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래지 않고 3대까지 내려온 ‘경영철학’

‘창립 51주년’ 오너 3세대 경영시대 막 오르다
소재산업에 대한 ‘집념’ 글로벌 시장 성장 주도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해 효성은 조현준(49) 회장의 경영을 본격화했다. 지난 198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던 조석래 전 회장이 36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효성은 창립 51주년 만에 3세대 경영에 들어갔다.


사실 효성이 잡음 없이 탄탄한 3세대 경영에 돌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전 회장의 ‘기술 중심’의 경영철학이 아들인 조석래 전 회장을 비롯 조현준 사장에게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면모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조현준 회장은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가 되도록 계속 힘써나가자”라고 언급하면서 ‘기술 중심’의 효성의 경영철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이한 효성그룹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 보기로 했다.


‘기술 중심’의 시작이었던 고(故)조홍제 전 회장


효성의 창업자인 고 조홍제 전 회장(1906~1984년)은 ‘기술 중심’의 경영철학은 ‘소재’로부터 시작된다. 소재라는 것은 모든 산업과 기술의 가장 근간이 되는 부문이다. 때문에 고 조 전 회장은 지금 효성의 모기업인 효성물산주식회사에 대한 독자경영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소재 산업’에 뛰어든다.


이러한 소재산업에 대한 욕심은 지난 1966년 나일론 원사를 만드는 동양나이론(주)를 설립한 뒤, 1967년~1968년 2년 동안 각각 울산 타이어 공장과 동양 나이론 울산공장을 준공한 것에도 드러났다.


1973년 동양나이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양폴리에스터 ▲동양염공 등을 설립함으로서 나일론 원사 외에 폴리에스터 원사와 염색가공까지 섬유일관생산체제도 갖추게 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피혁원단 및 제품을 생산을 위해서 동성과 대성을 설립하고, 1975년 안영공업을 인수함으로서 효성중공업으로 개편하게 된다.


이러한 고 전 회장의 ‘소재’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효성의 섬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우리나라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데도 밑거름이 됐다.


조석래 전 회장 ‘첨단소재’의 국산화


1966년부터 효성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조석래 전 회장은 아버지인 고 조홍제 전 회장‘기술중심’이라는 경영철학을 이어받는다. 그가 초점을 맞춘 것은 ‘첨단 소재’의 ‘국산화’였다. 이를 위해서 지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효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판덱스 역시 해당 기술연구소에서 탄생했다.


지난 1989년 조 전 회장의 지시로 기술연구소가 기능성 섬유와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나섰고 1년 후인 1990년 초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효성이 만든 스판덱스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스판덱스 부문 세계 1위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도 효성의 자체 기술로 제작된 또 다른 자랑거리 ‘타이어코드’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실 조 전 회장의 첨단기술에 대한 국산화 집념은 ‘폴리케톤’을 만들어냈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효성의 폴리케톤 개발의 시작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일본의 화학기업이 에틸렌 등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해 철보다 강한 플라스틱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조 전 회장은 ‘지구상 현존하지 않은 물질’인 폴리케톤 개발에 뛰어들었다. 쉘, 브리티 시페트롤리엄(BP) 같은 세계적인 석유화학 업체들도 수 조원의 자금과 수백명의 연구진을 투입하고서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었다. 때문에 당연히 경영진들 모두 “무모하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은 직접 논문까지 구해오며 폴리케톤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개발 시작 10년 만에 성공했다.


‘출발점’에 선 조현준 회장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취임으로 오너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재계에서의 조 회장이 글로벌 감각을 지닌 경영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유학경험을 비롯해 효성 입사 전 일본과 미국의 기업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조 전 회장은 이처럼 해외경험을 통해서 다양한 국가와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은 지난 1997년 효성T&C(현 효성)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을 합병하는 작업에 관여했으며, 지난 1998년에는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200년 상무, 2001년 전무를 거쳤으며, 2007년부터 섬유·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사장)을 맡아 섬유PG 부문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2014년부터 조 회장은 아버지인 조 전 회장을 대신해서 경영 전면전에 나서 ▲섬유 ▲중공업 ▲정보통신 ▲건설 등 핵심 사업에서 시장 발굴 및 신규고객 확보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이를 통해서 지난 2015년 9502억원, 2016년 1조1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2년 동안 이뤄낸 스판덱스의 성과는 놀랍다고 평가했다. 최고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16년에는 시장 점유율을 32%로 끌어올리며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고 글로벌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성과중심의 조직체계 개편 ▲경영시스템 개선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공업·정보통신 등 주력사업 부문의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함으로서 성장시키는 주역으로 활동했다. 따라서 앞으로 효성의 앞날은 조 회장의 경영행보에 따라서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