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재계’ 첫 타깃 될까 ‘전전긍긍’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정위의 재벌개혁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대기업의 전횡에 대해 공정위의 역할론이 높아진 만큼 기업의 투명경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 시장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일감몰아주기와 내부거래 근절을 밝힌 만큼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도 관심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처럼 몰아치듯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공정위의 조사국 부활을 예고하면서 대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공정위 김상조號의 출범을 맞아 재벌개혁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여곡절 끝에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공식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몰아치듯 할 수 없다”면서 점진적인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별 정책의 시급성과 현실성을 따져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으로서 재벌개혁의 의지는 분명히 드러냈다. 우선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조사국(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해,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과감한 조사를 실시하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김상조의 공정위, 키워드 셋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나타난 키워드는 셋이다. 재벌개혁과 공정경쟁, 신뢰회복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주장했던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지부구조 개선과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경쟁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며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국민적 열망을 무겁게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을 향해 공정위 내부 단속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경고의 말씀도 드리겠다”며 말문을 열고 “공정위 업무 추진의 원동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는 만큼, 다른 부처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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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철퇴 선언…부당 내부거래 해소될까


그는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사건조사 절차나 심의의결 절차 등 업무처리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업무시간 외에 공정위 출신 인사나 로펌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지 말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 주문했다.


이는 끊이질 않고 발생하는 공정위 퇴직관료의 전관예우 논란에 대한 철저한 내부 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사회와의 소통은 중요한 일이지만 조직의 업무상 기밀이 비공식적인 통로로 외부에 유출되는 수준까지 허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조發, 재계 후폭풍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으로 재계는 들이닥칠 후폭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재계는 김 위원장이 기업사정에 대해 밝은 전문가인 만큼 합리적인 행정을 펼쳐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동안 재벌개혁에 앞장섰던 인물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을 검찰 개혁처럼 몰아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유연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기업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수차례 4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의 의지를 밝혔고 대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현재보다는 크게 높아질 것 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일부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취임식에도 김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이 없을 것이며,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재벌개혁에 대해 의도적으로 크게 말씀을 안 드렸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얘기를 하겠다”며 “4대그룹, 10대 그룹에 집중해 재벌개혁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프렌차이즈업계 긴장감 고조


프랜차이즈업계 역시 긴장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강도 높은 가맹거래 개혁을 공헌한데다 자칫 산업 자체가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맹·대리점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상조 “검찰처럼 못아치 듯 안해”…갑을관계 계선 주력


“엄정한 조사권 발동”…기업집단국 신설에 재계 긴장 고조


이러한 발언에 대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교촌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달 말로 계획됐던 가격 인상 대신 본사의 자구노력과 상생정책을 통한 가맹점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bhc치킨 역시 일정기간 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몸 사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몸 사리기’ 들어갔나?


후보자 시절부터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주장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지 하루만인 16일 한진그룹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진에어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을 시작으로 진행될 재벌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의 드라이브를 날릴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며 “재계에서도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짜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또 일감몰아주기 해결을 위한 조치도 단행했다. 조 회장 일가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컨버스 주식을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계열사인 유니컨버스는 지난해 매출의 74%를 내부거래를 통해 이루면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유니컨버스가 한진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해소됐다.


“지분율 꼼수 없애라”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들 관계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기준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맞춰져 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 당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넘지 않으려고 29.9%에 맞춰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일종의 경고를 날린 바 있다.


상장사를 규제하는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 지분이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과 일치하면서 일각에서는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에 집중하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4대 그룹을 찍어서 몰아치듯이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4대 재벌 규제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재벌개혁을 최우선 과제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자발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서자 다른 대기업 역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진그룹이 자발적으로 계열사 정리를 하면서 앞으로 대기업들의 계열사 정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가 칼을 빼들기 전에 논란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재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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