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불안&기업 저평가…등 돌리는 기업들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최근 공모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매년 연말은 연내 상장을 마치려는 기업들이 몰려 ‘IPO 성수기’라 불리지만, 올해 IPO(기업공개)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하고 주식 공모를 앞두고 실시하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1월 한 달 동안 6개 기업 공모 철회
증권사들 “공모주 시장도 우울하다”

공모시장이 최근 날씨와 같이 춥고 어둡다. 공모수요 예측 흥행 실패 등으로 기업들이 공모를 철회하거나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만 6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11월 초부터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소유한 ‘태진인터내셔널’과 중국 기업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 바이오기업인 ‘팬젠’, 부가가치통신망(VAN)사업을 영위하는 ‘KIS정보통신’이 청약 이전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30일에는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인 ‘큐리언트’와 카메라 교환렌즈업체 ‘삼양옵틱스’는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상장 철회 이유?


이와 같이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이유는 ▲회사 가치 저평가 ▲연말 쏠림 현상 ▲기관투자자들 자금제한 ▲글로벌 증시 불안 등이 있다.


우선 기업들은 상장 철회 이유로 ‘회사 가치가 생각보다 너무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말에 IPO가 몰리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기업도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에도 IPO가 연말에 몰리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한 바 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보면 약 80여곳의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기업이 11월에 상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LIG넥스원 등 이미 상장한 상당수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이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업의 IPO가 몰리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도 제한돼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제한’도 기업 상장 철회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상장예비심사를 승인 받은 이후 6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다시 상장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청약 이전에 상장 철회를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증시가 예전과 같이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공모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증시의 변동성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공모주 시장도 ‘꽁꽁’


이런 가운데 공모시장을 비롯해 공모주 시장도 암울하기만 하다. 청약 경쟁률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수조원의 자금이 ‘증거금’으로 몰린 일은 옛말이 됐으며, 최근에는 청약 경쟁률이 1대 1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증거금이란 매수 주문을 낼 때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금액을 의미한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데다가 연말에 기업공개 일정이 몰리면서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높은 공모가를 적용받기 어렵게 되자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수요 예측에서 기업들이 생각한 가격대에 미달하는 결과가 자주 나오고 있다”며 “당장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은 아무래도 일정을 미루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 상장한 기업들 주가는 대다수가 공모가 이하로 거래 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상장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금호에이티’, 25일부터 매매거래가 시작된 하이즈항공 등은 모두 희망 가격 범위의 하단 아래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고려해 접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이 얼어붙은 공모시장을 해결할 방법은 현재로써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지만,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면서 기업들의 IPO 진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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