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치명적 유혹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의 대참패는 그 누구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가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민심의 심판은 정부여당에 대해 굉장히 혹독하고 준엄했으며 아울러 정치권에는 통치(統治)가 아닌 협치(協治)를 주문했다. 국민들의 이 같은 심판은 20대 국회를 여소야대 형국으로 만들면서 각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영향을 끼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을 계기로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었던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대권주자들을 추종하는 테마주 역시 상반된 주가 양상이 연출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대선테마주에 대해 진단해 봤다.


안철수·문재인 테마‥급등 연출
김무성·오세훈 테마‥급락의 늪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 결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과반인 150석에 훨씬 못 미치는 122석의 의석수를 얻는데 그치면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이 됐다.


총선 개표 결과 ▲새누리당 122석(지역구105+비례대표17) ▲더불어민주당 123석(지역구110+비례대표13) ▲국민의당 38석(지역구25+비례대표13) ▲정의당 6석(지역구2+비례대표4) ▲무소속 11석의 성적표가 나왔다.


대선주자 지지율


이 같은 총선 결과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권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총선 직후인 지난 14~15일 이틀간 4월 2주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더민주의 총선 승리로 지지층이 결집해 전주 주간 집계(4월 1주차) 대비 4.6%포인트 급등한 24.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29 재보선 패배 이전인 4월 5주차(24.8%)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회복하며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을 38석 원내 3당으로 이끌며 지지층이 결집해 전주 대비 4.7%포인트 급등한 18.9%로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2위에 올라섰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종로에서 더민주 정세균 의원에게 패배한 탓에 지지층이 급속도로 이탈하면서 전주 대비 4.8%포인트 급락한 10.1%로 안철수 상임대표에 밀려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지지층이 큰 폭으로 이탈하며 전주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8.7%로, 당 대표 선출 직전이었던 2014년 7월 2주차(7.0%) 이후 약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테마‥손바뀜 잦아


이와 같이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증권시장에서도 이들을 추종하는 테마주 역시 상반된 주가 양상을 연출했다.


우선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안철수 대표를 추종하는 ‘안철수 테마주’를 살펴보자면 안랩과 다믈멀티미디어, 써니전자, 링네트, 엔피케이, 에스넷 등 10여개가 넘는 종목들이 안철수 테마주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 대표가 지분 18.6%(186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안랩’과 정연홍 대표가 김홍선 전 안랩 대표와 대학원 동문이라는 이유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된 ‘다믈멀티미디어’, 송태종 전 대표가 과거 안랩에서 기획이사로 재직한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된 ‘써니전자’ 등이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총선 개표 결과 국민의당이 호남지역 의석을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한 것은 물론 정당득표율에서도 제1야당인 더민주를 누르고 새누리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자, 총선 다음날인 지난 14일 안랩은 장 시작과 동시에 84,500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전날 종가에 비해 14,200원이 오른 20.20%의 급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다믈멀티미디어 또한 전날에 비해 14.84%가 상승한 시초가를 달성했으며, 써니전자도 16.85%의 급상승을 보이는 시초가를 기록했다.


특히, 써니전자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의 기간 동안 증권시장에서 회전율 1위를 기록한 종목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주식 거래량의 합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손바뀜이 잦았다는 것을 뜻하는데 써니전자의 회전율은 해당 기간 동안 356.97%로 조사됐다.


회전율 356.97%는 10거래일동안 1주당 약 3.6회 가량의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가 이뤄졌음을 뜻한다.


그러나 회전율 1위를 기록한 써니전자와 다믈멀티미디어 등은 이날 시초가 급상승의 급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날보다 각각 -0.74%(5360원), -6.18%(6070원) 하락한 마이너스 종가를 기록했다. 안랩 또한 전날보다 1.71% 오르는데 그친 7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文 테마‥지지율과 함께 급등


총선 개표 결과 더민주가 수도권에서 압승을 기록하며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을 차지하자 문재인 전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뉴보텍과 우리들휴브레인, 우리들제약은 이날 각각 11.22%(1735원), 15.57%(3155원), 5.59%(7550원) 상승 마감했다.


뉴보텍은 이 회사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에 있었다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편입됐으며,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의 아내가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종목은 이날 상승세에 이어 문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18일에도 급등을 보였다.


뉴보텍과 우리들휴브레인은 이날 상한가로 장을 마쳤으며, 우리들제약은 전날 대비 25.34% 급등한 9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4·13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자, 각 정당을 대표하는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를 추종하는 테마 종목 역시 증권시장에서 급등을 보였다.


추락한 김무성·오세훈 테마


이에 반해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은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증권시장에서도 이들을 추종하는 테마 종목들이 혹독한 심판을 받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무성 테마주로는 전방과 체시스, 엔케이 등이 대표종목으로 꼽힌다. 전방은 김무성 전 대표의 부친이 창업자이며 형인 김창성 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체시스는 이명곤 회장이 김 전 대표와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무성 테마주에 편승되어 있고, 엔케이는 박윤소 회장이 김 전 대표와 사돈관계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묶여 있다.


