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배운 10대 범죄…‘사회적 방관’ 문제 대두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최근 일부 10대 청소년들이 성인조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은 범죄를 저지르며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시민들의 불안감은 그간 사실상 방치해왔던 ‘소년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개정·폐지에 대한 요구는 드높은 상황이다.


왕따·학교폭력 문제, 여전한 “현재 진행형”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버상의 폭력성 짙은 게임이나 폭언·폭력을 재미삼은 각종 커뮤니티들, 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확대된 ‘왕따’나 ‘학교폭력’ 등으로부터 사회적 강력범죄로 표출된다는 지적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에도 전북 전주의 한 여중생이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런 ‘왕따’나 ‘학교폭력’에 스러져간 피해 학생은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와 학교, 사회 전반적으로 그 어떤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같은 학생들, 즉 10대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같은 사실상 사회적 ‘방관’으로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성장한 일부 10대들은 ‘괴물’이 돼 최근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지난 3월 발생한 이른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두 명의 소녀 가해자가 그들(18·19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살인을 공모했고, 8세에 불과한 어린 초등생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목 졸라 무참히 살해했다. 심지어 이들은 아이의 시신 일부를 훼손하고 서로 주고받는 ‘반인륜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더 나아가 공범 박양은 훼손된 시신 일부를 “먹으려고 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키우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도 주범은 ‘정신 미약’을 핑계로 감형만을 바랐고, 공범은 자신의 모든 범죄행위를 주범에게 떠미는 등 무책임한 언동으로 일관하며 ‘말로만 반성이냐’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만 받았다.


이어 부산에선 한 여중생을 상대로 집단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판박이 사건인 ‘강릉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도 뒤이어 세상에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공통으로 무참히 저지른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반성은 고사하고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부산 가해자(17세)의 경우 자신의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되레 채팅방에 피해자 사진을 게시하고 ‘못생겼다’고 조롱했으며, 온라인상에 가해 집단의 신상정보가 알려질 것 같자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자’, ‘(신상 공개되면) 페이스북 스타 돼야지’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릉 사건의 10대 가해집단 역시 부산 사건과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게임 즐기듯 폭력을 행사했고 피해자는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들 가해자는 반복적으로 폭행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이 동영상을 마치 기념하듯 서로 공유하는 등 성인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


소년법 개정·폐지 움직임 본격화 “이번에는?”


이를 계기로 촉발된 ‘소년법 개정·폐지’에 대한 움직임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더 이상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봐줘선 안 된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10대들의 범죄가 더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논리다.


이미 수십수백 차례에 걸쳐 쏟아진 10대 범죄 사건 가운데,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을 비롯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울산 남중생 자살사건, 전주 여중생 자살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만 해도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청소년들의 교정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과 이들 10대들의 범죄 수준을 가늠키 어렵다는 현실이 맞물려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현행법상 최근 검찰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범죄 당시 17세)에게 20년 구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런 결정이 결국 나이에 따른 법정 최고형이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폐지에 대한 움직임이 촉발됐다.


또 소년법에선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가능한 구속영장 발부가 어렵게 하는 등 성인과 달리 처벌보다는 교정의 취지가 짙다.


특히 만 14~19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만 10~14세 아이들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며 교정 의미의 보호처분만을 받게 된다.


이처럼 가벼운 규정만으로 이미 도를 넘어선 소년 범죄의 빈번한 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워 결국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현재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은 폭발적이다. 6일 오전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페이지의 베스트 청원 1위가 ‘소년법 폐지 요구’로 참여자는 20만 명에 육박한 상태다.


또 다음 아고라에 게재된 ‘소년법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역시 수천 명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툭 하면’ 터지는 10대 범죄…그때마다 ‘처벌 강화’ 목소리만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권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지난 7월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저지른 존속살해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사형·무기징역형 선고가 가능케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잔인한 여중생 폭행사건에 충격을 크게 받았다”며 “극악무도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예외적으로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성장을 통한 성격 등 큰 변화가 가능한 청소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다만 이들 10대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이 동반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이 주어진다는 의식을 적기에 심어줄 수 있을 때 범죄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국외에서도 죄질이 극히 불량한 10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미 10년 전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을 낮춰 법적 제재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범죄의 잔혹성이 날로 깊어지고 재범률 역시 증가세를 띄면서 10대 청소년들의 사건은 반복적으로 불거졌고 그때마다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앞서 불거진 세 가지 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이 교정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가히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의식 변화 속도를 기성 세대들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한 지적·감성적 괴리감에 결국 성인을 이미 뛰어넘은 10대들의 의식 수준을 단지 ‘아이’로만 보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 역시 문제란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사진=뉴시스/ 해당 SNS 갈무리/ 네이버ㆍ다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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