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칼끝 향한 ‘대기업 공익재단’…오너 자금줄 의혹[대해부]

황병준 / 기사승인 : 2017-11-17 10:21:54
총수 일가 사조직 의혹에 공정위 ‘전수조사’ 카드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그동안 기업이 사회 환원을 명분(名分)으로 공익재단을 설립, 사회복지사업과 인재 개발 등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공익재단은 앞으로는 사회 환원의 모습을 비취지만 실상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바로 우호지분 확보, 여기에 세금까지 줄일 수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익재단이 총수 오너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면서 공정위가 이를 전면적으로 들여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개 기업 경영인을 만나 공익재단의 역할에 대해 칼날을 꺼내든 것이다.


공정위는 공익재단을 오너 일가 지배력 확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 따라 기업집단국이 전수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대기업 공익재단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5대그룹 CEO와 정책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익재단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부당이득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은데 따른 문제점을 짚어 본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정부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계열사 지분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일부 공익재단은 이러한 혜택으로 세금을 줄이거나 우호지분을 삼아 그룹의 지배력 강화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칼 꺼내는 공정위, 공익재단 겨누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새 정부의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는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압박을 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6월 첫 번째 회동에서 5대 재벌을 향해 지배구조 개선방안과 상생해법을 마련해 오라고 주문했지만 기대했던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김 위원장은 내달 공익재단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밝히며 “기초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내달부터 조사에 착수에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를 마치면 제도개선 방안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까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떨고 있는 기업 있나(?)


문제는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 가해질 제재다. 공정위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법위반 행위가 뚜렷하게 나올 경우 즉시 직권조사 등의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조사가 자칫 선을 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도 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관청이 아닌 공정위가 공익재단에 대한 조사가 공정위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오너 계열사 공익재단 출자…세금↓ ‘우호지분’ 확보


김상조式 재벌개혁 첫 타킷(?)…대기업 공익재단 ‘초긴장’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이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지 의구심이 많아 조사를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과연 김 위원장의 밝힌 것처럼 기업집단국을 통해 조사에 나서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져 처벌에 관해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공익재단 처벌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금지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조항이 적용되지만 대다수의 공익재단이 계열사의 지분취득으로 인한 우호지분 형성 이외에 처벌까지 가능할 수 있는 조항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그동안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내달부터 조사에 돌입,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20곳 39개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밝혔다.


재벌개혁의 ‘신호탄’


재계에서는 이번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사실상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 5대 그룹 CEO와 간담회를 갖는 김상조 위원장.

김 위원장은 5대 그룹 CEO와 간담회에서 공익재단 제재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 금지나 총수일가 사익 편취 금지조항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공익재단이 당초의 취지와 달리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다.


지난해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1.05%(3060억원)를 매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 것이다. 또한 삼성생명의 지분 2.18%도 부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삼성전자 0.03%, 삼성물산 0.60%,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삼성SDI 0.5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전자 0.07, 삼성물산 0.04%, 삼성화재 0.36%, 삼성SDI 0.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 4.46%, 이노션 9.00%를 갖고 있으며, SK그룹의 경우 한국고등교육재단이 SK케미탈 1.08%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의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은 ㈜LG 0.33%, LG화학 0.03%와 ㈜LG 2.13%, LG상사 0.04%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집단국 전수조사…법적근거 부족, ‘재벌 길들이기’ 논란


공정위 “공익재단 조사, 법적 근거 충분”…4개월 로드맵 제시


롯데그룹의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칠성음료(우)1.19%, 롯데케미칼 0.03%, 롯데삼동복지대단은 롯데재단 0.15%,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지주 8.69%, 롯데칠성음료 11.40%, 대홍기획 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지배력 강화


대기업 공익재단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통해 총수 일가의 ‘우호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월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20대 그룹, 40개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무려 6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삼성그룹의 3개 재단이 핵심 상장사 계열사 지분을 2조9874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정몽구재단은 3934억원, LG그룹의 LG연암재단 등은 상장 계열사 지분 3518억원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3개 재단은 롯데칠성 등에 4180억원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국내 5대 그룹 전경.

대기업 공익재단은 오너 일가친척이 좌지우지하면서 비리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2012년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에 오른 신영자씨의 경우 지난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를 받아 수십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아 구속된 바 있다.


“공익재단에 공익(公益)은 없다”


대기업 공익재단은 공익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상속·증여세 면제 등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현행 세법상 공익재단은 발행회사 지분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기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혜에 따라 대기업 총수들은 세금을 상당부분 감면받고 편법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공익대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공익재단의 이사장 대부분 그룹 총수가 맡 있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익법인은 말 그대로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다시 말해 기업의 사회적 환원의 도구로서 사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대기업 공익재단은 재벌 총수가 운영하며, 세금을 아끼고, 상장사 지분을 확보해 우호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공익재단의 전면적인 개혁을 밝힌 김상조호의 칼끝이 어떤 역할을 할지 재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7월 기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2개 그룹 중 20개 그룹이 42개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공익재단은 총 84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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