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연구기관의 대관 업무 담당자가 모 인터넷언론사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한 연구기관 직원이 기자를 향해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직원 업무용 컴퓨터 “3장짜리 글 발견”


3일 전국공공연구노조 등에 따르면 대구시 소재 한국패션산업연구원 50대 직원 A씨가 자신이 담당한 대관업무와 관련해 비판 기사를 쓴 B인터넷신문사 소속 김모 기자에게 이 같은 문자를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문자메시지에서 “많은 사람이 상처받는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낮 12시9분 대구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건물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당시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같은 날 새벽 2시2분 A씨는 김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면서 “그동안 당신 글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해보았는지요...”란 말을 남겼다.


또 A씨의 업무용 컴퓨터엔 김 기자와 대관신청 문제를 둘러싸고 압박을 받아온 정황이 담긴 3장짜리 글도 담겼다.


해당 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김 기자는 다가오는 12월 행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이를 거절하며 내년 4월 이후에 하자고 답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김 기자가 당시 화를 내며 ‘나도 나이를 먹었다. 대구시 출입 기자도 알고 국장도 아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 시장님에게 전화하고 당신 십몇 년 성실히 근무한 것 박살낸다. 연구원 찾아가겠다’는 내용으로 협박했다고 해당 글에 남겼다.


해당 기자, 연구원 대관 관련 비판 기사 2건 작성


A씨는 한국패션센터 건물 공간을 대여하는 대관 업무를 담당했으며 당시 김 기자와 이 같은 대관 문제를 두고 갈등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달 한국패션센터 대관에 관한 비판 기사를 두 차례 작성했다. 당시 기사에서 “A씨가 대관 업무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등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6일 해당 언론사는 연구원의 대관 현황을 대구시를 통해 달라 요청했고 A씨는 2015년~2017년 9월 기간 현황을 작성,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16일 A씨는 언론 보도를 확인해 사실관계를 보고하란 연구원 지시를 받았다.


한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전국공공연구노조, 유족대표 등은 이날 A씨 사망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A씨의 장례도 연기하는 한편, 김 기자에 대한 검찰 고발 및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이다.

[사진제공=전국공공연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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