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민주평화당과 정의당간의 원내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모임’은 민주당 2중대가 아닌 본부중대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다.

평화와 정의 초대 원내대표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평화와 정의의 모임’을 결성 하던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저희들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표현은 사양하겠다”며 균형있는 ‘캐스팅보터’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

노 원내대표는 “그런 얘기(민주당 2중대 탄생)를 직접 한 당은 바른미래당인데 저는 바른미래당이 보수 2중대가 아니라 보수 본부중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비꽜다. 쉽게 말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만, 이것은 자기 PR이 아니었나 싶다. 정의당은 개헌에 있어서도 중재자의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4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본으로 해서 권력분산 세부방안을 검토해 들어가는 것이 난맥상인 개헌정국을 해소하는 가장 큰 타개책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한 차례 톤다운 한 ‘4년 연임제’를 도리어 ‘4년 중임제’로 원상복구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말 2중대를 넘어 본부중대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말로는 중재를 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개헌안’보다 더욱 제왕적대통령제와 가까운 안을 내놓은 셈이다. 야권으로부터 제왕적대통령제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민주당도 당초 ‘4년 연임제’를 기반으로 하기만 하면 그 안에서 권력분산은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표는 “국회의 권력분산은 승자독식을 타파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소수정당의 활로모색에 도움이 되는 선거구제 개편에만 눈독을 들였다.

이쯤 되면, 노 원내대표가 기분나빠하는 포인트가 민주당의 아바타라는 뜻의 2중대에 기분이 나쁜 것인지 본부중대보다 격이 낮은 2중대라서 기분이 나쁜 것인 지 헷갈리게 한다.

물론 권력분산 개념에 있어 여당과 야당 또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사실이고 어떤 쪽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아울러 정치공학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한 쪽의 편을 드는 교묘한 조삼모사식 말 바꾸기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2중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노 원내대표의 행보가 이미 2중대의 길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본인의 발언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하다. 일각에선 ‘캐스팅 보터’의 이름이 탐나 중간지대의 이미지를 얻으려 하는 것뿐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