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 논란에 무리한 마케팅 투자까지”

▲ 보해양조 본사 전경(다음 캡쳐).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1950년 창업자 임광행 회장이 설립한 전남 지역 대표 주류제조기업 보해양조.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사랑받는 지역 주류업체에서 저도수 아홉시반, 탄산주 부라더 소다 등 출시하며 젊은 층의 인기를 바탕으로 수도권 진출을 통해, 주류업계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보해양조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금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업계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영업 손실에 따른 경영 위기를 구조조정 대신 ‘임금 반납’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말이 입금 반납이지 사실상 임금 삭감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주류업계에서 여성 최초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임지선 부사장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보해양조를 살펴봤다.


지난 2015년 11월, 보해양조는 창업주 故 임광행 회장의 손녀 임지선 전무 겸 대표이사를 부사장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보해양조가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알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 고객층이 남성인 국내 주류시장에서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도 거머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대감 보다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1985년생인 임지선 대표이사가 이제 만으로 겨우 30살이 됐지만 경영 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 경영수업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임지선의 ‘승부수’


임 부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후 수도권 진출과 젊은층에 대한 마케팅 공략을 승부수로 띄웠다.


보해양조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업계의 특성상 전남 광주지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는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해양조는 수도권 입성을 위한 열쇠로 마케팅을 선택, ‘아홉시반 주립대학’, ‘부라더#소다’ 등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활발한 홍보전에 돌입했다. 개그맨 김제동과 탤런트 한가인 등 인기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는 우려를 낳았다. ‘아홉시반’은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1월 출시 2년 만에 생산 중단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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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사이 지역 강자의 타이틀도 옅어져 갔다. 호남지역의 대형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에게도 밀리면서 보해양조에 위기감이 드리워졌다.


창사 최초 ‘임금 반납’


위기감이 감돈 보해양조는 최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금 반납을 결정하는 상황까지 직면한 것이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올해 1월 임직원들은 회사측과 별도의 임금 반납 계약을 맺고, 직급별로 직원들은 10%, 임원과 대표이사는 20~30%의 임금을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목상으로 자진반납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임금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보해양조 직원은 “말이 반납이지,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임금 반납동의서를 들이밀고 서명을 요구하는데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대해 보해양조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고, 지난해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된 사안으로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대신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금 반납은 임금 삭감과 달리 회사에 임금을 되돌려 준다는 뜻으로 한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임금 상승에 영향이 없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 보다는 피로감이 덜하다.


▲ 보해양조 홈페이지 캡쳐.

회사 역시 2017년도 실적이 나아지면 모두 돌려주겠다는 뜻을 펼치고 있지만 보해양조의 경영이 나아질 것이란 확답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나아진다는 기준이 마련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사측과 노사가 이러한 기준 마련에 대해 논의를 펼치고 있으며 아직 최종 합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손실’ 어떻게


보해양조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지난해 영업 손실이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 1155억원 영업 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6.7%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아홉시반'과 '부라더#소다' 광고 모델.

영업이익 적자 전환은 충격적이었다. 매년 80~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보해양조는 지난해 60억원 적자 전환됐다. 전년대비 141억원 감소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또한 전년 88억원에서 지난해 7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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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는 보고서에 급격한 내수 경기침체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따른 매출감소 및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로 인해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임지선 부사장의 무리한 마케팅이 영업손실로 이어져 임금반납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보해양조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케팅 비용과 함께 핫셉 인증 투자, 인턴 채용 등 많은 요소들이 더해져 지난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실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의문부호 따른 임지선號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지선 대표이사 겸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임지선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0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임지선 대표이사 부사장.

임 부사장은 당시 업계의 트랜드를 빠르게 분석해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복받은부라더’ 등 브라더 시리즈를 선보이면 업계의 화제를 몰고 왔다. 이러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임 부사장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류시장에 젊은 여성 CEO의 화려한 돌풍은 주류업계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임 부사장은 취임 당시 “보해양조가 65년 전통의 주류전문기업으로서 명맥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세계적인 주류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및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선언했다.


1985년생인 임 부사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파나소닉 인사팀장과 창해에탄올 상무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임 부사장의 지나친 호기(豪氣)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석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젊은 감각을 뽐내면 활발하게 진행했던 수도권 진출과 신제품 출시 등의 악재를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 앉아야 한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해양조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창해에탄올이 31.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과 임선자씨가 각각 1.77%, 1.47%, 가 보유하고 있다.


사외이사로 유시민 선택


보해양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보해양조는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서 유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보해양조측은 “보해양조 경영진이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가진 유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모시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왔다”며 “유 전 장관이 사외이사로 합류하면 회사 이미지는 물론 경영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 역시 이번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 “이전부터 보해양조에서 사외이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민간기업에 관련된 일은 새로운 일이라 호기심도 있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보해양조는 주주총회 역시 사전 조율을 통해 사전 공시를 올렸고, 이변이 없는 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사외이사로 선임된 유시민 전 장관(좌측 세번째)과 임지선 대표이사(좌측 네번째)

또한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임지선 대표이사 부사장을 재선임하고, 이홍훈 경영지원본부장을 신규 선임됐다.


주류업계에서는 소비 침체에 따른 매출감소와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실적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지난해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을 기록한 보해양조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지선 부사장이 첫 시험대에서 ‘영업적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며 “주총에서 재선임이 되면서 임지선 회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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