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업자가 정부 당국이 요청하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할 수 있는 자체 지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네이버는 자동완성·연관 검색어 부문에서 대학, 기업 등이 요청해 올 경우 광범위하게 특정 키워드를 빼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법원, 검찰, 경찰 등 요청 시 실검 삭제 규정 ‘논란’


25일 정보기술(IT)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 2012년 실검 노출 제외 기준으로 ‘법령에 의거하여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두 회사가 실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과 전면배치되는 결과다.


청와대, 법원, 검찰, 경찰 등의 기관이 특정 키워드를 빼달라고 요구할 경우 응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두 회사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이라며 “실제 행정·사법기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도, 실검 목록을 제외한 적도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IT 업계는 이런 해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검 목록에서 제외한 사유에 대해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하지 않고 ‘반사회적 정보’ 등 내부적으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행정기관 요청 외에도 개인정보의 노출, 명예훼손 침해가 우려될 경우 등 모두 7개 항목을 ‘실검 노출 제외 기준’으로 두고 있다. 관련 내부 지침을 자의적으로 풀이하며 이용자들 몰래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5월 5달 동안 네이버가 임의로 제외한 실검은 총 1408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건에 달했다.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도 ‘마음대로’


19일 KISO가 내놓은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3∼5월 두 달에 걸쳐 신고 혹은 자체 판단으로 총 11만9317건의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를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평균 1300여 개인 셈이다.


네이버가 해당 키워드를 검색어에서 배제한 대표적인 예는 지난 2월 건국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이 네이버에 요청을 한 사례이다. 또 기업, 연예인의 요청으로 해당 기업, 소속사 등에 불리한 검색어를 배제해 주기도 했다. 이런 경우 모두 명예훼손을 이유로 외부 요청이 들어온 사례이다. 예를 들면 어느 기업을 검색했을 때 XX분유구더기, XXX불량, XXXX불매운동 등이 자연스레 뜨는 것을 네이버가 임의로 막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언론에 보도됐고 기업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운 검색어임에도 제외 처리를 한 것이라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KISO는 “기업과 관련된 다수 검색어도 신고에 의해 제외 처리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보 유통 측면에서도 보다 분명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가 올해 3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후보자명 자동완성·연관 검색 노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는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KISO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보다도 긴 기간 후보자명의 자동완성 및 연관 검색 노출을 전면 중단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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