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별 성별 구분 개념 무색…남성 영역에 ‘우먼 파워’

▲ 홈플러스가 지난 13일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하면서 ‘여풍(女風)’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단체와 만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현 정부는 이미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면서, 그만큼 여성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다.


그간 여러 유통기업들이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CEO 자리까지 오른 사례는 없던 가운데, 최근 유통업계가 ‘유리천장’ 깨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성들이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을 잘 이해하는 여성 임원이 다른 업종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백화점이나 마트 업종의 경우 여성인력 채용비율을 늘리고 관련 복지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가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새롭게 대표이사를 맡은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유통가 여풍 열기는 현 정부가 공직 요직에 과감히 여성을 발탁하고 있는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제]홈플러스, 임일순 여성 사장 임명…‘업계 최초’


[중제]롯데·현대 등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 ‘증가세’


최초 여성 CEO 임일순


우선 홈플러스가 지난 13일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하면서 ‘여풍(女風)’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무려 절반이 여성인 셈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기업운영 중심인 인사부문장도 여성이다. 임 신임 사장이 승진 전 맡았던 직책 또한 기업운영의 핵심부서로 꼽히는 경영지원부문장이었던 것이다.


임 대표는 냉철하고 꼼꼼한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 구성원간 화합을 이끌어내는 안정된 리더십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후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 IT 업계에서 근무했다.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Exego Group) 등에서 CFO를 맡으며 재무전문가로 유통업계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핵심부서인 상품부문장, 인사부문장도 여성이 맡고 있다. 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30여 년 간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2003년부터 최근까지는 월마트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상품 부문 최고 임원으로 근무해왔고, 홈플러스에서는 PB(자체브랜드) 및 GS(해외 직소싱) 상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 운영의 핵심 부서 중 하나인 인사부문의 최고 책임자 역시 여성이다.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 9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고졸 공개채용 제도를 신설했고 올해 1월부터는 전역 부사관 특별채용을 정기 공개채용 제도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이처럼 홈플러스는 여성 임원 비율이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 전반을 통틀어 매우 높은 비율로 유지하며 실력과 성과 중심 인재 채용과 인사 문화에 주력하고 있다.


▲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여성 임원 인사 임명을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도 ‘女’ 인재 중요성 강화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여성 임원 인사 임명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여성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여성 임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2012년부터 매년 WOW포럼(Way Of Women)이라는 여성 리더십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의무화 도입과 기간 확대, 회사 내 어린이집 설치, 여성 간부사원 30% 육성 목표 추진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여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그룹 특성을 감안, 창의적인 여성인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며 “2006년부터 여성인재 채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왔으며 여성인재를 위한 근무요건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이윤주 상무보를 그룹 최고 재무 책임자CFO)로 선임했다.


그는 1989년 이랜드에 입사,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이랜드 사업부에서 중국 CFO를 지내며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여성 CFO는 이랜드그룹 최초며 패션, 유통업계에서도 드문 파격적인 인사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유통 4사(롯데·신세계·CJ·현대백화점) 중 여성임원 비중이 10%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여성 인력이 60%를 차지하는 조직 특성상 여성 직원을 위한 편의제도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최근 임신한 여직원들의 근무를 2시간 단축시키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같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진출 움직임은 국적을 불문하고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유리천장 지수’가 높은 국가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여성 관리직 및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은 여성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아베 신조 정부가 2015년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해 일본 기업들의 여성 관리직 비율 공표를 의무화하자 이사회 여성 비율은 6.9%까지 기록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양성평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며 “재계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여풍’ 움직임은 사회 전반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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