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고금리 부담 경감 효과 VS 취약계층 대출 문턱 강화로 ‘음영화’

5월10일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원탁 테이블, 반려견·반려묘 입양, 장관·수석 내정자 인사부터 시작해서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까지 과거 정부와 비교해 ‘파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부분의 정책에 대해 ‘사회적 위치에서 갑보다 을을 위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민금융·경제개혁 역시 일반 국민 특히 저소득층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에서는 문재인 정부 서민금융 정책을 조명해본다.


대부업·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통일…‘기대반 우려반’


대부업계 “과한 금리 인하, 취약계층 대출 어려워져”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기간 당시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7대 해법’을 내놓았다. 그 중 서민금융 공약에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최고금리 인하’가 뜨거운 감자다. 업계에서는 서민가계의 고금리 부담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대출금리 상환을 낮춰야 하는 대부업체들의 대출심사 강화로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출이 어려워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서민들이 최고금리를 무시하는 불법사금융으로 발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부업계 “과도한 금리 인하, 취약계층 대출 어려워져”


대부업계는 그동안 최고금리 인하 때마다 대부업체의 수익성 악화,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피해,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의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 등을 주장하며 반대해왔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과도한 최고금리 인하는 리스크가 큰 대출을 취급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그 결과 상당수 저신용자들은 합법 대부업체에서 대출받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신용등급 7~10등급 대부업 이용자 수는 92만 5991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6년 3월 대부업법 최고 법정금리가 34.9%에서 277.9%로 하향 조정 후, 2016년 말 신용등급 7~10등급 대부업 이용자 수는 84만 8956명으로 8.3% 감소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사까지 대출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는 비단 대출이자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연체이자율 등 모든 대출상품 세부사항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회사입장에서는 낮아진 금리만큼 비용절감을 위해 연체율 관리가 시급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가계신용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연체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저소득자다”며 “이러한 상황에 회사입장에서는 법정 최고금리와 맞먹는 이자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취약계층 대출자가 감소하고, 이는 저축은행 수익성 저하와 연결된다. 중소규모의 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경영난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 ‘급전’때문에 불법사금융 쏠릴 가능성은?


대부업·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 및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 강화를 이유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큰 문제로 불법사금융 이용, 즉 취약계층 대출 음성화를 꼽고 있다.


앞서 말한 이유로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1·2·3금융, 대부업, 저축은행 등에서도 대출이 거부되는 상황에 ‘급전’이 필요하게 된다면 불법사금융에 손을 뻗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10년에 법정 최고금리를 29.2%에서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0%로 하향조정 및 통일화 시킨 후 불법사금융 피해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 교수가 2015년 발표한 ‘대부업법이 초래한 부작용’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3월 20조 9000억엔(약 208조원)에 달했던 일본의 대부업체 규모액은 2014년 3월 6조 2000억엔(약 62조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8년 사이 약 70% 가량 대부업 시장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불법사금융 피해자 수는 점차 증가했다. 법 시행인 2010년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09년 42만명에서 2010년 56만명, 2011년 58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영세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14%에서 2010년 22%로 상승했다.


점점 커져가는 대부업계 시장규모…‘도산위기? 엄살일 뿐’


이같은 부작용 이유에도 대부업체 최고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높은 원인으로는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 금융사의 대출 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법정 최고금리 이상을 적용받는 대출 잔액도 여전히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자산규모 국내 10대 대부업체의 총 자산과 대출잔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 말 5조 8000억원에서 2016년 말 9조 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울러 총 대출잔액 역시 같은 기간 5조 5000억원에서 8조 3000억원으로 상승했다.


두 번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의 몸집은 꾸준히 커져만 간 것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라는 주장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재무건전성 악화, 경영난 그리고 도산위기라는 주장은 엄살이다”며 “일본의 경우는 일본일 뿐,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법 개정 이전 대출건에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법정 최고금리인 연27.9%를 초과해 이자를 갚고 있는 대출자는 84만 8956명.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와 무관하게, 또한 추후 최고금리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연 27.9% 적용으로 경제적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취약계층 음영화 등 부작용 막을 ‘금융복지 필요성 대두’


이에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추진과 더불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햇살론’ 혹은 ‘디딤돌·사잇돌 대출’처럼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것.


아울러 좀 더 세부적인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들의 대출 부담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최고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다. 다만 현 정부의 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게 될 저신용자들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각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모든 정책을 추진할 때는 그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방안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의 금융공약에선 그런 정교한 배려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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