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에서 즐겨 입던 버버리, ‘클래식’ 대표 아이콘

[스페셜경제=이하림 기자]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명품(名品).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명품 시장은 세계 5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이들 브랜드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 특히 샤넬은 국내에서 ‘샤테크(샤넬과 재테크를 합한 말)’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정작 샤넬이 나치 스파이였으며, 코드명은 ‘웨스트민스터’라는 사실과 ‘이브 생 로랑’이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다는 점. 심지어 대부분의 브랜드가 실제 디자이너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도 모른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왕족, 귀족이 소유했던 명품이 아닌 가난했던 코코 샤넬이 스스로 일군 브랜드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스페셜경제>에서는 연간 기획으로 유명 명품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독자들께 전해주고자 한다. <편집자주>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입었던 트렌치코트는 당시 남성들의 패션 로망이다. 또 다른 영화 ‘애수’에서 트렌치코트를 착용한 로버트 테일러가 비비안 리와 비가 내리는 워털루 브릿지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며 전 세계에 트렌치코트 신드롬을 불게 했다.
클래식 코트의 대표아이콘 트렌치코트는 매년 가을이 되면 수많은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 흔히 ‘바바리’ 코트 라고 불리는 이 코트의 원래 이름은 ‘버버리’라는 브랜드에서 시작됐다.
1986년 한국에 처음 들어온 브랜드 버버리는 1세대 수입명품으로 큰 히트를 쳤다. 당시 100만원을 호가했던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부유층 사이에서 혼수 필수품이었을 정도다.
멋쟁이 신사,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들이 즐겨입는 트렌치코트는 사실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군인들을 위해 맞춤 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현대에서 멋스럽게 코디하던 버버리 코드가 사실은 야외활동과 극한 날씨를 견디기 위한 제복이었다는 것 말이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7세 버버리 사랑…“내 버버리 가져오라”
탐험가 로알아문센, 세계최초 도착한 남극점에 버버리 남겨
개버딘 소재 탄생
1856년 버버리 창업자 토마스 버버리는 21세의 나이에 영국 햄프셔 지방에 소규모 포목상을 열어 사냥, 낚시 등 야외활동에 적합한 튼튼하고 질긴 면과 마 소재를 판매했다.
이후 1880년에 토마스 버버리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방수성이 뛰어난 리넨 소재의 양치기 작업복을 보고 개버딘이란 직물을 만들었다. 개버딘은 최상급 면인 이집트 면에 특별히 개발한 방수 코팅 기술을 더해 방수 기능을 갖추면서도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토마스 버버리는 트레이드마크로 등록했다.
개버딘은 당시 고무로 코팅해 무거웠던 다른 방수복에 비해 가볍고 통기성도 좋아 개발과 동시에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지역으로 수출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 소재는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 군인의 옷으로, 모험가들에게는 방한과 방수 기능을 갖춘 아우터로 애용됐다. 아울러 스포츠웨어로도 활용됐다.
“내 버버리를 가져오라”
1891년, 토마스 버버리는 런던 해이마켓에 첫 버버리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1895년 개버딘 소재를 활용한 레인코트를 개발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이미 아큐아스큐텀이라는 레인코트 브랜드가 유행하고 있었으나, 영국의 국왕인 에드워드 7세가 버버리의 개버딘 레인코트를 즐겨 입는 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7세는 개버딘 코트를 찾으며 늘 “내 버버리를 가져오라”고 말해 ‘버버리’는 레인코트를 대표하는 새로운 패션 용어가 됐다. 이후 버버리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웨일즈 왕자로부터 수여받은 문장과 함께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가벼운 레인코트’라고 등재되어 있을 만큼 영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군인·탐험가를 위한 트렌치코트
1901년 버버리는 연합군으로부터 군인들이 입기 적합한 레인코트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레인코트를 변영한 트렌치코트를 새로 선보였다. 전쟁터는 폭우로 인해 땀과 피 시체 냄새가 진동했고, 살아남은 병사의 몸에도 이와 구더기가 생길 정도였다. 때문에 방수 소재의 옷이 필요했다. 그때 ‘타일로겐’ 이라는 영국 장교들을 위한 군용 방수코트로 트렌치코트가 보급됐다.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전형적인 디자인인 가죽허리띠, 고리, 견장 등의 장식은 모두 전투 환경에 맞춰진 것이었다.
1910년 파리에 매장을 연 버버리의 레인코트는 당시 천장이 없는 카브리올레를 모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개버딘 소재가 자동차를 몰 때 부는 바람을 막아줬기 때문이다. 이후 방수가 잘 되고 바람에 강한 개버딘의 특성에 따라 1900년대 초반의 탐험가, 비행사, 열기구 여행가, 등반가들은 버버리 개버딘으로 만든 외투나 오버롤을 즐겨 입었다. 게다가 텐트 소재로도 인기가 많았다.
북극권 지도를 제작한 탐험가 F.G.잭슨, 그리고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밟기 위해 경쟁한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영국 탐험가 로버트 스콧도 버버리 개버딘을 즐겨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로알 아문센이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 노르웨이 국기와 버버리 개버딘 텐트를 남기고 돌아왔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로알 아문센은 “버버리 오버롤은 극동 지방으로의 썰매 여행에 유용하게 사용됐으며, 좋은 친구였음이 증명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버버리에 보내기도 했다.
버버리 상징, 체크무늬
1924년 버버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전통 문양인 타탄에서 영감을 얻어 검정색, 하얀색, 주황색, 밤색 패턴에 버버리의 로고를 넣은 고유의 체크 무늬를 선보였다. 타탄체크는 원래 단색은 하인, 2가지 색은 농민, 3가지 색은 관리, 4가지 색은 지방행정관, 5가지 색은 재판관, 6가지 색은 시인, 7가지 색은 왕족으로 구분하는 신분을 나타내는 문양이었다. 버버리는 이를 버버리의 대표 상품인 트렌치코트의 안감으로 사용했고, 트렌치코트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체크=버버리’ 공식이 성립됐다. 현재 버버리는 초기의 체크 패턴에 시각적 변화를 준 다양한 체크 패턴을 가방, 셔츠 등 여러 제품이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끝없이 탄생하고, 기존 명품들도 유행을 좇으며 진화하면서 전 세계는 지금 명품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버버리는 유행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159년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며 그 인지도를 갖고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것이 버버리가 넘쳐나는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기사 속 기사

버버리는 지난 2002년 ‘버버리 코리아’ 한국지사를 설립했으며 영국 법인 Burberry International Holdings Ltd.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2012년 매출은 2280억원, 2013년 매출은 2393억원(2014년 분기보고서 기준)을 기록했다.


버버리, 한국과 유달리 소송 많은 이유?


유독 국내에선 ‘버버리’나 ‘버버리 체크무늬’를 두고 상표권 소송과 특허 출원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버버리 고유 디자인인 ‘체크무늬’를 두고 매번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영국 버버리 측은 이와 관련 “모방상표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어려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버버리는 지난 2011~2013년까지 국내에서 10여 건의 체크무늬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부분 상표권 침해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LF(옛 LG패션)의 ‘닥스’와 속옷업체 ‘쌍방울’에 소송을 제기했다. LF는 버버리가 청구한 5000만원 중 일부를 지급했고, 쌍방울 역시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처럼 유독 버버리의 소송이 국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법조계와 패션업계에서는 “버버리의 검정색 및 빨간 선 등을 이용해 만든 고유의 체크무늬에 대한 상표권 침해를 판별하는데 애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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