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모든 설계사들이 원치 않을 것”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3권’을 직접 언급하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유력 대선후보를 포함해 원내 5당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보험사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3권’을 직접 언급하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노동3권’과 특수고용직 노동자 권리 강화


문 후보는 지난 2월24일 ‘주간 문재인, 이상한사장님_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의 공약 홍보 영상을 통해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 후보는 지난 2월24일 ‘주간 문재인, 이상한사장님_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의 공약 홍보 영상을 통해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문재인 후보 공식 블로그 캡쳐>

심 후보는 자신의 10대 공약 중 노동 분야에 특수직고용자 노동자성 등 노동3권 보장, 간접고용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으로 교섭권 보장 등을 언급하고 있다.


노동3권이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뜻하며 근로3권이라고도 칭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이들의 공약은 앞서 언급한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카드판매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산재보험을 의무화하고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법적으로 마련해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험사·카드사 등 이 공약이 사업비 증가,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 = ‘1인 자영업자 사장님?’


특수고용직은 본사의 이름을 쓰고, 본사의 감독아래 활동하는 개인사업자를 말한다. 이들 사이 계약은 도급·위임계약 혹은 유사한 계약의 틀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는 A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어 A보험회사 상품을 판매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 업무보고 작성, 영업 관리 등 근로자처럼 A보험회사의 이름을 걸고 생활하지만 근로자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하루 종일 걷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4대 보험은 물론 산재보험혜택도 누릴 수 없다.


비단 보험설계사뿐만이 아니다. 오토바이 배달원,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캐디), 야구르트 배달원, A/S 서비스 기사 등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하에 사업자 등록을 한 ‘1인 사장님’인 셈이다. 이들은 업무상·신분상·경제적으로 회사에 종속되어 있는 입장이 분명하고 회사로부터 ‘명령’을 받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대우를 받지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특수고용직은 229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9%에 해당된다. 3년 전 자료인 것을 감안할 때, 일각에서는 이미 3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선후보들, ‘300만 노동자들의 기초 지위 보장하기 위해’


문 후보와 심 후보가 이러한 공약을 내세운 것은 30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기초적인 지위를 법적 울타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지난 4월19일 발표한 ‘안심일터, 국민희망 일터 만들기’공약에 ‘특수고용직 권리보장’을 언급한 바 있다.


▲ 지난 2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가 노조법 2조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대 공약에 포함·미포함 여부는 제외하더라도 주요 대선후보들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 17대, 18대 국회 때 특수고용자를 포함한 노조법·산재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7일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가 노조법 2조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국회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특히 특수고용자 당사자들 대부분이 근로자화·노동자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후 관련법이 개정·발의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보험인권리연대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90%가 노동조합 설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A보험회사에 근무하는 한 B보험설계사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점이나 팀 혹은 회사마다 약간씩 상이한 점은 있겠지만 노조설립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없는 편이다”며 “설계사들의 의견은 그것이 작든 크든 회사 실무진들에게 전해질 수가 없는 상황에 노조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험회사 측 “설계사마다 입장이 다를 것”


대선후보, 국회 관련법 발의, 당사자들의 입장 등 특수고용직의 권리강화 목소리는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기업의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에서 노동3권과 산재·고용보험 보장은 추가적인 사업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 관계자는 “모든 설계사들이 이러한 정책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사는 다른 특수고용직들보다 종속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직종에 속한다. 설계사들도 이를 인정한다. B보험설계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 상품 교육이나 판매에 대해서는 당연히 회사의 통제를 받지만 그 외에 영업일정, 휴무조정, 출근시간 등은 자유로운 편인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반면 B 설계사는 “일정조율 등이 자유롭다고 해서 ‘모든 설계사들이 이러한 정책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스케줄 관리는 영업사원의 당연한 업무이자 책무이다. 이 책무를 우리가 왜 하느냐. 보험회사에 소속되어 영업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만약 보험사가 ‘어쩔 수 없이’ 대선 공약, 설계사들의 요구 등의 흐름 때문에 설계사 근로자화를 이행하게 된다면 설계사들의 수당체계 개편이 먼저 혹은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IPU) 대표는 “보험사 1년 순익이 4조~5조원에 이르는데 핵심영업 인력인 설계사에게 그 정도 비용도 부담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보험인권리연대는 현재 보험설계사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보험인권리연대는 현재 보험설계사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보험인권리연대 홈페이지 캡쳐>

“노동권 보장되면 불이익 커질 수도”


일부 반대하는 설계사도 존재하긴 한다. 한 대형GA 대리점에 지점장급으로 근무하는 설계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수사(특정 보험회사) 설계사들이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듯이 GA로 오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저 역시 그랬다. (웃음) 지점장한테 수당체계 및 상품 구조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수차례 거절당해 본사까지 찾아가 물어봤지만 헛수고였다. 그 후 회사 내부에서 우리팀을 회의, 이벤트, 팀비지원 등에서 배제하는 것을 보고 치사해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특수고용직 상태에서도 이런 대우를 받는데 노동3권이 보장돼 노조활동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이상의 불이익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실제로 과거 노조설립 주도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묵살 당한 사실은 설계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은 개인플레이 위주의 영업이 많다”며 “협동플레이를 근간으로 하는 노조활동에 얼마나 많은 설계사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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