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기습 공격…‘동생, 철벽 방어?’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 10월 8일, 잠잠했던 롯데그룹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주총패배 이후 모습을 감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냥 나타난 것도 아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원 리더’ 체제를 선포한 신동빈 회장에게 한·일 3개 소송전을 진행했다.


신 전 부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윤사에서 신 회장을 등기이사 직에서 해임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가족 회사’라며 선을 그었지만, 면세점 사수 등 갈길이 바빴던 신 회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숨죽여 있던 신 전 부회장 ‘국감’ 이후 깜짝 등장
신 회장, 광윤사 등기이사 해임‥신동주 대표 취임


지난 10월 8일 갑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소송을 제기 한다는 소식이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이하 신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긴급 이사회 소집 절차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이사회 결의를 무효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법원에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도 이날 오전 한국 법원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을 대리해 한국 및 일본의 롯데그룹 회사들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사청구 등 회사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법적 조치 및 이에 필요한 일체의 행위 등을 신 전 부회장에게 위임했다.


한·일 쌍방 공격


이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소송전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일본에서 제기되는 소송은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으로 진행된다. 소송인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며 피소송인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월28일 일본 롯데홀딩스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회장을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긴급 이사회를 통해 신격호, 신동빈, 츠쿠다 다카유키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신동빈, 츠쿠다 다카유키 2인 각자체제로 변경했다.


신 전 부회장측은 해당 이사회가 개최된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며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이사회의 결의가 무효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한국에서는 2개 소송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먼저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에서 신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직을 해임한 부분에 대해 부당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부산롯데호텔과 호텔롯데는 지난 9월초 신동주 사내이사를 해임했다.


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함께 진행한다. 신 전 부회장은 중국사업 등에서 신동빈 회장이 회사에 막대한 경영 손실을 입힌 점을 정확한 파악하기 위해 해당 소송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청인은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이며 피 신청인은 롯데쇼핑이다.


이 날 관심을 끈 것은 신 전 부회장의 한국말이었다. 발표문 낭독에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일본어가 아닌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신동주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며 “제가 발표문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부족해서 아내가 대독하겠습니다. 이점 관대하게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눌한 한국말로 짧은 인사말을 하면서도 더듬거렸지만, 최선을 다해 분명한 한국어로 첫 인사를 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마이크를 아내인 조영주씨에게 넘겼고, 조씨는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신 전 부회장이 이처럼 어눌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광윤사 해임, 공격 시작됐다


14일 오전 일본 광윤사 사무실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 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일본 도쿄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열린 광윤사 주총 및 이사회 결과 주총의 2가지 안건과 이사회 2가지 안건 모두 가결됐다.


주총에서는 신동빈 이사가 해임됐다. 신임 이사로 이소베 테츠씨가 선임됐다. 이소베 테츠 신임 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로, 20년 이상 신 총괄회장을 보필했다.


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회장에게 매도하는 광윤사 주식 1주에 대한 매매 계약도 승인됐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및 이사회를 마친 자리에서 “약 30%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방어나선 롯데 “가족 회사일 뿐 경영권 문제없다”
갈수록 심화되는 가족싸움, 롯데그룹 이미지 ‘실추’



롯데그룹 방어, “진짜 괜찮나”


롯데그룹은 광윤사를 ‘가족회사’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직에 해임직후 곧바로 입장정리 자료를 배포하는 등 불쾌함을 표시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이사직 해임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분의 일부를 보유한 가족회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윤사 주총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으로,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만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이러한 지분 구조가 모두 반영된 결과가 지난 8월17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론은 들썩였다. 가장 쉽게 볼수 있는 척도중 하나인 주식 변동이 눈에 띄었다.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쇼핑을 포함해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손해보험 등 7종목과 롯데칠성 우선주 등 총 8종목이 유가증권에 상장돼 있다.


14일 오전 14일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전일 대비 2.61% 하락한 26만1000원에 거래가 됐다. 롯데쇼핑 외에도 다수 롯데그룹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시간 롯데푸드는 2.77% 내린 98만2000원에 거래가 되고 있고, 이어 롯데케미칼은 2.45% 내린 25만8500원에, 롯데손해보험 0.54% 내린 2755원, 롯데제과 0.19% 내린 205만7000원에 거래 했다.


의문의 종업원지주회, 누구 손 들까


신 전 부회장이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자신감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 중인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이 보유한 광윤사 주식 1주를 추가로 매입해 ‘50%+1주’로 과반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며 광윤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역을 종합하면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임원지주회 6.0%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10.7% ▲5개 관계사 20.1% ▲가족 7.1% ▲롯데재단 0.2%로 나눠가지고 있다.


가족 지분율은 신동주(1.6%)·신동빈(1.4%)·신격호(0.4%) 등 차이가 미미하다. 롯데홀딩스의 현 구도는 신동주·동빈 형제 모두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광윤사와 관계사 등 우호지분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롯데홀딩스 2대주주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의 우군 역할을 확고하게 하면서 지난 8월 주총 등 최근 일련의 경영권분쟁때 마침표를 찍었다.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 이사직 해임에서 경영권에 영향이 없다고 자신하는 배경의 핵심에 종업원지주회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업원지주회는 현재까지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형태라는 것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기에 섵부른 판단은 불가능하다. 다만 종업원지주회와 우리사주조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직원들이 주식을 받아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종업원지주회는 종업원들이 개별적으로 주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개별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배당으로 보상받는 형태다.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 공량’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까닭이기도 하다. 신동주 회장은 15일 귀국했지만,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된 것과 관련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양측 모두 간접지분에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의 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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