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거, ‘야권 VS 친박 혈투장?’

▲ 재향군인회 전경.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1년 넘게 수장을 뽑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해 온 재향군인회가 지난달 16일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허가를 서울동부지법으로부터 받으면서 회장 선거의 희망을 열었다.


향군은 오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새로운 회장 선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뜻밖의 소식이 향군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바로 향군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보훈처가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지난달 31일자로 남은 입후보자 2명에 대한 자격을 박탈했다.


향군은 보훈처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추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보훈처 역시 후보 자격을 이유로 향군의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또 다시 무산된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국내 최대 안보조직 재향군인회(이하 향군)가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넘게 회장을 뽑지 못하고 직무대행 체재로 유지되던 회장 선거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향군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입후보자 2명에 대해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면서 “남은 후보가 없어 당초 계획했던 선거가 치러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멀어진 향군 회장 선거


향군은 지난달 16일 법원으로부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허가를 받으면서 오는 24일 회장 선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던 상황에서 선관위의 결정에 또 다시 회장 선거는 차후로 미뤄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4월 중단됐던 선거 일정을 재개되는 것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출마했던 후보 2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선관위가 이들 후보들의 자격을 박탈하면서 사실상 후보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향군은 새로운 후보를 추천받아 오는 4월 다시 선거를 치루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 선거 왜 어렵나


향군 회장 선거가 복잡하게 꼬인 건 향군 내부 갈등과 관리감독부처인 보훈처의 이해 갈등에서 비롯됐다.


또 다시 미뤄진 회장 선거…보훈처의 지나친 간섭 ‘논란’


향군“보훈처, 입맛 맞는 후보 추천”…보훈처 “비리 근절”


항군은 지난 2015년 11월 말, 회장 자리에 있던 조남풍 전 회장이 각종 이권 및 매관매직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앞선 4월 대의원 선거를 통해 회장의 자리에 오른 지 7개월 만이다.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보존하던 조 회장은 다음해 1월 임시총회에서 전격 해임됐다. 조 회장은 3번의 도전 끝에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불명예 퇴진과 함께 구속이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향군 역시 사상 초유의 회장 구속으로 현 집행부와 내부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향군은 그동안 ‘돈 선거’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돈을 뿌리며 한 표를 거래했고 회장이 되면 임원 등의 한 자리를 보존해 주는 방법으로 회장 자리는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 구속된 조남풍 전 재향군인회 회장.

향군은 조남풍 전 회장 구속 이후 지난 1년 동안 회장 없이 직무대행 체재를 유지했다. 향군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신병 이상으로 공석이 될 경우 60일 내로 회장선거를 치루 도록 되어 있지만 향군 회장 선거를 놓고 내부 갈등과 보훈처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선거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보훈처, 선거 개입 의혹


향군은 지난해 4월 15일 공석인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에 준비했지만 보훈처가 제동을 걸었다. 보훈처는 향군 회장 선거 이틀을 앞두고 갑작스런 선거 중단 공문을 보냈다. 당시 박용옥 향군 회장 직무대행은 보훈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총회 안건에서 회장 선거를 상정하지 않겠다고 13개 시·도 회장단에 통보했다.


보훈처가 향군 회장 선거를 보이콧한 이유에는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5명 가운데 3명이 직전 회장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선거에는 김진호 전 합참의장,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신상태 전 향군 서울시회장, 송영근 전 새누리당 의원, 이선민 전 향군 사무총장 등 5명이 나섰다.


하지만 보훈처는 김진호 후보 등 3명의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했지만 향군이 이를 거절하자 급기야 선거중단을 지시한 것이다.


보훈처는 표면적으로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3명이 과거 선거에 출마, 금품을 살포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향군의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군 관계자는 당시 “향군 내부에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선거를 이틀 남겨놓고 중단 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승춘 보훈처장이 이처럼 무리한 지시를 한 것은 특정인을 회장으로 당선시키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향군 주변에서는 당시 선거중단은 박 처장의 육사 동기인 송영근 전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5명의 후보 중 보훈처가 직전 선거에서 김진호, 이선민, 신상태 후보 등 3명의 후보가 일부 대의원들에게 100~300만원의 돈을 부린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친박(親朴)의 그림자


여기에 당시 유력후보였던 야권 성향의 김진호 전 합참의장의 당선을 막기 위한 선택 아니였냐는 의혹과 친박 성향의 송영근 전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송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안보1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향군 회장에 친박 성향의 인사를 내정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박승춘 보훈처 처장을 지목하고 있다. 박 처장은 친박성향의 인물로 그동안 갖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승춘 보훈처장 ‘최순실 연관설’…친박의 불편한 꼬리표


최장수 기관장 ‘능력보단 친박 라인’…특정인물 밀어주기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기념식장 입장이 거부당하기도 했다.


박 처장은 2011년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민주화 운동을 종북으로 폄하한 영상을 배포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박승춘 보훈처장.

박 처장은 현 정부 최장수 기관장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하지만 박 처장은 5년 이상 자리를 유지하면서 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야당 등의 지속적인 해임을 요구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순실 수첩에 이름올린 ‘박승춘’


여기에 현 정부 비선실세의 주인공 최순실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최 씨가 군 내부 인사까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그의 PC파일에 박승춘 처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이 파일에는 청와대 경호실장 인선을 앞두고 후보군을 정리한 것으로 박 처장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처장이 이명박 정권 당시 보훈처장에 임명돼 박근혜 정부에서도 교체 없이 6년 가까이 한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영향력 때문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처장은 육군사관학교 27기로 예비역 중장 출신이다. 지난 2004년 7월 군 정보 최고책임자인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북 경비정의 교신 내용을 보수언론에 전달했다가 기무사 조사를 받고 자진 전역했다. 이후 2007년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다가 2011년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향군 내부의 한 관계자는 “박 처장이 지속적으로 향군 회장 선거에 간섭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인물을 향군 회장 자리에 앉히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이 향군의 이권사업에도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순실이 군 내부 인사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고 방산 비리 의혹까지 나온 상황에서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의 이권에도 욕심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향군은 제향군인 상조회를 비롯해 중앙고속, 향우산업, 향우실업, 향우종합관리, 통일전망대, 충주호관광선 등 상조와 고속, 휴게소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향군은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와 도에 1개씩 총 13개와 해외 지회 17개, 직장지회 2개 시·군·구회 222개, 읍·면·동회 3,296개, 직장분회 72개가 있다. 재향군인회원은 약 85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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