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조현범, 나란히 겸직…출혈 경쟁 예고?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근 한국타이어그룹 후계 경영권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사장이 지주사인 월드와이드를 맡고 차남 조현범 사장이 수익과 직결되는 한국타이어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권 승계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내부 인사를 통해 조현식 사장은 한국타이어 마케팅 본부장을,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을 겸직하는 교차 인사가 진행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교차 인사가 향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타이어 형제간의 경영권 승계를 전망해 봤다.


지난달 20일 한국타이어그룹은 사내 인사 공고를 통해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을 포함한 그룹의 핵심인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을 겸직하고,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을 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향후 한국타이어 후계구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그룹은 형 조현식 사장이 ‘비타이어’ 분야를, 조현범 사장은 ‘타이어’부분을 나눠 맡으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를 발휘했다.


‘교환이냐 침범이냐’


이런 논란에 한국타이어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 강화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장 및 그룹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장·차남이 각자의 영역으로 생각됐던 분야에 한쪽 발을 담그게 되면서 형제간 협업과 견제를 통해 본격적인 후계 경쟁을 시키고자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래의 계열분리를 염두 해둔 포석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번 인사가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데 있다.


▲(좌로부터)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그동안 재계에선 차남 조현범 사장이 ‘타이어’ 사업을 맡고 장남 조현식 사장이 신사업 등 ‘비타이어’ 부분을 경영하는 분할 승계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돼 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경영구도에 돌을 던지면서 경쟁을 통한 후계구도가 장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양래 회장, 의중 어디로?


한국타이어는 최근 기존 사업군만 가지고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 M&A 등을 통한 외연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우려 시각 지배적…한타“그룹 혁신 일환”
조양래 회장 의중 어디로…‘제2의 롯데家’사태?



현재 물류사업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며, 지난해 말엔 1조819억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19.49%를 사들여 2대주주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KT렌탈 인수전에서는 롯데에 고배를 마시면서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신사업의 중심에는 조현식 사장이 있다. 하지만 한온시스템 이외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록한 것이 별로 없다.


또한 조현범 사장이 이끄는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타이어는 전년 대비 약 2.5% 떨어진 1조619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에 있는 공장 3개중 하나를 매각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조 회장은 사실상 누구에게 더 후한점수를 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양 쪽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인 쪽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조양래 회장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한국타이어의 미래를 열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어떻게 되나?


여기에 한국타이어의 지배구조상에는 두 형제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이 10.50%, 조현식, 조현범 형제가 각각 0.65%, 2.07%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격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우 조 회장이 23.5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식 사장이 19.32%, 조현범 사장이 19.31%를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며, 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조양래 회장 가족이다. 그중에서도 조양래 회장의 지분의 가장 크며 두 형제의 지분은 거의 같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의중에 따라 차기 후계구도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두 형제의 지분이 비슷하고 확실한 후계구도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서 향후 경영권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 두 형제가 최악의 경우 제2의 롯데사태로까지 촉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제2의 롯데사태 될수도


장남과 차남의 지분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의중에 따라 후계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이 같은 영역에서 다른 성과를 내 둘 중 하나가 조 회장의 마음에서 벗어나면 롯데 사태와 같이 비화될 수 있는 지분을 두 형제는 갖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의 승패가 향후 지배구조의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승계가 확실히 갈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으로 인한 경영권 다툼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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