총선 다음날이었던 14일 이들 종목은 일제히 급락을 기록했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 대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전방은 -18.65% 급락하며 42,300원에 장을 마쳤고, 체시스는 -18.56%(2150원) 하락, 엔케이는 -20.40%(5150원)로 급락세를 보였다. 이 밖에 다른 김무성 테마주 종목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내 경선에서 종로의 터줏대감인 박진 전 의원을 꺾고 총선 본선에 오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더민주 정세균 의원에게 12.9%포인트 차로 생각보다 크게 패배하면서 오세훈 테마주 또한 급락세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을 역임할 당시 추진했던 지하 대심도 터널 건설사업과 관련 있단 이유로 오세훈 테마주로 분류됐던 한국선재는 총선 다음날 -26.7% 하락해 38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진양홀딩스 양준영 이사가 오 전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오세훈 테마주로 엮였던 진양산업과 진양화학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으며, 대표이사가 오 전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 탓에 테마주에 편입된 금양도 전날보다 -2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이와 같이 야권의 대권주자들은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좋은 성적표를 받자 증권시장에서도 이들을 추종하는 종목들 또한 덩달아 급등을 연출했으나, 여권의 대권주자들과 그들의 테마주는 위기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급등과 급락 사이‥潘 테마


반면, 친박계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추종하는 종목들은 총선 다음날 증권시장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기문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보성파워텍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충북지역 케이블 TV방송사를 운영 중인 씨씨에스는 17.10%, 최승환 대표가 유엔 환경기구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한창도 9.95% 상승해, 다른 여권의 대권주자 테마주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다만, 지난 18일 반 총장이 1985년 미국 연수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파악해 전두환 정권에 보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 종목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보성파워텍은 이날 -17.80% 하락하면서 5910원에 장을 마쳤고, 씨씨에스(-16.88%, 1970원)와 한창(-14.78%, 4150원)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환상에 젖어 대선테마에 ‘편승’
묻지마 투자…패가망신 지름길


개미투자자 피해 우려 <왜>


이처럼 증권시장에서 대권주자 테마주들은 대권주자들의 명운에 따라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출렁임을 연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대선테마주의 이러한 주가 급등락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크게 손실을 입힐 우려가 크게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대선테마주의 대부분이 실제 대권주자와 별다른 관련이 없거나 실체가 불분명하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떨어지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주포’라 불리는 작전 세력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주가를 부양해 왔던 작전 세력들이 선거의 승패가 판명된 이후에는 그동안 투자했던 자금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비싼 값에 해당 종목의 주식을 떠넘겨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시킨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대선테마주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강행한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며 대선테마주 같은 테마주에 추종 매매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 역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아니면 주변 사람과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경험담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도 테마주 투자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 강행 심리는 무엇?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대선테마주 투자를 강행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증권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릎서고 대선테마주 투자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주식 격언과 연관된, 그동안 대선테마주의 주가 폭등이 보여 왔던 경험이 상당 부분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말 그대로 ‘위험이 큰 만큼 수익도 높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에서 정설처럼 내려오는 말이다. 아울러 ‘어떤 투자에서도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없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정국에서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한강과 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2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다는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자, 정부 발주공사를 주로 맡았던 이화공영이라는 종목이 단기간에 폭등했던 것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800원대에 불과하던 이화공영의 주가는 이명박 테마주의 대장주로 등극하자 불과 8개월 만에 30배가 넘게 폭등했다.


더불어 지난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저출산 대책에 힘입어 유아용품기업인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도 10배가 넘는 폭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유력 대권주자의 테마주로 분류된 이화공영이나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등은 단기간에 주가가 수 십배 상승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들 종목의 폭등은 카페나 인터넷 게시판에 전설처럼 회자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부채질 하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작전 세력의 이러한 부채질로 개인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얻기 위해선 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대선테마주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뻔히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은 투자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5년에 한 번꼴로 온다는 최강 대선테마에 편승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경고를 해도 실체 없는 대선테마주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고수익을 얻기 위해 고위험을 감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것.


“호구는 타짜를 이길 수 없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단 8개월 만에 30배로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식 투자는 그 기업의 실적과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전망, 성장 동력 등 기업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의 기본적 가치를 다방면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투자해야 한다. 충분한 공부를 하고 분석을 한 뒤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니면 자산관리사 등 전문가들에게 투자를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묻지마식’ 투자를 강행하는 행위는 영화에서처럼 ‘타짜(작전세력)’에게 ‘호구(개인투자자)’가 모든 것을 잃고 ‘패가망신(敗家亡身-집안을 망가뜨리고 자기 몸까지 상함)’하는 행위임을 개인투자자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느껴야 한다.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대권주자들을 추종하는 종목들의 주가 급등락이 끝난 게 아니다. 어쩌면 대선을 1년 8개월 앞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대선테마의 시작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대선테마에 대한 추종 매매를 자제하고 면밀한 분석과 신중한 투자를 지향하면서 앞으로 성장할 기업들을 잘 선별해, 그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주식 투자로 패가망신 하지 않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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