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에서 이른바 '장충기 문자 사건'을 계기로 내홍이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이른바 ‘장충기 문자 사건’을 기폭제로 연합뉴스 내홍이 확대 일로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수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연합뉴스 4기(1984년 입사) 기자 등 국장·부장 대우 등 고위급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성명에 참여했다는 측면에서 현재 ‘박노황 체제’가 급속히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막내기수 성명 시작으로 전 기수 확대


먼저 ‘장충기 문자 사건’과 관련,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는 해당 사안에 연합뉴스 상무 등이 포함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자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경영진 사퇴를 촉구함과 동시에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과 경영진 역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이주영 지부장은 “일부 고위 인사의 황당한 말과 행동, 이를 다룬 낯 뜨거운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면서 “국가기간통신사란 명예를 뒤흔든 경영진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합뉴스 28·30·33기로 구성된 기자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역시 ‘박노황 체제’ 해체를 촉구했다. 앞서 막내기수인 35기는 지난 5월 처음으로 기수성명을 낸 바 있으며 이른바 ‘장충기 문자 사건’을 계기로 전체 기수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그간 경영진은 회사가 위기라면서 경위서와 징계, 부당인사와 해고 등을 무기로 사원을 겁박하는 한편, 감사팀을 앞세워 공포 통치를 이어왔는데 이제 보니 개인의 영달이나 추구해왔던 셈”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특히 33기는 성명에서 “정부 구독료는 당근이 아닌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받는 채찍”이라며 “수백 명의 땀방울을 자본·권력이 아니라 독자와 언론 노동자를 위해 흘리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의 지위를 가진 연합뉴스는 매년 정부로부터 300억 원 이상의 뉴스정보구독료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연합뉴스 부장 대우급 이상 고위 간부 80여 명(1984~1997년 입사)도 박 사장과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으로 씁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연합뉴스 중견급 이상 사원들은 “오랫동안 연합뉴스의 구성원으로 지내오며 부끄러운 일이 적지 않았다”며 “특히 지난 2년 반 동안 박노황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의 독선적이고 편향적인 경영 행태로 인해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말 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견급 사원, “우리도 공범자들”…박 사장 퇴진 촉구


이어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국립묘지 참배와 국기 게양식 행사는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추락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자 치욕의 시작이었다”면서 “편집총국장제를 비롯해 노사 합의로 운영돼 온 편집·보도의 독립성 및 공정성 담보 장치는 일방적으로 폐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기자들의 임명 동의를 받지 않은 편집국장 대리를 내세워 공영언론이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를 편법으로 운영해왔으며. 그 결과 정권과 재벌에 유리한 내용의 기사가 적지 않았다”면서 “바른 말을 하거나 공정보도를 주장하는 기자와 사원들은 무사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이들은 “급기야 최근에는 경영진과 편집국장 직무대행 등이 정권은 물론 재벌기업 간부에게 아부하는 모습까지 드러났다”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언론인의 양심과 회사에 대한 애정이 그래도 남아 있다면, 관련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경영진은 연합뉴스 정상화를 위해 즉각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의 이사진 퇴진 및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연합뉴스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장을 책임져야 하는 뉴스통신진흥회의 책임 역시 막중하다”면서 “현 경영진을 선임하고, 그동안 이들의 편향된 경영을 방관하고 두둔해온 진흥회 이사진도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충기 문자 사건’ 기폭제 역할…연합뉴스, ‘이건희 동영상’ 우려


또 이들은 “잘못된 소유·지배구조의 방치도 사태의 중요 원인 중 하나”라며 “지난 시절 자행된 외부의 부당한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막고 권력과 금력에서 독립적으로 국민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혁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합뉴스 대표이사와 이사·감사 등은 뉴스통신진흥회의 추천을 거쳐 선임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우리는 연합뉴스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을 위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우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면서 “무기력과 침묵, 외면으로 일관한 우리 중견 사원에게도 책임이 작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공범자들’임을 자인한다”며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는 후배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후배들과 함께 연합뉴스를 바로 세우는 길을 걷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연합뉴스 내홍으로 크게 번진 촉발제의 역할을 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차장)의 문자 사건은 <시사인>의 지난 7일 단독보도로 세상에 공개됐다.


해당보도에 따르면 연합뉴스 이모 실장과 조모 상무 등이 이른바 ‘장충기 문자 사건’에 연루됐다.


이 실장(당시 편집국장)은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는 등’의 이유로 장 전 사장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로 드러났으며, 조 상무의 경우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보도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이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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