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이번이 처음 아냐”

▲ 웅진그룹 본사.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웅진그룹이 지난해 12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1200억대의 CP(기업 어음)사기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1년 만에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엔 윤 회장이 아닌 두 아들이 문제가 된 것.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 형 윤모(39)씨와 동생 윤모(37)씨, 그리고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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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불법 주식거래 혐의?


이번 문제가 된 아들은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과 차남인 윤새봄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이다.


웅진씽크빅은 지난 1월 15일부터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과 차남인 윤새봄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이 장내 매수를 통해 각각 17만9765주(0.52%)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윤새봄 상무보의 한살 아들 윤모 군도 1795주(0.01%)를 장내 매수 취득했으며, 이번에 함께 기소된 직원 1명도 당시 웅진씽크빅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은 당시 웅진씽크빅 주식을 1주당 평균 1만1100원에 매입해 약 40억 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이들이 웅진씽크빅 주식을 매수한 후 10여 일 후인 지난 2월 1일 실적을 공시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33억6999만원, 133억9917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1%, 28.8% 증가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를 넘는 수준이었다.


웅진씽크빅의 실적 공시는 이들이 주식을 매수한 지 약 보름 후 이뤄졌다.


매수 당시 실제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수한 1월 18일 종가 기준 1만1500원정도였다. 그러나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상승해 1만6000원 선까지 올랐다.


“주식 매수 후 팔지 않았으며, 이득 본 것도 없다” 해명


검찰은 윤 회장의 두 아들이 ‘회사 실적이 괜찮다’는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지난달 중순 이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이와 관련 웅진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씨 두 형제가 사들인 주식들은 되팔지 않아 현금화 하지 않았으며, 현재 주가는 오히려 8000원선으로 내려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웅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기도 했다.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2012년 10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4억원 가량)를 전량 매각했다.


당시 윤 회장 친척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9월 14, 19, 21, 24, 25일 등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다. 또한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도 웅진코웨이 2만 4648주를 8월27일과 9월14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극동건설 부도로 인한 주가 피해에 대해 미리 예견한 총수 일가는 주식 매도를 통해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려고 했던 것이다. 특히 윤 회장 친인척 및 핵심 참모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지분을 매도한 데 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는지 조사한 바 있다.


▲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윤석금 회장 재기선언에 찬물


이에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던 ‘세일즈맨 신화’의 주인공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의지가 한 풀 꺾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법정관리 졸업과 어음 사기 혐의를 받아온 윤 회장이 실형을 면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한 웅진그룹에 이번 두 아들의 불법 주식 거래 의혹 사건은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6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해, 그룹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6월 2012년 법정관리 당시 발생한 1조4384억원의 채무 중 대부분을 무려 6년이나 앞당겨 갚았다.


아울러 윤 회장은 이처럼 기업회생절차를 끝내고 빚을 모두 상환하며 계열사를 추스르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웅진그룹은 ‘정신문화에서 생활문화까지’라는 모토를 삼아 렌털 판매 서비스 개념을 첫 도입한 ‘웅진코웨이’, 초록 매실로 잘 알려진 ‘웅진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2011년 웅진그룹은 32개 계열사, 연 매출 6조원의 국내 30위 기업에 자리했다.


한편 <스페셜경제>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차례 웅진그룹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진제공=웅진그룹 홈페이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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