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낙하산-관피아 해소 여부 주목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최근 최흥식 금감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공석을 채웠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수장 즐비해 있다.


올해 안에 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손해보험협회(장남식 회장), 주택금융공사(김재천 사장), 한국씨티은행장(박진회 은행장), 은행연합회(하영구 회장), NH농협은행(이경섭 은행장), 생명보험협회(이수창 회장) 등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 볼 수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보은인사 등에 대해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한 관행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일 차기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교수가,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각각 내정된 이후 취임식을 마쳤다.


전날에는 금융감독원장에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전날 내정됐으며 22일 현재 최 금감원장은 업무를 수행중이다.


관심이 쏠렸던 금융권 공공기관장의 공석이 순탄하지는 않아도 이와 같이 채워지면서 후속 인선에 귀추가 주목된다.


‘관피아’는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하고 학연과, 지연 등 인맥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마피아처럼 거대한 세력을 보이는 행태를 말한다.


거래소·수협은행장·서울보증기금 수장 공석


8월 임기만료 손보협회장, 여전히 자리보존


현재 금융기관 중 수장의 자리가 비어있는 곳은 수협은행장, 서울보증기금 등이다. 이와 관련, SGI서울보증은 지난 3월 최종구 사장(현 금융위원장)의 수출입은행장 인선으로 인해 약 6개월 동안 수장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있는 현재에도 서울보증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의 형태는 물론 활동 내역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어 수협은행장 또한 3개월 이상 지휘자의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지난 4월 이원태 전 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비어준 이후 약 5개월 간 후임 인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에서 수협중앙회 측과 정부 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행추위는 2번의 공모와 9번의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서울보증보험 , 수협은행 정도의 기관의 공석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관료 출신이 우선 언급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감원장이나 산은 회장처럼 민간 출신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낙하산·보은인사 논란


BNK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CEO)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력하다.


그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새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입장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노조는 김 내정자를 ‘낙하산’, ‘부적격자’로 간주했다. 실제로 부산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면 시민과 상공인이 보듬어 키운 BNK금융이 정치권 꽃놀이패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출근저지와 총파업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주총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김 내정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내정된 것은 보은인사”라며 “내정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KB노조 발끈한 이유


BNK금융지주뿐만 아니라 KB금융도 차기 회장 인선에 고통을 겪고 있다. 윤종규 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은 상태로 KB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시작을 알렸다.


이와 관련,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는 “윤종규 현 회장을 단독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지적하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을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노조는 “사용자 측이 지난 5~6일 윤 회장 연임 찬반투표를 진행했을 때 단말기 17대를 이용, 중복응답 형태로 찬성표를 늘러 여론왜곡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에서 이번 의혹을 놓고 공동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손보업계 고민은?


이런 가운데 손해보험협회도 차기 협회장 선임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손보협회회장은 인선 절차에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된 장남식 회장이 여전히 협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손보협회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인선 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지대섭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나명현 전 현대해상 상근감사, 서태창 전 현대해상 대표, 금융감독원 출신인 유관우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김병헌 전 KB손보대표(전 LIG손보 사장), 허창언 금융보안원장 등이다.


하지만 많은 인물이 거론되는 만큼 손보 업계에서는 회원사간 소통을 위해 민간에서 선임하자는 주장과, 금융당국과 협력을 위해 관료 출신을 선출하자는 의견 등이 차기 회장 선출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보협회는 그동안 관료 출신이 주로 수장을 맡아왔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여러 사건 사고의 여파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기 때문에 차기 회장 선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세우면서 이전 정부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으나, 과연 그런 취지가 제대로 반영 될지는 미지수”라면서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 장하성 라인이니 무슨 라인이니 하면서 벌써부터 친문 인사들로 채워 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문이라든지, 낙하산 인사라든지 관피아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제대로 된 인사 검증과 전문성에 따라 금융권 수장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라고 주장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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