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에 선 ‘김&장’투톱…“경제의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17일 문재인 정부가 경제 검찰을 수행할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재계를 한순간에 긴장모드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21일 청와대는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재계에 웃음기는 사라졌다.


재벌개혁의 강성으로 평가되던 두 교수가 문 정부의 재벌 정책에 선봉에 섰다는 것 자체로 재계에 시사 하는 바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제인 정부에 바란다]를 통해 재벌개혁의 의미와 국민이 바라는 진짜 재벌개혁의 방향을 살펴봤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문캠프에 합류해 재벌개혁 공약의 초안을 작성한 ‘재벌 공격수’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교수를 임명하면서 재벌개혁을 위한 ‘차(車)-포(包)’를 전진배치 하면서 재벌 개혁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의지 드러낸 재벌개혁


재벌공격수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상조 교수와 장하성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청와대 정책실장에 내정되면서 재계는 한 순간 언제 미칠지 모를 칼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변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 실장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재계에서는 이들이 재벌 개혁의 강도와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급진성향의 두 교수가 재벌개혁의 선봉에 선 것 자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급진 개혁보다 점진적 개혁으로 현실적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조 위원장 역시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벌개혁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 정책실장 또한 “모든 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자리로서 매우 소중하다”며 “두들겨 패는 재벌 개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개혁 성향에 대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비치고 있다.


재벌 개혁의 선봉


하지만 이러한 제스처가 재벌개혁을 늦추거나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조사국의 부활 ‘4대 그룹’ 겨냥(?)…일감몰아주기 청산


친박-MB정권과 인연, ‘주홍글씨’로 낙인…‘보복 털고 화합해야’


김상조 위원장 후보자는 재벌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5년 대기업들의 반발로 폐지됐던 공정위 조사국을 기업집단국으로 부활시켜 경제 분석능력과 조사능력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 장하성 교수(우), 김상조 교수(좌)

김 후보자는 “주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대상은 30대 기업의 자본 절반이 몰려 있는 4대 재벌로 좁혀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면서 “현행법을 집행할 때 업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4대그룹이 30대그룹의 2/3를 차지하는 만큼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란 것이다. 대신 중하위 대기업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재벌 개혁을 위한 조사국이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4대 그룹에 대한 압박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조사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전담했던 조직으로 한때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리며 그 위용을 더했지만 재계의 강한 반대에 밀리면서 2005년 말 폐지됐다.


일감몰아주기와의 전쟁


‘김-장’라인의 재벌개혁에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은 ‘일감몰아주기’다. 공정위는 이미 재벌들로부터 제출받은 내부거래 실태자료를 분석하면서 이르면 내달 중에 관련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재벌 대기업 역시 공정위의 조사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 공정위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 회사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계열사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벌개혁이라는 것이 무분별한 대기업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당장은 오너십 경영문화를 위축 시킬 수도 있지만 기업의 발전 등에 플러스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친박’의 주홍글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전정권에 대한 사정작업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정경유착 기업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유착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이 대부분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며서 자칫 재벌 개혁이 초점이 전 정권의 정경유착기업으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많은 대기업들의 총수가 정경유착 비리로 수사를 받았지만 삼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흐지부지 됐다”며 “이번 정권에서 재벌개혁의 초점이 ‘개혁’에 맞춰져야지 ‘친박·친이’의 프레임에 갇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MB정부에서는 태광그룹과 SK그룹 등 표적이 됐고, 박근혜정부에서는 효성과 CJ, 롯데그룹 등에 검찰의 보복수사를 받는 등 정치적인 희생양이 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지, 정치적인 논리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보복할 재벌 총수 어디있나?


어느 정부든 출범 당시 전 정권이나 현 정부와의 관계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역대 대부분의 정권은 재벌 총수 기업 등을 볼모로 정치적 수싸움을 지속한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것은 전두환 정부시절 정치자금 요구를 거부한 국제그룹을 공중분해 한 사건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10년간 MB정부나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재벌 기업은 정권의 재물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 정부와 관련된 기업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대표적인 기업은 한화그룹과 SK그룹, 태광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48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징역 4년을 선고했으며, 최태원 SK회장 역시 46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회삿돈 400여억원을 횡령하고 그룹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건상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면했다.


당시 대표적인 호남기업이던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2008년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서 크게 성장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로 위크아웃을 맞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전 정권과 관계등 을 살피며 특혜나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등 사정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와 친분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 수사를 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아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러한 기업의 문제점을 들추는 수단으로 정권에서 검찰과 세무 등 사정라인을 총동원해 정치 보복이 끊이질 않고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정권과 친분, 현 정권과 악재(?)


박근혜 정부 당시 타켓이 되었던 대표적인 기업은 효성과 CJ다. 두 기업다 전 정권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으로 지난 정권에서 소위말하는 '타킷'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가장 먼저 수사에 들어간 곳은 CJ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 3개월만인 지난 2013년 5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본사를 비롯해 제일제당센터, 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 등 5~6곳을 집중 수색하면서 비자금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3번의 걸친 압수수색 끝에 같은해 7월 이재현 CJ회장을 구속하면서 재벌 기업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재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 2심에서 징역 3년과 252억원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배임액수를 다시 계산하라며 한 차례 파기환송하는 등 우여곡절을 빚었다. 이 회장은 건강이 극도록 악화되는 등 병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다 지난해 특별사면됐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권이 시작되면 이번에는 또 어떤 기업이 재물이 될까 하는 생각밖에 없다"며 "최대한 몸을 낮추는게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정치 보복을 이제는 끊내야 한다"며 "죄가 있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게 죄는 아니지 않냐"며 항변했다.


MB대통령의 사둔 기업으로 잘 알려진 효성그룹도 박근혜 정부에 눈 밖에 났다. 검찰은 2013년 10월 효성그룹 본사와 조석래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기각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효성 해외법인 자금 탈루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넘겼고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회사자금 유용과 증여세 탈루의 혐의를 적용했다.현재 양측이 불복함에 따라 심리가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도 이 같은 정치 보복성 기업의 압박과 검찰 조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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