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미투 캠페인' 열풍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성차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거 남성 중심의 획일화됐던 사회에서 점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조가 형성,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이들이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미투 캠페인’…성희롱 법안 발의 “의회도 움직여”


‘ME TOO(미 투)',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이 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전 세계 온라인상에서 최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이른바 ‘미투 캠페인’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에 대한 폭로를 연일 쏟아내며 단숨에 지구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치인들의 잇단 ‘성추문 스캔들’이 불거지며 급기야 미 의회 종사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뒤 확산된 ‘미투 캠페인’은 최근 영국 내각에까지 영향을 줄 만큼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 그간 반복된 정부의 '성차별 관련' 대책에도 여전히 공염불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천년이 넘는 전통적·역사적인 유교 가부장 문화에 익숙한 한국 남성들의 성(性)에 대한 의식 수준은 여전히 ‘넘사벽’이며 그나마 최근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만이 유일한 안도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폭력 관련, 예방은 물론 치료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각만 존재할 뿐 실제 피해를 입기 전부터 신뢰감을 갖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그 어떤 법적·구조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간 스토킹을 당해왔던 한 여성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해도 실제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수사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거나, 회사에 수차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알려도 되레 사내에 ‘꽃뱀’으로 몰려 2차·3차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국가 차원의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현재 ‘공염불’ 수준


지난해엔 ‘남성 혐오’ 논란을 차지하더라도 여성이란 이유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여성들은 ‘탈출구 없는’ 현 실태에 몸부림을 쳐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정부 조사에서 드러난 성희롱 피해자의 85%는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미흡하고 부실한 법과 제도 등 현 사회 구조에 분노를 넘어선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간 듯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가나 회사 등 자신이 속한 공적 시스템에 불만을 느낀 한국 여성들이 최근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이른바 전 세계적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힘으로 극복 불가능한 현실을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폭로함으로써 공론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은 ‘한샘 신입직원’ 사태다.


한샘 신입 직원이 같은 직장 동료로부터 성폭행은 물론, 화장실 몰카 등 피해를 당했다고 온라인상에 글을 올려 이를 폭로한 것이다.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으나 그간 우리 사회 기업들이 그간 그랬듯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되레 협박하는 등 구태로 일관한 모습에 소비자들의 ‘한샘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이처럼 성폭력 대응에 대해 안일한 기업 풍토는 정부가 키우고 있다는 근본적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기업이 한 개인을 상대로 성을 매개로 ‘갑질’을 부린다 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각 기업들에 성희롱 등 성관련 예방교육을 실시하곤 있지만 사후 처벌 등 이를 강제할 장치가 없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단 한국 여성들의 온라인 폭로…사전 검증 전제


▲ 최근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캠페인'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10인 이상 사업장에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 1회 이상 강사 또는 동영상 등 교육 자료를 통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교육에 대한 실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 29만개에 달하는 성희롱 예방교육 대상 사업장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점검한 곳은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불과 총 2,029개(0.7%)만이 이에 해당됐다. 특히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곳도 34%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들은 여성들의 온라인 폭로가 한국판 ‘미투 캠페인’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은 필수적 전제로 꼽힌다.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제가 확보될 경우 그간 개인적 은밀한 문제에 전전긍긍하며 무력감을 느꼈던 여성들이 온라인 속 공감을 이끌고 이를 통한 시민 연대로 회사나 국가 등 징계 주체를 압박, 결과적으로 사회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학교나 공기업 등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전 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 관련 범죄 근절에 지금은 미약하지만 향후 ‘나비효과’를 몰고 올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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