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자초한 방통위, 경쟁업계가 조사 주체?

최근 방통위가 KAIT에 이른바 '인터넷시장 조사' 관련, 사업을 위탁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그간 업계 우려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시장에 관한 실태 조사를 이동통신사 단체를 통해 진행키로 한 기존 방침을 고수·강행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등 관련 시장에선 이통사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놓인 만큼, 이들 이통사가 인터넷 시장조사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단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방통위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위탁 단체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이하 KAIT)를 선정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 사업을 위해 입찰을 공고했고 결국 KAIT를 낙점했다. 이 사업은 인터넷 플랫폼 시장 구조 및 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부당한 차별·제한 여부 등 불공정행위 사례를 수집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결국 방통위를 등에 업고 낙찰된 KAIT가 과연 이 같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적정한 단체냐 하는 ‘공정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방통위의 이번 사업을 사실상 현행 이통시장과 같이 플랫폼 업계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통사 성향 편중된 KAIT…“플랫폼 시장 조사 공정성 문제 없나?”

이 과정에서 KAIT가 이미 오랜 기간 플랫폼 업계와 ‘망중립성’ 문제나 ‘제로레이팅’ 이슈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이통사 중심의 단체란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공정성’ 논란을 인식해 지난달 “KAIT는 통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정부에서 인가해준 법정 단체”라며 “규제를 전제로 한 조사 또한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식지 않고 있다.


KAIT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주도하는 단체로, 현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이들의 영향력을 배제하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미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량, 모바일 서비스 등 분야에서 이통업계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업계 간 실질적 경쟁이 활발한 만큼, 조사 주체로 KAIT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게 인기협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에선 기존 방통위가 내세운 ‘KAIT=공적 단체’란 주장을 뒤집어 ‘KAIT=이익단체’란 논리를 내세우며, 사실상 방통위의 ‘KAIT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제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KAIT, 단체 성격 쟁점…경실련, “이익단체 확실”
법령 사업 외 과도한 업무 수행…일감 몰아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3일 성명을 내고 “KAIT는 이익단체”란 점을 명확히 하고 방통위의 용역 발주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방통위의 과도한 KAIT 일감몰아주기는 특혜”라며 이날 이효성 방통위원장 면담을 통해 관련 의견을 제시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이미 공정성이 의심된 만큼 설사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된다 해도 그 결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하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의 골자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문제는 KAIT가 망사용 대가와 망 중립성 등 인터넷플랫폼 사업자와 이해가 엇갈리는 이익단체란 점”이라며 “공적인 업무는 이해 관계없이 공정하게 처리돼야 하지만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이익단체가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측은 먼저 KAIT가 이익단체란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선 방통위 측 입장을 반박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밝힌 것이다.


경실련은 ▲KAIT가 이통 3사와 단말기제조업자 등으로 구성 ▲이사회 역시 회장(SKT), 부회장(KT), 이사(LG U+, SK브로드밴드 등) 등 통신사로 구성 ▲50여 개 회원사는 통신사업자, 정보통신기기 제조업자, 정보통신망 사업자, 정보처리사업자로 구성 등 내부 체계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경실련, “KAIT에 대한 과도한 특혜” 지적


앞서 이효성(사진) 방통위원장이 "KAIT는 이익단체가 아닌 법정단체"라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 우려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어 “KAIT 정관은 ‘회원의 협력과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명확히 하고 있으며, 주요한 의사결정과 재정을 통신사 등 사업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KAIT에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시행한 적도 없어 비판받은 상황에서 정부 인가가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경실련은 “그나마 지난해 11월 경실련의 감사원 감사 청구로 과기정통부가 마지못해 감사를 시행했다”고도 밝혔다.


당시 감사 결과 이동통신 가입 시 사용하는 신분증 스캐너 독점공급 특혜제공, 국가연구개발과제 부적절한 수행, 과도한 연봉인상과 인센티브 과다지급, 부적절한 법인 신용카드 사용, 계약업무 소홀, 부당 수의계약 등 부당행위가 드러났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또 다른 주장의 축으로 방통위의 KAIT에 대한 ‘과도한 업무 특혜’가 지적됐다.


법령에 따른 KAIT 민간위탁사무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 등 총 4개 사업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수행 중인 업무는 규정 외 ‘단말기유통법 관련 대국민 홍보 및 유통점 교육’ 등 수없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경실련은 “이미 KAIT에 방통위 등 퇴직공무원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특혜제공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 방통위의 용역 발주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 이 같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KAIT 사안과 맞물려, ‘문제가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란 방통위 주장과 ‘문제를 삼으려고 보는 것’이란 반발의 플랫폼 업계 간 충돌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KAIT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협회에 대한 선입견으로 사업 본질이 왜곡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업계 우려에 대비해 각종 대응책을 마련,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23일 해명한 방통위 자료 참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해명자료를 내고 “‘인터넷 플랫폼시장 현황조사’는 정책자료로 활용하는 것이지 처벌을 위한 조사가 아니다”라며 “KAIT 역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15조에 따FMS 법정법인으로 이익단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방통위는 “KAIT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조사’를 전문 조사기관에 용역하는 사업수행 기관으로 직접 조사를 하지 않으며, 방통위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학계?소비자단체?연구기관, 법조계)에서의 논의를 거치는 등 공정한 업무 수행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현황 조사와 관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중소CP, 소비자단체,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시장현황 조사 결과 나타나는 문제점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거친 후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KAIT 홈페이지 갈무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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