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점포 훌쩍’‥‘전성시대 열었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편의점 업계만큼은 예외였다. 아니 오히려 지난 해는 큰 성과를 냈다. 그간 편의점은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PB상품으로 이를 만회했고, 오히려 ‘역대급’ 성과를 냈다.


편의점업계는 어느덧 3만개 점포를 넘어섰다. 1~2인 가구의 증가 등 호재도 있지만, 그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편의점 업계의 오래된 고민과 점주들과의 갑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PB상품 인기몰이‥유통업계서 혼자 웃었다
‘유통공룡’ 신세계 위드미…출격 준비 끝?

장기불황의 여파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역신장의 늪에 빠졌지만 편의점 업계만큼은 예외 였다. ‘매출’에 있어서도 ‘점포’에 있어서도 거칠 것이 없었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업계 매출은 1월을 제외하고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신장했다.


편의점 지칠지 모르는 상승세


편의점은 25년 만에 3만개점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매일 900만명이 방문하는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성수기로 분류할 수 있는 7~8월에는 30%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비성수기로 분류되는 10~11월에도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은 2013년 12조8000억원, 2014년 1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점포수 역시 늘었다. 지난해 1월 전년 대비 5.4%였던 점포 증가율은 9월 9.9%를 기록한 후 11월 들어 10.7%로 높아졌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빅3’ 편의점 점포수는 총 2765개나 증가해 엄청난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바로 1년전 인 지난 2014년에만 해도 1400여개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업계 1위인 BGF리테일의 CU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9409개로, 전년보다 1000여개 늘었다.


GS리테일의 GS25와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도 각각 995개, 769개 증가한 9285개, 8000개다. 여기에 미니스톱과 신세계의 위드미도 각각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발길 잡아라


편의점의 성장은 1~2인 가구 증가와 소량 구매 패턴 확산, 높은 접근성과 다양한 PB상품 등장 등으로 가능했다. 또 각 편의점업체들은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효자 메뉴는 도시락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하거나 특색을 갖춘 제품들로 발길을 끌고 있다. 식당에 가서 먹는다면 한끼 6~7000원이 들지만,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4000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1인 가구에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도시락 뿐 아니라 편의점에는 최근 ‘PB상품’들이 늘고 있다. 격 대비 품질과 맛이 좋은 편의점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판매율 1위의 고유브랜드(NB·National Brand)의 위치가 흔들리기도 한다.


해당 편의점에 가서 PB상품을 고르기 보다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당 편의점에 방문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PB상품은 과거 NB상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초 구매 고객을 중심으로 맛과 품질이 NB 못지않다는 인식이 서서히 확산돼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PB상품이 가격과 품질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인식이 생겼고, 매출도 함께 뛰어 올랐다.


매출 비중도 매우 높은 편이다. PB상품들의 매출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편의점 전체 매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주요 편의점체가 판매 중인 PB상품은 GS25 2300여종, 세븐일레븐 700여종, CU600여종 등 3600여종에 달한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특성상 제조업체의 상품을 유통하다 보면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각 업체들은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PB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된 가치 제공은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며, 각 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 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즉, 지속적인 PB상품의 개발에 따른 차별화는 각 업체에 찾아오는 고객의 수를 늘림으로써 점포를 운영하는 경영주와 본사의 수익으로 연결돼 실제로 실적에서도 많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점포수 1위는 CU이지만 ‘실속’만큼은 GS25가 단단히 챙기고 있다. 일명 ‘혜자 도시락’으로 인기몰이를 한 GS25는 PB상품의 인기 상승곡선과 함께 높이 날고 있다. 하지만 CU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몇 년 안에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 이라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매장 1위 CU, 업계 1위 자리 굳힐까
편의점 업계의 영원한 고민 ‘갑을논란’


점포수 1위 CU, 매출 1위 GS


CU와 GS25가 눈에 띄는 점은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매출의 상승곡선이 눈에 띈다. CU의 2013년 총 매출은 3조 760억원, 영업이익 944억원이었다. 하지만 2015년은 4분기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3조 1508억원의 매출액, 영업이익 1417억원을 달성했다.


무려 3개월(10~12월)의 실적이 빠졌음에도 불과 2년 전의 1년치 수익을 모두 따라 잡은 셈이다.


매출(31.2%)과 영업이익(78.5%) 모두 상승했다. GS25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3년 3조 21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GS25는 지난 2015년 3분기동안 3조 4098억원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업계 1위였다. 영업이익에서도 탄탄함을 갖추고 있다. 2013년 119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5년 들어 1534억원으로 치솟았다. 4분기 실적이 더해진다면 ‘역대 최고’의 성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분기별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들에 비해서 성장세가 다소 둔한 편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미 2013년 매출 3조원을 기록했음에도, 세븐일레븐은 2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 지난 해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해묵은 고민’


하지만 마냥 밝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본사에 비해 점주들의 이익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가맹점주들은 ‘피의 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나 고시촌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그만큼 편의점도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위치해 있다.


주요 상권에 여러 브랜드 편의점이 밀집하면서 가맹점들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보는 피해는 온전히 점주들이다. 최근 ‘묻지 마’식 출점 경쟁이 벌어지면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치킨게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은 동일 브랜드 기준으로 도보거리 250m 이내의 경우 신규 가맹점이나 직영점을 개설하지 않는다는 ‘영업지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단지, 지형지물 등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편의점 출점으로 국내 편의점 당 인구수는 2011년 2300명에서 지난해 2050명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올해는 점포당 190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점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편의점 점주들의 자살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경기도 안산에서 대형 편의점을 운영하던 한 40대 점주가 수익 악화로 가맹본부에 매달 지급하는 로열티를 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본사와 전쟁을 벌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편의점의 미래는?


고통 받는 이들도 있지만 편의점 개점은 사실 새로운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달콤하기만 하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데다, 본사와 연개 되어 있어 신경쓸 부분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편의점의 ‘개점’은 2016년에도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규제에 벗어나 있어 매장을 여는데 있어 큰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2016년에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점포가 늘게되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고, 매출이 늘어날 ‘루트’가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PB상품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 무리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사실 2016년부터가 진짜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자리를 잡은 PB제품들이 늘면서 무리한 마케팅 비용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PB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백화점, 대형마트와 달리 ‘큰 돈’을 쓰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불황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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