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8개월‥“없어서 못 산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유통업계는 늘 ‘유행’에 민감하다. 한 번 유행을 타게 되면 소문은 돌고 돌아 퍼진다. 이는 판매량에 직결이 된다. ‘꼬꼬면’, ‘허니버터칩’ 등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 오히려 요즘 시대에 ‘없어서 못 먹는’ 일까지 생긴다.


짠 맛 대신 ‘달콤함’으로 시장 뒤집은 ‘이단아’
일부러 물량 조절 한다?‥‘매출액 보면 답 나온다’


지난 해 여름 SNS를 통해 노란색 봉투에 담긴 과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동네 어디를 가나 쉽게 할 수 있는 과자 한 봉지이지만,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과자를 구하면 ‘인증샷’을 찍는 기이한 풍토까지 생겼다.


이 모든 것이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이야기이다.


예상치 못했던 인기


허니버터칩 광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100일을 앞두고 매출 50억원을 돌파했고, 판매량을 따라 잡지 못해 공장이 불이 났다는 괴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허니버터칩과 관련해 “공장에서 제작이 중단됐다”, “24시간 가동으로 공장에 불이 났다”, “품절돼 2주간 살 수 없다” 등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어 시민들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하기도 했다.


과자 사려다 경찰서까지?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면서 웃지 못 할 사건도 발생했다. ‘공동구매 예약을 받는다’며 돈을 받거나 ‘상품을 팔겠다’고 광고하고 상품을 보내주지 않아 구속된 사례가 점차 늘어난 것이다.


A씨는 인터넷 번개장터 어플에 ‘00만물상사’라는 이름으로 허니버터칩의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는 글을 등록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 A씨(24·여)를 비롯한 68명으로부터 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까지 일어나자 이를 악용해 과자 한 박스당 3만5000원인 제품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2만9000원에 살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행타니 모두 따라해?


음식점에도 원조 논란이 있듯 제과업계에서도 원조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원조 제품은 초기에는 미투 제품보다 판매율도 앞서고 인기도 유지하면서 인기를 끌지만 가끔은 미투 제품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허니버터칩도 마찬가지였다. 제과업계 1위 롯데제과도 미투제품 출시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결국 꿀을 넣은 달콤한 맛의 ‘꿀먹은 감자칩’을 출시하고 간판제품인 꼬깔콘도 ‘허니버터맛’을 내놓았다.
감자칩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오리온도 포카칩 스위치즈맛을 선보였고, 대형마트인 이마트(피코크 프리미엄 포테토칩)와 홈플러스(케틀칩) 마저 나섰다.


이에 ‘허니’ 돌풍의 원조인 해태제과가 허니통통, 자가비 허니마일드 등 허니버터칩 자매품으로 맞불 작전에 나서면서 ‘원조’ 싸움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제과 업체가 도 넘은 미투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초기 시장분석과 연구 개발비, 조사비용 등 투자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두업체가 넓혀놓은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사보다 적은 자금을 통해 금방 수익을 얻고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이다.


억울했던 해태제과, 매출액 보니‥


허니버터칩이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시중에 나오는 물량이 늘 부족하자 “물량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생겼다. 일부러 시장 반응을 달구기 위해 일정량의 물량만 시중에 풀어 둔다는 것이다.


출시 후 꾸준히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가 나온 것이다. 해태제과는 “무리한 공장증설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해태제과의 따르면 휴일은 물론 밤낮 없이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 달 60억원이 최대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중론이었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설비를 증설해야 하는데, ‘반짝 인기’를 보고 증설을 하는 것은 무리란 것이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 증설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유행을 탔다가 사그라들면 증설 비용이 고스란히 회사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 나와 열풍을 일으켰던 ‘꼬꼬면’의 사례는 증산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제조사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인기에 그해 11월 500억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짓기로 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꼬꼬면 열풍은 1년 만에 사라졌다.


만약 해태제과가 이를 ‘이용’한 것이라면 늦어도 지난 11월에는 공장 증설을 해 물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똑같은 물량만 판매했다. 때문에 허니버터칩을 인기를 끌고서도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해태제과의 2013년 매출은 7198억원이었지만, 2014년은 6800억원으로 오히려 300억가량 줄어들었다. 2014년 3분기가 동기 대비 300억원 정도가 부족했다. 이 금액이 4분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일부러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었던 셈이다.


해태제과는 무리한 증설 대신 기존 과자에 맛을 바꾸어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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