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국 경제가 유례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데다가 사상 초유의 저(低) 물가 상황이 나타나면서 경제가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논쟁이 불을 붙인 건 우리 경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마이너스 물가다.

지난 3일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0%가 밑돈 것은 통계청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65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내내 0%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공급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요가 위축되면서 나타난 저물가 현상으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지난 1920년에 발생했던 미국의 대공황의 경우가 그랬다. 마이너스 물가 상황을 두고 정부가 채솟값 기저효과, 복지 정책 등 공급‧정책 요인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황을 가져올 만큼 소비와 투자가 쪼그라드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는 다소 다른 시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서 대외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부진한 내수가 물가를 떨어트리는데 지속해서 기여해 왔다”면서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디플레이션이 닥쳐올 수 있는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도 내수 불황이 물가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명확하게 했다.

물가 상황과 더불어 주목해야할 것은 인구 지표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이 2025년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년만인 2045년엔 37.0%로 올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2067년엔 절반에 가까운 46.5%가 노인이며, 전체 인구를 연령슌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연령(중위연령)은 2031년, 2065년에 각각 50세, 60세를 넘긴다. 이러한 급속한 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더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데, 태어나는 아이는 적어지면서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하는 이들이 감소하면, 내수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디플레이션으로 대변되는 장기 불황이 시작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때 3%대가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경제 성장률은 이젠 2%대로 희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내 경제 위축과 더불어 대외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정부 스스로도 한국은행 전망치 2.2%와 기재부 목표치 2.4~2.5%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당장 올해 성장률이 1%대 그칠 것으로 예측한 민간 연구기관(한국경제연구원, 1.9%)도 등장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