 등에 대한 파악이 끝나는 대로 해결 방안에 대해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뉴시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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